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좌완 정태승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기나긴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다. 2월 1일부터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자체 훈련과 연습경기, 청백전을 소화한 롯데는 16일 모든 일정을 마쳤고, 17일 귀국한다.

지난해 최하위 굴욕을 맛본 롯데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중점을 뒀던 목표 중 하나는 좌완 발굴이었다. FA 고효준과 재계약이 불투명했던 상황에서 왼손 불펜 보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러 후보들 가운데 롯데 허문회 감독이 주목한 이는 데뷔 9년차 무명투수 정태승(32)이었다. 2012년 육성선수로 데뷔한 정태승은 아직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지 못했다. 통산 출전 경기는 단 7게임. 지난해 성적은 1경기 1이닝 3실점이 전부였다.

그러나 정태승은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가 힘을 발휘한 덕분일까. 정태승은 전지훈련 내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롯데 좌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스프링캠프 투수 MVP 역시 정태승의 몫이었다.

최근 스포티비뉴스와 연락이 닿은 정태승은 “다행히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연습경기와 청백전 모두 ‘가운데만 보고 던지자’라는 마음으로 임하면서 만족스러운 성적이 나왔다”면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감각을 개막 전까지 잘 유지해나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신고와 성균관대를 거친 뒤 2012년 롯데 육성선수로 입단한 어느덧 프로 9년차가 됐다. 그러나 매년 1군 문턱의 벽을 넘지 못했고, 늘 주요 전력 외로 분류되곤 했다.

정태승은 “일반 야구팬들 사이에선 내 존재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내부적으로는 여러 해 동안 기대를 많이 받아왔다. 그동안 팀을 거쳐 가신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큰 기대를 거셨다. 그러나 항상 어느새인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말았다”고 과거를 되돌아봤다.

▲ 롯데 ‘좌완 듀오’ 정태승(오른쪽)과 김유영이 호주 스프링캠프 도중 환하게 웃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매번 완벽함만을 추구하려다가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정태승은 지난해 12월 호주 질롱 코리아로 파견돼 일찌감치 올 시즌을 준비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와 함께였다.

정태승은 “올해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최근 주변에선 ‘공이 좋다’며 관심과 기대를 표하는데, 들뜨지는 않으려고 한다. 어릴 때는 이러한 칭찬을 들으면 괜히 설레고 마음이 붕 뜨곤 했다. 그러나 이후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실망감이 너무나 컸다. 이제는 칭찬에도 무덤덤하게 반응하고자 한다”고 달라진 자세를 말했다.

올 시즌 새로 지휘봉을 잡은 허문회 감독고 정태승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좌완이 부족한 전력 구성상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롯데의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좌완투수는 정태승과 김유영(26)뿐이다.

정태승은 이번 전지훈련에서 총 5차례 실전 등판을 소화했다. 호주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와 평가전에선 3경기 2.2이닝 5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고, 6번째 자체 평가전에서도 1이닝 2삼진 무실점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앞선 4번째 청백전에선 1이닝 4안타 3실점하며 과제도 안았다.

정태승은 “기본적으로 감독님을 비롯한 코치님들께선 많은 주문을 하시지 않는 편이다. 딱 한 가지 강조하는 부분은 ‘3구 이내로 빠르게 승부해라’라는 주문이다”면서 “피해 가려는 모습을 정말 싫어하신다. 차라리 안타를 내주더라도 공격적인 투구를 이어가길 원하신다”고 말했다.

이제 사직구장에서 개막을 준비하는 정태승은 끝으로 “그냥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프로로서 마지막이 될 시즌이라 여기고 후회 없이 던지는 중이다. 개막 이후 결과가 좋더라도 들뜨지 않고 준비한 대로만 임하자는 각오를 잊지 않으려 한다”고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