▲ 요안나 옌드레이칙이 다시 한 번 UFC 여성 스트로급 왕좌를 노린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전 UFC 여성 스트로급 챔피언 요안나 옌드레이칙(32, 폴란드)은 부활을 꿈꾼다.

'독재자' 시절로 돌아가길 바란다. 오는 8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UFC 248 코메인이벤트는 그래서 좋은 기회다.

현 챔피언 장웨일리(30, 중국)를 잡으면 모든 게 풀린다. 다시 자기 시대를 선포할 수 있다.

쉬운 길은 아니다. 장웨일리는 종합격투기 20연승을 기록 중인 웰라운드 파이터. 스트로급 안에서 가장 뛰어난 완력과 체격 조건을 지닌 선수로 꼽힌다

일각에선 제시카 안드라지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치켜세운다. 원체 힘이 좋고 펀치가 묵직해서다. 통산 20승 가운데 10승을 (T)KO로 따냈다. 서브미션 승도 7승에 이른다. 스탠딩과 바닥 싸움 두루 능한 강자다.

도전자도 수긍했다. 옌드레이칙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장웨일리는 정말 강한 파이터"라고 칭찬했다.

"근육이 탄탄하고 힘이 매우 좋은 선수다. 언제든 상대를 KO시킬 수 있는 펀치력을 지녔다. 타격 테크닉은 투박하지만 그라운드 공방에서도 경쟁력이 높아 까다로운 적"이라고 덧붙였다.

전략은 짜놓았다. 장웨일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타이틀전이 흘러가는 걸 막는 게 첫 수(手)다.

"장웨일리가 그라운드로 가는 걸 희망한다고 하던데 그 점을 유의하고 있다. 타격 테크닉에서 열세를 그래플링 우위로 만회하려는 전략을 철저히 봉쇄할 것이다. 챔피언 의도대로 경기가 흘러가지 않기 위해 여러 플랜을 준비했다."

"승리를 자신한다. 난 장웨일리보다 더 세련되고 경험이 풍부하다. 자기 거리 찾는 노하우나 풋워크, (경기 전) 컨디션 관리 등에서 그보다 앞선다고 생각한다. 리치도 더 길고(장웨일리 160cm 옌드레이칙 166cm). 장웨일리는 여지껏 나만한 수준 타격가를 마주한 적이 없다. 오는 8일 라스베이거스에서 결과로 보여주겠다. 기대해 달라."

최근 계체가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UFC 파이트 나이트 161을 앞두고 계체 쪽에서 말이 좀 나왔다. 

옌드레이칙이 미셸 워터슨에게 계약 체중 경기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흘렀다. 당사자는 묵묵부답.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호사가 몇은 가슴 확대 수술 뒤 감량에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던졌다.

하나 옌드레이칙은 주위 우려를 불식시켰다. UFC 파이트 나이트 161 계체에서 115.5파운드로 한 번에 통과했다. 체중계 오를 때부터 미소를 지었다. 여유로워 보였다.

"전혀 문제없다. 감량 상태는 아주 좋다. 현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UFC PI(Performance Institute) 소속 클린트와 함께 계체를 준비하고 있다. 그와 호흡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클린트는 격투 선수 출신으로 경험이 풍부하고 (현역 파이터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안다. (숫자를 공개할 순 없지만) 지금 내 몸무게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파이트 위크를 정말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중요한 건 결과다. 행동을 봐야 한다. 옌드레이칙은 종합격투기 전적 16승 3패를 쌓으면서 한 번도 한계 체중을 넘긴 적이 없다. 이번에도 파이터로서 약속을 지킬 거란 그의 말에 힘이 실렸다.

원래 폴란드에서 훈련하다가 2016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소속을 아메리칸 탑 팀으로 옮겼다. 궁금했다. 미국행 결정이 결과적으로 그의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됐을까.

"물론이다. 확실히 큰 도움이 됐다. 특히 레슬링이나 주짓수가 그렇다. 아메리칸 탑 팀으로 옮기면서 이 바닥 최고 (그래플링) 전문가와 훈련할 수 있었다. 우리 팀에는 위대한 주짓떼로와 좋은 레슬러, 훌륭한 타격가가 골고루 있다."

"난 미국 레슬링 스타일을 좋아한다. 동유럽과는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데 (미국 레슬링이) 내겐 더 알맞은 옷인 것 같다."

"난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는다. 불쏘시개 같은 파이터다. 매우 기술적인 타격가이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미국 레슬링은 나와 묘하게 닮았다. (동유럽 레슬링보다) 조금 더 기술적이고 빠르다. 아메리칸 탑 팀에서 그래플링을 수련하면서 파이터로서 기량이 전체적으로 향상됐다는 걸 느낀다."

여러 파이터가 그렇지만 옌드레이칙도 옥타곤 입장 때나 경기 끝나고 판정 기다릴 때 늘 자국 국기를 등에 두른다. 그에게 폴란드는 어떤 의미일까.

"내게 조국은 언제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난 UFC라는 세계 최고 격투기 무대에서 폴란드를 대표해 뛴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비록 소속을 (미국 팀인) 아메리칸 탑 팀으로 바꾸고 폴란드를 떠나 플로리다로 건너갔지만 난 폴란드인으로서, 또 폴란드에서 생활이 자랑스럽다."

옌드레이칙은 '멋진' 파이터다. 무패 전적을 화려하게 쌓은 선수가 첫 쓴잔을 마시면 필요 이상으로 좌절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WWE로 넘어간 론다 로우지가 대표적. 그러나 옌드레이칙은 로즈 나마유나스에게 당한 충격의 2연패 뒤에도 여전하다. 옥타곤을 떠나지 않고 꾸준히 챔피언벨트 재탈환을 위해 도전한다. 오프닝 등장도 변함없이 유쾌하다.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던 기억. 그럼에도 캐릭터가 한결같다. 악몽을 떨쳐 내는 자기만의 비결이 있을까.

"단순해지려고 노력한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게 뭔지 항상 정확히 인지하려고 애를 쓴다. 아무도 날 위해 (대신) 일해주진 않으니까." 

"단순히 꿈꾸는 거에 그치면 안 된다. 거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 그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또 행동으로 이어 가야 한다. (행동 계획이 짜여지면) 그때부턴 매일 그 작업을 연습하고 반복한다." 

"만약 내 코치가 하루 푸시업 1000개를 지시했다고 치자. 그런데 난 999개밖에 못했다. (그 정도 했으면) 아무도 1000개에 못 미쳤다고 생각하진 않을 거다. 얼핏 개수 다 채웠네 하겠지. 그래도 내 자신은 안다. 아무도 몰라도 나는 (진실을) 안다. 그건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거다. (그런 거짓이 쌓이면) 결코 꿈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경기에서 패하거나 의욕을 상실했을 때, 혹은 (심적으로) 지쳤을 때 의식적으로 내 꿈과 목표, 그리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떠올린다. 지름길은 없다. 지름길로 다다른 성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성취감도 적고. 그래서 훈련에 매진한다. (훈련 밖 다른 일을) 일상에서 (잠시) 유예하는 헌신이 필요하다. 진짜 중요한 거에 집중하는 자세가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

옌드레이칙은 욕심쟁이다. 격투 외에도 관심 분야가 많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보면 안다. '취미 부자'라는 걸 대번에 알 수 있다. 

삶 중심은 그래도 MMA다. 하나 옌드레이칙은 음식과 옷, 레저에 걸쳐 넓은 관심 폭을 자랑한다. 배움을 향한 갈망도 크다.

"난 매우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웃음). 하지만 MMA 경기가 잡히면 이 모든 걸 잠시 멈춘다. 종합격투기에 발 들이기 전에는 등반을 즐겼다. 하지만 너무 위험해서 그만뒀다. 대신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겨 탄다."

"현역 파이터이기에 늘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다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훈련하지 않을 땐)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요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영화와 미디어쪽으로도 관심이 많다. 대학에서 학위 두 개를 땄다. 공부를 좋아하기 때문에 훗날 다시 (학교로) 돌아갈 생각이 있다. MBA 과정을 이수하고 싶다. 내가 미래에 세운 또 하나 목표는 폴란드 체육부 장관이다."

"커피에도 조예가 깊다. 아마추어 수준이긴 하나 바리스타 자격증을 갖고 있다. 패션에도 관심이 많다. 실제 폴란드에서 내가 관여한 옷 브랜드가 론칭된 적도 있다. MMA에서 은퇴하더라도 난 매우 바쁜 사람이 될 것이다. 휴식기에도 대단히 활동적이라(웃음). 액티브한 취미가 내 성향에 맞다."

1987년 8월 18일생. 만 나이로 32살이다. 

32년 인생을 한 편 영화로 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스스로가 꼽는 최고 최악 장면을 말해달라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답변. 옌드레이칙은 실제 자기 삶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얼마 전 개봉했다고 전했다.

"실제 내 전기를 다룬 영화가 제작됐다. 개봉도 했다. 우린 (여러 영화제) 수상을 기다리고 있다. 다큐멘터리인데 HBO가 날 3년 동안 따라다니면서 찍은 영화다."

"최고와 최악 장면? 글쎄, 잘 모르겠다. 아마도 챔피언벨트를 땄을 때와 잃었을 때가 아닐까. 대중은 나를 통해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을 거다. 정상에 선 사람도 언제든 바닥에 추락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러한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다시 노력하면 정상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점, 이 두 가지를 말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HBO가 주목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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