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출신 1호 KBO리거인 왕웨이중은 현재 무소속이다. 지난 2일 라쿠텐 타오위안 객원투수로 키움 히어로즈와 연습경기에 깜짝 등판한 그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응원해준 한국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윤석 통신원
[스포티비뉴스=타이베이(대만), 김윤석 통신원] 지난 2일 대만 가오슝의 청칭후 야구장. 한국의 야구팬들에게도 낯익은 투수가 마운드에 섰다. 대만프로야구(CPBL) 라쿠텐 타오위안 유니폼을 입은 좌완투수. 키움 히어로즈와 연습경기에서 0-1로 뒤진 5회말 1사 후 구원등판했다. 최고구속 151㎞를 찍으며 2이닝 동안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주인공은 2018년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1년간 KBO리그에서 활약했던 왕웨이중(28)이었다.

왕웨이중은 현재 라쿠텐 타오위안의 정식 선수가 아니다. 지난해 미국으로 건너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25경기에 구원등판해 3승무패, 평균자책점 3.77(31이닝 13자책점)을 기록했지만 9월에 방출돼 아직 소속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만에서 개인훈련을 해오다 라쿠텐의 허락 하에 이날 키움전에는 객원 선수(일종의 초청 선수)로 등판한 것이었다.

왕웨이중뿐만 아니라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언스에서 뛰었던 궈쥔린도 이날 객원 선수로 등판했다. 둘 다 해외 무대 진출이 어려워진다면 대만 팀과 계약하거나 도쿄올림픽 최종 예선 대만 대표팀 선수로 활약할 수도 있기에 대만 언론에서도 이들의 등판에 비상한 관심을 쏟았다.

스포티비뉴스는 대만에서 새 소속팀을 모색하고 있는 왕웨이중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왕웨이중은 2018년 NC 다이노스에 입단해 대만 출신 최초 KBO리거로 기록됐다. ⓒNC 다이노스
-최근 어떻게 지내고 있나?

"지난해 말 대만에 들어와서 몇 차례 공익 활동에 참가했고, 그 이후 개인 훈련을 해오다 대만 라쿠텐 타오위안 팀과 합동 훈련에 참가해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었다. 키움과 연습경기에서는 라쿠텐 팀의 객원 선수로 잠시 등판했다. 현재 컨디션은 아주 좋은 편이다.

(왕웨이중은 지난해 11월 대만으로 귀국한 후 자선 활동을 많이 했다. '궈타이 금융그룹'과 함께 청소년을 지도하는 야구 교실에 참가해 재능기부를 했고, 자선 단체의 공익 활동에 직접 참가해 거액의 기부금을 내면서 기부금을 장려하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개인 훈련을 해오던 그는 친형인 왕야오린(29) 투수가 뛰고 있는 라쿠텐 타오위안에서 합동 훈련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

-2일 키움 히어로즈전에 등판했는데, 오랜만에 다시 한국 팀을 상대로 투구한 느낌은 어땠나?

"아주 좋았다. 스프링캠프에서 처음으로 실력이 좋은 팀을 상대로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라 투구 시 매우 집중하면서 던질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됐다.

-키움 팀에 아는 선수는 있는가?

“이정후 선수와 김하성 선수, 그리고 박병호 선수. 예전에 한국에서 던질 때 상대해 봤던 선수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선수들이라서 반가웠다."

-지난해 피츠버그에서 나온 뒤로 아직까지 새로운 계약 소식이 없다. 뭔가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얘기는 있는가?

"지금 에이전트 회사(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 다방면으로 접촉 중이다. 믿고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계속 미국 구단과 계약을 맺지 못한다면 대만으로 돌아올 생각은 있는가? 아니면 다시 한국? 혹은 일본으로 갈 의향도 있나?

"우선 나 자신의 상태를 잘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아직까지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외국에서 발전하는 걸 우선적으로 생각 중이고, 그런 방향으로 회사에서도 준비 중이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언제든 제의가 온다면 항상 개방적인 태도로 만나볼 것이다."

(3월 2일 경기 후 친형인 왕야오린은 "동생은 대만이나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오래 활동했고, 그곳이 잘 맞기에 당분간 계속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는 게 더 좋을 듯하다"는 인터뷰를 했다.)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할 때 개인적으로 생활 면에서나 문화적인 면에서 느낀 점은?

"사실 내가 대만 출신 선수로 첫 번째 케이스라는 것이 매우 좋았고, 흥분됐다. 야구장에서 두 나라 간의 다른 야구 문화도 접할 수 있어서 신선한 경험이었다. 문화상으로는 같은 아시아권에 속해 있어서 미국보다 마음이 편한 면도 있었다. 한국도 야구를 지극히 사랑하는 나라다. 야구장마다 많은 팬들이 찾아와 열광적인 응원을 하는 것을 보면서 정신적으로도 더 열심히 던지고 뛰고 좋은 모습을 보여 팬들에게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한국에서 1년간 뛴 후 다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한 시즌을 보냈다. 한국에서의 생활과 경험이 다시 메이저리그 도전하는 데 도움이 됐는가?

"(2011년 미국 진출 이후 불펜투수로 활약하다) 한국에 뛸 때 선발로 보직이 변경됐고, 동시에 새로운 환경과 구장과 장소에서 야구를 해야 했기에 살아남으려면 적응을 해야 했다. 새롭게 배우거나 익힐 점이 많아서 어려울 때도 있었다. 더 잘하기 위해 새롭게 커터를 배웠고, 타자를 상대할 때 또 하나의 무기로 추가할 수 있었다. 한국의 많은 타자들을 상대하며 타자마다 각기 다른 유형으로 상대하는 방법 등을 코치진과 함께 노력하고 연구해 효과를 봤다. 그런 면이 다시 미국에서 던질 때 많은 도움을 줬다."

-만약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한국에 진출한다면? 개인적으로 지난번에 비해서 달라져야 할 것이 있는가?

"만약 정말로 다시 한국 프로야구에서 뛸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는 아프지 않고 건강한 모습을 유지해 한 시즌을 무사히 잘 보내 지난번보다 팀을 위해 더 많은 공헌을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왕웨이중은 2018년 개막전 승리를 비롯해 초반 8경기 중 6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4승1패로 호조의 페이스를 보였지만 이후 팔꿈치와 어깨 부상, 부진이 이어지면서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다. 시즌 25경기에 선발등판해 7승10패, 평균자책점 4.26의 성적을 남기고 재계약에 실패했다.)

▲ 왕웨이중은 KBO리그에서 롯데 이대호를 가장 상대하기 힘들고 기억에 남는 선수로 꼽았다. ⓒ곽혜미 기자
-한국에서 상대했던 팀 중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팀은 어디였나? 또 어떤 선수가 가장 어려웠나?

"각 팀마다 다 장점이 있어서 어느 한 팀도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또 좋은 타자들이 많아 저마다 상대하기 어려웠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이대호 선수가 가장 까다롭고 아주 기억에 남는다. 롯데의 이대호야말로 한국에서 최고의 스타이자 간판선수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투수로서 그를 상대할 때 일종의 희열도 찾아오고 그와 승부를 즐기곤 했다. 물론 상대하기는 어려웠지만…."

(이대호 대 왕웨이중 전적: 10타수 2안타(1홈런 포함) 타율 0.200, 1볼넷(고의볼넷), 2삼진)

-NC와 롯데는 신흥 지역 라이벌로 서로 이기기 위해 혈전을 펼쳤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알고 싶다.

"하하하. 정말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간의 지하철 시리즈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결할 때마다 매우 강렬한 느낌으로 하나하나가 다 긴장되며 흥분한 상태였다. 줄을 놓을 수 없는 그런 팽팽한 감각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친했던 선수는 누구였나.

"NC 다이노스 팀 동료였고 특히 나에게 잘 대해줬던 나성범 선수와 박민우, 이재학, 구창모 선수 등이다. 한국을 떠나고 나서도 연락도 잘 했는데, 다시 미국으로 간 후에는 시차 문제도 있고 해서 연락 횟수가 적어져서 아쉬웠다."

▲ 왕웨이중(오른쪽)은 자신에게 잘 대해줬던 NC 다이노스 선수들을 잊지 못하고 있다. 2018년 스프링캠프를 떠나면서 박민우, 김진성, 나성범(왼쪽부터)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한희재 기자
-만약 왕웨이중의 뒤를 이어 한국에 진출하는 제2호 대만 선수가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먼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우선 팀에 동화돼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먼저 다가가고 친해지고 좋은 동료로 적응하는 게 우선이 돼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팀 동료와 모든 사람들이 다 도와줄 것이다. 그래야 적응도 빨리 할 수 있고,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이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아직도 많은 팬들이 왕웨이중을 기억하고 있는데, 그런 한국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정말로 감사하다. 수많은 한국의 야구팬이야말로 나에게는 큰 힘이 됐다. 내가 어디에 있더라도 계속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많았다. 난 지금 잘 있고 현재 상태도 좋다. 솔직히 앞으로 한국에서 다시 만날지 아닐지는 잘 모르겠지만 계속 응원해주시기 바란다(웃음). 그리고 현재 한국이 COVID-19(코로나19 영어명칭)로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아는데, 모두들 건강에 특별히 조심하고 늘 평안하시길 기원한다. 나도 어디서나 좋은 소식 전해드릴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하겠다."

스포티비뉴스=김윤석 대만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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