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1964년을, 일본은 그리워한다.

불세출 거포 왕정치가 아시아 신기록인 55개 홈런을 쏘아올렸다. 열도가 들끓었다. 컬러 텔레비전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 고속철도 신칸센이 첫 선을 보였다. 음악 애호가에게도 남다르다. 일본 전설적인 록그룹 엑스재팬(X-JAPAN) 기타리스트 히데(Hide)가 태어난 해가 1964년이었다.

백미는 그 해 10월 도쿄 올림픽이었다. 일본은 아시아 최초 올림픽 개최국 지위를 자랑스러워했다. 패전 뒤 고도성장기에 개최한 도쿄 올림픽은 전후 부흥을 상징하는 초상이었다. 젊은 날의 초상, 재기에 성공한 옛 4번 타자에 가까웠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도 일본 영화 드라마 단골 소재다. NHK 대하드라마 '이다텐', TV아사히가 제작한 '올림픽의 몸값', 이누도 잇신 감독이 연출한 영화 '황색눈물'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여전히 경제 대국이다. 하나 예전 같지 않다. 2011년 국내총생산(GDP) 국가별 경제 규모 2위 지위를 중국에 내줬다. 인구는 꾸준히 감소하고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세계 시장을 호령했던 '메이드 인 재팬'은 과거 위용을 잃었다. 세가, 도시바, 히타치, 산요 등이 현재성을 잃고 경제 경영 교과서에 등재됐다.

아베 신조 정부가 그들의 벨 에포크(좋은 시대)로 추억되는 도쿄 올림픽을 다시 개최하게 된 데에는 이 같은 사회 배경이 작용한다. 어게인 1964. 정치적 노림수도 있다.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로 전국민을 고무시킨 뒤 사활을 걸고 있는 헌법 개정에 착수할 거란 관측이다.

코로나19는 그래서 눈엣가시다. 헌법 제9조 개정을 위한 단추인 올림픽 성료를 가로막는 탓이다. 한국 입국자 격리 조처 같은 강수 배경에 아베의 초조함이 자리한다고 보는 시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올림픽 강행 저의를 살필 때 경제 손실에만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 올림픽 취소로 입게 될 손실액이 최소 2조6000억 엔(약 35조 원)에 이를 거라는 분석 밖에도 정략이 틀어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자국 안팎 비판 논조에 대응하는 일본 정계 체육계 발언을 종합하면 국제올림픽위원회와 일본 정부는 일정대로 대회를 강행할 확률이 매우 높다. 지난 3일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 장관이 참여한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읽혔다. 

장관은 개막 연기(延期) 가능성만 귀띔했을 뿐, 취소 카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논의 테이블에 올리는 것조차 거부하는 말씨였다. 철회는 그들 계획에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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