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야수 포지션에 완전히 적응한 김성민은 언제 찾아올지 모를 기회에 대비하고 있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장소는 분명 같았다.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의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였다. 그러나 그 1년 전 김성민(27·SK)과 지금의 김성민은 이름 석 자만 빼고 모든 게 바뀌어 있었다.

몸은 더 좋아졌다. ‘중고 신인’으로 합류한 지난해는 몸이 덜 되어 있었다. 프로에서 1년간 밥을 먹은 지금은 당연히 다르다. 포지션은 바뀌었다. 지난해는 포수로 합류했다. 올해는 프로필에 ‘내야수’ 타이틀이 붙었다. 적응도는 당연히 다르다. 지난해 이맘때 마냥 어려웠던 선배들이 이제는 정겹다. 아쉽게도 퓨처스팀(2군) 캠프에 있다는 것도 다르다. 지난해는 1군 캠프 소속이었다. 

김성민은 지난해 시즌 중간에 포지션을 바꿨다. 해외 유턴파에 군 입대까지 공백이 너무 길었다. 포수로 다시 감각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봤다. 대신 장타력에 주목했다. 제이미 로맥과 최정의 뒤를 이을 코너 내야수로 점찍었다. 원래 포지션의 감각을 찾기도 쉽지 않은 판에, 새 포지션은 더 힘들었다. 인내·훈련이라는 단어만 1년 내내 따라다녔다. 그 1년 동안 김성민은 완전히 새로운 선수로 바뀌고 있었다.

다행히 지난해 경험이 약이 됐다. 더 철저히 준비했고, 그 덕에 더 좋은 몸 상태로 캠프에 합류했다. 비시즌 동안 체중을 많이 감량했다. 안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다. 웨이트트레이닝은 물론, 오후에는 사비를 들여 개인 체육관을 찾았다. 웨이트, 유연성 운동은 물론 역도까지 했다. 김성민은 “순간 파워를 기를 수 있는 운동이었다”면서 “그렇게 몸 만들기만 두 달을 반복했다. 비시즌에 운동을 진짜 열심히 한 것 같다”고 조심스레 총평했다.

그 결과 지금은 경기에 당장 나가도 문제가 없을 만큼 100% 상태에 이르렀다. 몸이 잘 되어 있는 만큼 기술적인 조언도 빠르게 흡수한다. 박정권 퓨처스팀 타격코치가 가장 공을 들이는 선수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성민은 “부드럽게 치는 걸 많이 강조하신다. 지금은 오히려 힘을 빼고 쳤을 때 작년보다 비거리가 더 멀리 나간다. 힘이 아닌, 방망이와 내 매커니즘으로 치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 그게 좋아졌다”고 했다.

포지션 전향의 후회는 없다. 물론 계속 해왔던 포수라는 포지션에 미련이야 없지 않았다. 그러나 포지션을 바꾸면서 오히려 타격에 집중할 수 있다. 타격도 계속 좋아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쉴 새 없이 달린 김성민은 이제 수비에도 신경을 쓴다. 그는 “수비가 어느 정도는 되어야 경기에 나갈 수 있다. 타격과 수비, 둘 다 가리지 않고 하고 있다”면서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고 웃었다.

변수가 있었다. SK는 지난 오프시즌 베테랑 채태인(2차 드래프트)과 윤석민(트레이드)을 추가했다. 공교롭게도 김성민의 포지션과 겹치는 1·3루의 선수들이다. 김성민은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베테랑들에게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언제 어떻게 올라갈지 모르고, 나를 어떻게 쓸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경험에서 그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김성민은 지난해 자신의 1군 데뷔전, 첫 타석, 초구를 잊지 못한다. 그는 “그 초구를 안 친 게 아직까지도 후회가 된다. 완전한 실투였다. 내가 너무 여유가 없었다. 공은 앞에서 보이는데 몸이 반응을 못했다”고 떠올렸다. 가장 치기 좋은 공을 흘려보낸 김성민에게, 적어도 지난해에는 다시 그렇게 좋은 찬스가 오지 않았다. 돌려 말하면 기술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준비 부족이었다. 

김성민은 다음 기회에서는 그 공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려면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기회는 분명 오지만, 자주 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안다. 김성민은 “몸은 작년과 지금 완전히 다르다. 어떻게 보면 올해가 진짜다. 내가 내 자신을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한 시즌이 될 것 같다”고 의지를 다졌다. 포지션을 바꾼 것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이제는 그 포지션에서 후회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 생각이 바뀌고 없던 것이 생겼다. 이제야 김성민이 진짜 출발점에 선 느낌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