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미디 대부' 자니 윤이 8일 향년 84세로 미국 LA에서 별세했다. 제공|TV조선 '마이웨이'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한국과 미국을 사로잡은 '품격의 코미디 대부' 자니 윤(Johnny Yune, 윤종승)이 별세했다. 향년 84세. 바다 건너 미국과 한국에서 고인을 향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자니 윤은 8일(현지시간) 오전 4시께 미국 LA의 한 요양 병원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향년 84세. 2016년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알츠하이머 등이 겹쳐 4년째 투병 중이던 고인은 지난 4일 호흡 곤란 등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일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자니 윤과 함께 LA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투병생활을 돕는 등 마지막까지 고인과 함께했던 미국 현지 지인 임태랑 씨는 10일 스포티비뉴스와 국제전화에서 "2016년 뇌출혈 이후 4개월 만에 미국으로 건너와 4년간 투병했다. 지난 4일 갑자기 혈압이 낮아져 입원했고, 나흘 만인 지난 8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임씨는 "시신은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UC어바인에 기증됐다. 마지막까지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뜻이 있어 이미 수년 전 대학에 기증 의사를 밝혔다"며 "코로나19 여파도 있어 당장 장례를 치를 수 없는 형편이다. 추후 조용히 장례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까지 좋은 뜻이었는데, 친지나 가족, 팬들 입장에서는 바로 장례를 치르고 위로하거나 할 수가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고 고백했다.

▲ 과거 '승승장구'에 출연했던 자니 윤. 출처| KBS2 방송 캡처
고(故) 자니윤은 미국과 한국에서 큰 족적을 남긴 전설적 방송인이다. 1936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자니윤은 미국에서 유학했고, 현지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로 명성을 쌓았다. 1977년 당대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NBC '투나잇쇼'에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출연했다. 당시 게스트였던 톱스타 찰턴 헤스턴이 지각을 하고 말았고 자니 윤이 임기응변으로 빈틈을 메워야 했는데, 몹시 흡족했던 자니 카슨이 이후 번번이 자니 윤을 출연시키도록 했다는 에피소드는 널리 알려져 회자된다.

그는 민감할 수 있었던 인종차별, 여성차별, 정치와 성(性)까지 코미디의 소재로 삼으면서도 품격과 여유를 잃지 않았다. 탁월한 언어감각과 쇼맨십으로 동양인 이민자의 입장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품위있게 풀어낸 자니 윤의 스탠딩 코미디는 곧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이후 NBC '자니윤 스페셜 쇼'로 자신의 이름을 딴 프로그램까지 이끌며 활약했고, 라스베이거스 쇼 등 순회공연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1989년 한국으로 돌아와 KBS '자니윤 쇼'를 진행하며 고국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다. '자니윤 쇼'는 사회자의 이름을 건 한국 방송 최초의 미국식 토크쇼였다. SBS 개국과 함께 '자니윤 이야기 쇼'를 또한 선보이기도 했다. 방송 은퇴 이후 2014년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에 임명됐고, 임기 만료를 앞둔 2016년 뇌출혈을 일으켜 이후 미국에서 투병생활을 이어 왔다.

지인 임씨는 고 자니윤에 대해 "한국과 미국 방송계 모두에서 큰 족적을 남긴 대단한 방송인이자 인기인이었다. 미국에서 외국인이 이름을 날리기가 쉽지 않고, 예전에는 더더욱 그랬다. 한국 K팝이 지금 큰 인기지만 자니윤은 그 시절 K컬처의 선두주자, 전설이나 다름없다"고 기렸다.

이어 "선하게 살아 온 사람이다. 뇌출혈로 오랜 시간 투병했고, 동생 외엔 가족과 왕래가 없다시피 해 외롭게 떠난 것이 안타깝다. 가진 것 없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나셨다.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한국에서도 고인을 향한 애도와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송골매 보철 출신 DJ 배철수는 자니윤의 별세 소식을 SNS로 전하며 "레스트 인 피스"라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방송사에 큰 족적을 남긴 선배 코미디 대부를 향한 후배 개그맨들, 누리꾼 등의 추모도 이어졌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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