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도라 아나이 ⓒ KOVO 제공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프로배구 V리그가 잠정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묵묵하게 리그가 재개되기를 기다리는 외국인 선수가 있는 반면 한국을 떠나겠다는 이도 있다.

IBK기업은행의 어도라 어나이(25, 미국)는 지난 4일 구단에 "한국을 떠나겠다"고 했다.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안전 때문이다. 그는 리그 잔여 경기 세 경기를 포기하고 본국인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잔여 연봉을 모두 지급해달라는 요구였다. 어나이는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국제배구연맹(FIVB)에 제소하겠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올 시즌 우리 팀의 성적을 봤을 때 어나이가 떠나도 큰 문제는 없다. 계약해지를 요청했지만 배구 계 전반을 놓고 볼 때 악용될 우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올 시즌 V리그 트라이아웃에서 뽑힌 외국인 선수 일부는 안 좋은 사례를 남겼다. 그들은 국내 V리그에서 몇 개월만 잠깐 뛰어도 적지 않은 액수의 금액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시즌 막판 어나이가 남은 세 경기에 뛰지 않고 잔여 연봉을 모두 지급받을 경우 다시 한번 안 좋은 사례로 남는다.

구단 관계자는 "올 시즌 뿐만이 아니라 다음 시즌, 그리고 미래를 생각할 때 (어나이의 요구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구단은 선수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면서 최대한 설득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어나이의 입장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어나이는 오래 전부터 미국에 돌아가기를 원했다. 그러나 구단의 설득으로 차후 리그 일정이 어떻게 될지를 지켜보기로 했다.

중요한 점은 다른 구단의 경우 아직 어나이처럼 한국을 떠나겠다고 밝힌 선수가 없다는 점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우리 팀 외국인 선수는 코로나19에 크게 민감한 반응을 하지 않았다. 리그가 언제쯤 시작될지를 궁금해하고 있는데 쉬는 날에도 답답하다면서 훈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흥국생명의 루시아 프레스코(아르헨티나)와 KGC인삼공사의 발렌티나 디우프(이탈리아)도 큰 동요 없이 리그가 재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GS칼텍스의 메레타 러츠(미국)와 한국도로공사의 산체스(쿠바)도 마찬가지다.

남자부의 경우도 이탈리아로 돌아간 안드레아 산탄젤로 외에 출국 의사를 밝힌 선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나이가 잔여 연봉을 모두 지급 받고 출국할 경우 리그를 기다리며 훈련한 다른 외국인 선수와의 형평성도 어긋난다. IBK기업은행도 이런 점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단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무조건 외출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황이 안 좋다보니 외출할 때는 감독님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선수가 궁금해하거나 원하는 정보는 계속 제공하고 있다. 좋지 않은 사례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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