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올림픽 연기론을 부인했다.

14일 일본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확대를 극복하고 도쿄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고 싶다"는 뜻을 보였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림픽 1년 연기를 거론했다.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행정부도 보폭을 맞췄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26개 국가에 입국 금지 조치를 적용했다. 이 조치는 다음 날 영국 아일랜드가 추가돼 유럽 전역으로 확장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정상 개최 찬성파였던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마저 "WHO 조언에 따르겠다"며 한 발 뺐다. 그리스 올림픽위원회는 성화 봉송을 중지했다. IOC와 협의해 결정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우군이 점점 사라지는 가운데 일본 홀로 독행(獨行)을 자처하는 모양새다. 아베 총리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회담 사실을 공개했다. 내용도 귀띔했다.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양국이 노력하기로 의견 일치를 이뤘고 대회 연기나 취소는 대화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고 힘줘 말했다.

정작 상대는 말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 회담을 마친 뒤 트위터에 "많은 옵션이 있다"며 딴말을 적었다. 올림픽 강행 외에 연기와 취소, 무관중 대회 등 여러 길이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강행하지 말라는 메시지로도 보였다. 올림픽 연기론을 부채질했다.

아베 총리는 숫자를 댔다. 인구 1만명당 감염자 수를 근거로 내세웠다.

"인구 1만명당 감염자 수를 비교하면 일본은 0.06명에 그친다. 한국과 중국, 이란보다 적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13개국보다도 적은 수준"이라면서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긴급사태를 선언할 수준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믿는 구석이 있는 걸까.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초대 대회가 열린 뒤 하계 동계 통틀어 올림픽이 취소된 경우는 총 5차례. 모두 전쟁이 원인이었다.

1916년 베를린 올림픽이 제1차 세계대전으로 취소됐고 1940년 도쿄 올림픽, 1944년 헬싱키 올림픽이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무산됐다.

바이러스 탓에 최소된 적은 없었다. 빨간불이 켜진 적은 있었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각각 신종플루, 지카바이러스로 '위협' 받았다. 하지만 두 대회 모두 차질 없이 진행됐다. 일본은 밴쿠버와 리우 사례를 믿는 듯하다. 아니 믿고 싶어 하는 분위기다.

하나 현실은 갈수록 전례를 언급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당장 오는 26일 시작하는 성화 봉송부터 걱정이다. 성화 주자가 일본 각지를 돌아야 한다. 어게인 1964를 꿈꾸는 아베 총리지만 실제는 1944년 재림으로 치닫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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