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1년 만에 치른 복귀전이었고, 4년 만에 국내에서 갖는 경기였다. 더군다나 고향 인천에서 가족과 지인들의 응원을 받으며 치르는 경기. 이성현(24·인천 무비)은 링으로 향할 때부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지난 1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MKF 얼티밋 빅터 2015(MKF Ultimate Victor 2015)' 메인이벤트에서 일본의 모한 드래곤에게 3-0 판정승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린 이성현은 경기 후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엄마를 닮아서 원래 눈물이 많다. 등장할 때부터 울컥했다"며 "기분이 좋아서, 감격해서 흘린 눈물이다. 사실 지금도 '눈물' 이야기만 나오면 울음이 터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이성현은 오른쪽 눈의 망막 박리로 수술을 받았다. 한창 뻗어 나가야 할 시기에 체육관에서 샌드백만 두드렸다. 급한 마음은 없었지만, 불안했다. 남몰래 마음고생도 했다.

그래서 그는 이번 경기에 칼을 갈았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4년 전 이성현의 실력이 1이었다면, 지금 실력은 5다. 해외에서 경험을 쌓으며 크게 성장했다고 자신한다. 그 기량을 보여 주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이성현은 여린 마음의 눈물 많은 파이터지만, 링 위에선 냉정한 승부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한 울보라고 할까.

일본 단체 라이즈 챔피언을 지냈다. 지난해 2월 K-1 월드 맥스 준결승전에선 쁘아카오 반차멕과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이날 1승을 추가한 총 전적은 69전 60승 1무 8패.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월드 클래스 킥복서라는 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성현은 그의 예고대로 모한 드래곤을 맞아 한 차원 높은 기량을 뽐냈다. 한 방 KO를 노리고 '붕붕 훅'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상대의 공격을 노련하게 흘리고 카운터펀치를 맞혀 2라운드엔 다운을 얻었다.

이성현은 "한 방만 조심하자고 나섰는데, 의외로 킥이 강력했다. 1라운드에 미들 킥을 맞았는데 막고 있던 팔이 얼얼해져 바로 킥을 차지 못했다. 맷집도 너무 좋았다. 깜짝 놀랐다"며 "역시 만만한 상대는 없다. 방심하지 않았다. 마음을 놓고 있었다면 졌겠지만 방심하지 않아 이길 수 있었다"며 웃었다.

다시 궤도에 들어온 이성현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승수 쌓기에 나선다. "복귀전을 서울도 아닌, 인천에서 뛰게 해 주신 김동균 관장님에게 감사 드린다. (노)재길이 형, 임세일 관장님, (이)찬형이 등 뒤에서 함께 땀 흘려 준 분들께도 고맙다"며 또 울먹인 그는 "일본이든, 중국이든 기회가 되면 경기할 계획이다. 많은 대회에 출전해 또 다른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서 주먹을 쥐었다.

이날 대회 코메인이벤트에선 오두석(32·수원 타이혼)이 일본의 야마구치 마사미치에게 3-0 판정승했다. 펀치에서 로 킥으로 이어지는 콤비네이션으로 야마구치의 허벅지를 공략했다. 투지로 버틴 야마구치는 3라운드가 끝나고 절뚝거리며 제대로 걷지 못했다. 3년 만에 승전고를 울린 그는 "아직 오두석은 죽지 않았다"고 외쳤다.

이성현의 팀 후배 이찬형(22·인천 무비)은 태국의 다웅칸 포 브리룩스를 1라운드에 보디 훅으로 쓰러뜨렸다. 지난달 슬로바키아 원정에서 WKN 인터내셔널 챔피언에 오른 그는 물오른 기량으로 3연승을 이어 갔다. 그는 "스피드에서 내가 앞섰다. 태국 선수와 처음 싸웠는데, 이겨서 기쁘다"고 밝혔다.

전날 2.1kg 초과로 계체를 통과하지 못해 출전이 무산된 이지원은 링에 올라 "상대 선수 조이에와 기다려 주신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 다음에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MKF 프로모션의 김동균 대표는 "드디어 MKF가 메이저 대회로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내년 한국, 일본, 중국, 태국 선수가 펼치는 4강 토너먼트를 계획하고 있다. 60kg, 65kg, 70kg급으로 나누어 진행할 것"이라며 "첫 대회는 4월로 예상하고 있다. MKF가 아시아 최고의 단체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약 1500명의 관중이 찾은 'MKF 얼티밋 빅터 2015'는 14일 KBS N SPORTS에서 생중계됐다. MKF 프로모션 측은 "토요일이었는데, 경기 날 KBS N SPORTS 채널 내에서 시청률이 전체 4위였다. 첫 생중계였는데 고무적"이라며 "방송국 측에서 수준 높은 대회였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 MKF 얼티밋 빅터 2015 메인 카드 결과

[68kg급] 이성현 vs 모한 드래곤
이성현 3라운드 종료 3-0 판정승

[66kg급] 오두석 vs 야마구치 마사미치
오두석 3라운드 종료 3-0 판정승

[62kg급] 이찬형 vs 다웅칸 포 보리룩스
이찬형 1라운드 보디 블로 KO승

[64kg급 KTK 타이틀매치] 박부건 vs 이한별
박부건 4라운드 플라잉 니킥 KO승

[60kg급] 김승열 vs 최종현
최종현 3라운드 종료 3-0 판정승

[62kg급] 최신호 vs 설선수
설선수 3라운드 펀치 TKO승(레퍼리 스톱)

[사진] 이성현 ⓒ정성욱 랭크5 기자 mr.sungc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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