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인 훔치기를 막기 위해 포수-투수의 사인 교환 방법을 바꾸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제 크레이그 킴브럴 특유의 자세를 못 보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사인 훔치기는 허용된 범위 안에 있어도, 휴스턴 애스트로스처럼 규정을 위반했어도 모두 포수의 손동작을 읽는데서 시작한다. 

휴스턴의 불법 사인 훔치기 스캔들 이후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중에는 사인 전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파격적인 제안도 있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10일(한국시간) 투수와 포수가 사인을 주고 받는 다섯 가지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 

첫 번째는 '전등식'이다. 마운드 투수판 앞에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전등을 설치한다. 구종에 따라 다른 색깔에 불이 들어온다. 2루 주자도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카메라도 배터리의 사인을 알 수 없다. 물론 단점도 있다. 다섯 가지 방법 중 가장 비용이 많이 든다. 다른 방법도 마찬가지지만 내야수들이 투수의 사인을 미리 알 수 없어 예측 수비가 어려워진다.

두 번째는 이어폰 전달이다. NFL(미국프로풋볼)에서 쿼터백이 작전을 전달받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문제는 이어폰을 착용하고 공을 던지는 것이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무선 이어폰을 쓰더라도 '리시버'가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타자가 포수의 말을 엿들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받았다.

세 번째는 스마트워치다. 오직 사인 전달용으로만 쓸 수 있게 기능을 제한한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마운드에 오르면 된다. 이 방법 역시 투수들이 거추장스럽게 여길 수 있다. 또 배터리 문제로 사인을 볼 때마다 일일이 화면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스마트워치가 무겁다면 그보다 기능은 적지만 무게는 가벼운 스마트팔찌도 있다. 그런데 디애슬레틱이 자문을 구한 선수들은 "시계랑 똑같은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손목에 착용하지 않고 글러브에 부착하더라도 똑같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은 '난수표'다. 1부터 5까지 숫자가 적힌 다이얼 팔찌가 '진짜 사인'의 번호를 지정한다. 이 숫자는 15초마다 임의로 바뀐다. 투수와 포수, 내야수가 모두 같은 사인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규칙을 바꿔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선수들의 생각은 다양했다. 션 두리틀(워싱턴)은 "더 많은 기술이 더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스마트워치는 해킹할 수도 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타일러 글래스노(탬파베이)는 "야구는 발전하고 있다. 기술적인 발전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새로운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커트 스즈키(워싱턴)는 "난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그냥 리플레이 영상에서 포수를 지우면 된다. 다른 기술은 다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맥스 슈어저(워싱턴)는 "손가락으로 사인을 교환하는 것은 여전히 경기의 한 부분이다. 없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100년 전통을 이어온 방법이고,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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