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브피칭에서 강속구로 화제가 된 김주온은 SK의 마운드의 '여름 히든카드'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뭐? 152㎞가 나왔다고? 진짜?”

야구는 숫자의 스포츠라고 한다. 모든 게 그렇지는 않지만 때로는 숫자가 상당 부분을 설명할 때도 있다. 김주온(24·SK)의 2020년 전지훈련 첫 라이브피칭 당시가 그랬다. 스피드건에는 ‘152㎞’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당시 상황을 지켜보던 모두가 놀랐다. 이 수치를 전해들인 코칭스태프도 다르지 않았다. 오직 김주온만이 차분하게 마운드에 서 있을 뿐이었다.

구속은 원래 빨랐던 선수다. SK가 2017년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김주온을 지명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다. 입대를 앞두고 있었던 선수지만 미래 가능성에 베팅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이 조금 더 지난 시점. 김주온은 ‘152㎞’라는 숫자로 SK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구속으로 일약 스타가 됐고, 코칭스태프의 눈도 조금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숫자이기도 했다. 기본적인 잠재력을 증명하고 있었고, 3년 가까이의 공백 기간 동안 김주온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 했는지를 증명하고 있었다. 실적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김주온은 국군체육부대나 경찰야구단에 가지 못했다. 강원도 전방의 한 부대에서 칼바람과 싸우며 군 생활을 했다. 그럼에도 끈을 놓지 않았다. 그때 어렵게 확보한 기초 체력은 152㎞의 밑바탕이 됐다.

김주온은 “현역으로 가면 (선수생명이) 끝났다는 소리를 하는데 그런 소리는 듣기 싫었다”고 했다. 틈틈이 운동을 했다. 팔꿈치가 아팠던 선수라 몸도 착실히 만들었다. 비시즌 동안 “상태가 좋다”는 보고를 받은 코칭스태프도 1군 명단의 한 자리를 마련했다. 김주온은 “감각을 빨리 찾아야 했다. 던지기 전에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도 “막상 공을 던지니 생각보다는 괜찮았던 것 같다. 구속을 재는 건 처음이었는데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1군 캠프를 거치면서 가능성과 보완점을 모두 확인했다. 빠른 공, 그리고 마치 커브처럼 떨어지는 슬라이더의 위력은 호평을 받았다. 지도자에 따라 관점이 다르기 마련인데, SK는 이 각이 큰 슬라이더의 장점에 주목했다. 김주온은 “이렇게 계속 가자고 하시니 좋다. 체인지업도 배우고 있다”면서 “감각을 살리는 데 코치님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고 고마워했다.

장점을 살리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제구보다는 구위에 초점을 맞췄다. 김주온은 “예전에는 코스에 꽉꽉 던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능력이 부족해 공은 공대로 안 나가고, 제구는 제구대로 안 됐다. 하지만 지금은 가운데를 크게 보고 던지면서 타자 방망이는 구위로 이기라고 말씀하신다. 가운데를 보고 세게 던지니 역설적으로 제구도 잡히기 시작했다”고 현 상태를 설명했다. 

김주온은 연습경기를 거치며 계속 감각을 쌓고 있다. 남들과 상황이 조금 다르기도 하다. 다른 선수들은 개막 엔트리를 생각한다. 하지만 김주온은 아직 육성선수 신분이다. 어차피 5월이 되어야 1군 등록이 가능하다. 코칭스태프의 호평이 아쉽지는 않을까. 김주온은 차라리 그게 낫다고 말한다. 그는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아직은 더 보완이 필요하다. 2군에서 경기를 하면서 계속 괜찮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SK는 김주온을 ‘여름의 히든카드’로 본다. 개막부터 시작한 선수들의 체력과 구위가 떨어질 때, 빠른 공을 가진 김주온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주온도 그 시점을 벼른다. 복귀 시즌이라 경기 체력이 부족한 만큼 계속 던지다보면 그 시기에 오히려 처질 수도 있다. 관리를 잘하면서 1군 콜업을 준비한다는 계획을 모두 세웠다. 

그는 “참 어려운 이야기인데 섬세한 측면을 더 완성시켜야 한다”면서 “5월이 되면 1군에서 가장 빨리 찾는 선수가 되고 싶다. 지금 가진 변화구를 더 확실하게 만들어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견제도 더 단단하게 만들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고 다짐했다. 정말 152㎞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면, 김주온의 이름은 5월 이후 더 빛이 날 수 있을 것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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