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성민규 단장.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선수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었습니다.”

올겨울 이적시장의 ‘돌풍의 눈’으로 통했던 롯데 자이언츠가 11일 FA 좌완투수 고효준을 영입하면서 이번 스토브리그를 모두 마쳤다.

다사다난했던 시간이었다. 지난해 10월 1일 키움 히어로즈와 최종전을 끝으로 정규시즌을 마친 롯데는 곧바로 혁신 작업을 시작했다. 허문회 감독을 역대 19번째 사령탑으로 선임했고, 11월 한화 이글스와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포수 지성준과 내야수 김주현을 영입했다. 이어 LG 트윈스에서 방출된 베테랑 좌완투수 장원삼도 데려왔다.

해가 바뀐 뒤에는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FA 영입 때문이었다. 롯데는 올해 1월 FA 안치홍과 전준우와 잇따라 계약을 맺으면서 스토브리그를 달궜고, 11일 고효준을 잔류시키며 숨 가빴던 이적시장의 문을 닫았다.

다섯 달 가까이 진행된 롯데의 스토브리그를 진두지휘한 이는 성민규(38) 단장이었다. 지난해 9월 부임 후 바쁜 시간을 보낸 성 단장은 이번 스토브리그를 되돌아보며 복잡했던 속내를 드러냈다.

고효준 영입 다음 날인 12일 연락이 닿은 성 단장은 “지난해 부임 후 스토브리그를 준비하면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다.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자신의 손으로 운명이 결정된 선수들이 많은 만큼 소회를 말하기가 어려운 눈치였다.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잠깐 입고 은퇴한 무명선수 출신의 성 단장은 “단장으로서 선수들이 원하는 대로 다 해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나 역시 현역 출신으로서 선수들의 고충을 잘 알지만, 구단의 예산은 한정돼있고 방침이 정해져 있는 만큼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점이 가장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 롯데 성민규 단장이 1월 안치홍 입단식을 함께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지난해 9월 부임한 성 단장은 올겨울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이었다. 롯데와는 인연이 없는 외부 인사, 30대 후반이라는 젊은 나이, 프런트가 아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출신 등의 요소들로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성 단장을 향한 주목도는 스토브리그 들어서면서 더욱 높아졌다. 그간 롯데의 행보와는 다른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는 감(感)이 아닌 데이터를 중시했고, 필요성이 대두되면 과감한 속도전으로 밀어붙였다. 이제는 익숙해진 ‘프로세스’라는 유행어도 탄생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비판도 많이 들었던 성 단장이었다. 지나치게 나선다는 눈초리도 있었고, 너무 냉정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성 단장이 인터뷰 내내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다.

그러나 성 단장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느낀 ‘유일한 보람’까지 숨기지는 않았다. 롯데팬들이 느낀 흥미였다.

성 단장은 “팬들께서 조금이나마 흥미를 느끼셨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올겨울 구단에서 작게나마 꾸준히 움직임을 보여드렸는데 많은 팬들께서 야구가 없는 겨울을 재미있게 보내셨다고 말씀을 해주셨다”고 슬며시 웃었다.

다만 성 단장은 스스로 평가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는 “이 대답만큼은 하기 어렵다”며 간곡하게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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