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이형범.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고봉준 기자] “경기 앞두고 딱 10분만 자면 몸이 개운해지더라고요.”

두산베어스 이형범(26)은 올 시즌 중책을 부여받았다. 바로 붙박이 마무리다. 두산 김태형 감독과 김원형 투수코치는 일찌감치 이형범을 전문 클로저로 낙점하는 구상을 마쳤다.

지난해 FA 이적생 양의지(33·NC 다이노스)의 보상선수로 건너온 이형범으로선 격세지감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만하다. 이적 전까지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실력 하나만을 앞세워 주전 마무리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호주 질롱과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12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형범은 “지난해와 달리 올 시즌에는 시작부터 마무리를 맡게 됐다. 자리가 달라지니 책임감이 생기더라.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내가 무너질 경우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부담감을 최대한 느끼지 않으려고 한다”고 클로저 발탁 소감을 말했다.

2012년 NC로 입단한 이형범은 데뷔 후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13년 2경기, 2017년 14경기, 2018년 23경기 등판이 전부였다. NC에서의 통산 성적은 39경기 2승 3패. 주로 불펜투수로 나섰지만, 흔한 홀드 하나도 챙기지 못했다.

▲ 두산 이형범이 12일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잠실, 고봉준 기자
그러나 이형범은 지난해 두산에서 숨은 기량을 활짝 펼쳐 보였다. 3월 5경기에서 3승 1홀드로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더니 레이스 중반부터 마무리로 승격돼 두산의 뒷문을 책임졌다. 최종 기록은 67경 6승 3패 19세이브 10홀드. 무명선수의 그늘에서 벗어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2019년이었다.

붙박이 마무리가 된 이형범은 올해 조상우(키움 히어로즈), 하재훈(SK 와이번스), 이대은(kt 위즈) 그리고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등과 같은 쟁쟁한 투수들과 뒷문 경쟁을 벌이게 됐다.

이형범은 “그러한 선수들과 경쟁을 벌인다는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다”면서 “우승팀 마무리로서 뒷문을 최대한 잘 막아내고 싶다. 매 경기 실점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던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는 특별히 구종을 추가하지는 않았다. 대신 좌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조금 더 많이 던지려고 했다. 자체 청백전에서 시험을 해봤는데 동료들로부터 칭찬을 받았다”고 조심스럽게 웃었다.

인터뷰 말미 이형범은 지난해 깜짝 활약 비결 하나를 말했다. 바로 ‘10분 쪽잠’이다.

이형범은 “오후 훈련을 마친 뒤 본경기까지 잠시 짬이 있다. 이때 10분 정도라도 자두면 몸이 개운해지더라. 그래서 이를 루틴처럼 여기고 있다. 체력 비축을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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