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이슬에게 2020년은 중요한 해다. 하나은행의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 WNBA 도전, 올림픽까지. 어느 때보다 바쁜 1년이 예상된다 ⓒ WKBL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의 주전 슈터, 강이슬(26, 180cm)에게 2020년은 많은 게 걸려있는 한해다.

먼저 소속팀 부천 하나은행의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다. 하나은행은 2012년 팀 창단 후 아직까지 플레이오프 진출 경험이 없다(준우승했던 2015-16시즌은 첼시 리 사태로 기록에서 삭제). 2012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하나은행에 지명 돼 팀의 프렌차이즈 스타로 활약해 온 강이슬에게 봄 농구는 오래도록 그린 꿈이다.

하나은행은 3위 인천 신한은행에 0.5경기 뒤진 4위에 있다. 9일 열리는 신한은행과 맞대결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단두대 매치다. 이기면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3위로 올라서지만, 진다면 3위와 격차가 더 벌어진다. 강이슬도 "신한은행전이 정말 중요하다. 모두들 그 1경기에 모든 걸 쏟아붓자는 생각으로 운동하고 있다"며 다가올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현재 몸 상태는 걱정이다. 강이슬은 지난 2일 청주 KB스타즈와 경기에서 왼쪽 정강이 쪽 인대를 다쳤다. 이후 운동을 쉬며 치료에 집중했다. 9일 경기에 출전 의지를 나타내고 있지만 100% 컨디션이 아니다. 강이슬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다쳐서 기분이 좋지 않다"라며 "출전을 준비 중이다. 몸 상태에 따라서 빨리 회복하면 정상 출전하고 아프면 조절해가면서 뛰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시즌이 끝나면 강이슬은 미국으로 건너간다. WNBA(미국여자프로농구) 진출이라는 또 다른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강이슬은 지난해 WNBA 파이널 우승팀인 워싱턴 미스틱스와 트레이닝 캠프 참가 계약을 맺었다. 캠프에서 구단의 눈도장을 받아 최종 12인 로스터에 들면 WNBA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한국선수들이 꿈꾸기에 WNBA는 정말 멀고 큰 곳처럼 느껴졌다. 농구를 엄청 엄청 잘해야만 갈까 말까한 곳이니까. 꿈도 못 꾸고 있었는데 3년 전 WNBA 쪽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도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갈 수 있는 환경도 됐다. 하지만 막상 가려니 무섭더라. 그때는 (박)지수도 없었다. 결국 무서워서 포기했다. 그때부터 WNBA 꿈을 키우고 있었다. 3년 전 그 결정이 후회되고 계속 남아있었다. 이번에는 무조건 간다고 했다."

▲ 하나은행에서 강이슬이 짊어진 에이스의 무게는 상당했다. 장기인 슛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WNBA에선 오히려 자신의 농구를 마음껏 펼칠 수 있다 ⓒ WKBL
농구 관계자들은 강이슬의 WNBA 진출을 낙관적으로 바라본다. 올 시즌 강이슬은 국내선수 득점 1위(16.92득점), 3점슛 성공 개수 1위(61개), 3점슛 성공률 2위(36.7%) 등 여전히 리그 최고의 슈터이자 득점원이었다. 특히 2020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영국을 상대로 3점슛 6개 포함 26득점을 폭발하며 슛하나 만큼은 국내를 넘어 국제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내가 쫄지만 않으면 될 것 같다. 그쪽에서도 슈터가 필요했고 내 슛을 보고 부른 거니까. 내가 WNBA 선수들보다 빠르거나 피지컬이 좋거나, 기술이 화려하진 않다. 내가 잘하는 슛을 보여주고 잘 적응만 하면 엔트리에 들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 오히려 엔트리에 들고나서부터는 잘 할 것 같다. 사람들이 내 약한 수비력을 지적하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WNBA는 모든 걸 다 잘하는 선수보다 1가지 특출나게 잘하는 선수가 더 위력적이라고 하더라. 그 얘길 듣고 자신감이 생겼다."

하나은행에서 강이슬은 슛 외에도 해야 할 게 많았다. 팀 에이스로서 상대의 집중 견제는 생활이었다. 하나은행과 경기하는 팀들은 "강이슬만 막으면 된다"는 심정으로 그녀를 철저하게 수비했다.

하지만 WNBA에선 다르다. 장기인 슛에만 집중할 수 있다. 상대가 강이슬에게 쏟는 수비 에너지도 국내와는 다르다. 강이슬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국제대회에선 국내처럼 나를 강하게 수비 안 한다. WNBA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나만 보고 쫓진 않을 것이다. 나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많으니까. 국제대회에서 슛 쏠 기회가 많이 났고 자신 있게 던졌다. 국제대회에서의 활약 때문에 자신감이 생긴 점이 분명 있다."

▲ 3점슛이 대세인 현대농구에서 강이슬의 진가는 국제무대에서 더 빛나고 있다 ⓒ 대한민국농구협회
하나은행의 플레이오프와 WNBA 진출을 이뤄내면 올림픽 무대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2020 도쿄 대회를 통해 12년 만에 올림픽에 나선다. 강이슬은 대표팀의 대체불가 주전 슈터다.

그녀는 2020년에 대해 "중요하기도 하고 특별하기도 하다. 이 기회를 꼭 살리고 싶다"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물론 당장 눈앞에 있는 팀의 순위싸움이 우선이다.

"올라갈 만하면 자꾸 떨어졌다. 팬들이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클 것 같다. 과거를 잊고 남은 경기 잘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