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냥의 시간'이 오는 4월 1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제공|넷플릭스, 리틀빅픽쳐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사냥의 시간'이 결국 넷플릭스로 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극장 개봉을 하지 못한 한국 상업영화가 넷플릭스로 직행한 첫 사례다.

배급사 리틀빅픽쳐스와 넷플릭스는 윤상현 감독의 추격 스릴러 영화 '사냥의 시간'(제작 싸이더스)을 글로벌 OTT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개국에 오는 4월 10일 단독 공개한다고 23일 밝혔다. 한국영화가 극장개봉 없이 VOD서비스를 시작하는 일도 찾기 힘들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되지 않은 상업영화가 넷플릭스에서 단독 공개되는 일 또한 유례가 없다. 이 모두가 코로나19 때문이다. 리틀빅픽쳐스는 공식 입장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험이 계속되고 세계적인 확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이면서 더 많은 관객분들에게 저희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기대 하에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수꾼' 윤성현 감독의 신작인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 배우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등 충무로가 주목하는 젊은 배우들이 한데 뭉쳤다. 지난 제 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호평받았다. 순제작비는 약 90억 원. 베를린국제영화제 참석을 비롯한 P&A 비용으로 약 25억 원이 들었다. 손익분기점이 약 300만 명 선이다.

문화의 날이었던 지난 2월 26일 개봉하려던 '사냥의 시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봉을 닷새 앞둔 시점에서 개봉을 잠정 연기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는 기약 없이 이어졌고, 지난 11일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개봉을 기약할 수 없고, 개봉을 하더라도 제작비 회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결국 리틀빅픽쳐스가 먼저 넷플릭스에 '빅딜'을 제안했다.

리틀빅픽쳐스 권지원 대표는 "개봉 연기 이후 3월 중 개봉을 타진하려 했으나 극장 상황이 너무 나빴고, 정부 권고와 팬데믹 선언 등이 이어졌고 엄청난 금전적 손실이 예상됐다. 무대인사 등 마케팅을 할 수도 없고, 개봉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다"며 "무기한 연기해 개봉일을 새로 잡기에도 여러 변수가 예상됐다. P&A 25억원 가량을 소진한 상황에서 13억 정도가 추가 소요될 것으로 봤는데, 그 역시 회사로서는 부담이었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첫 사례인 만큼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사면초가에 몰려 넷플릭스에 먼저 제안을 했고, 넷플릭스와 조율이 잘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을 고민했다. 베를린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고, 흥행을 기대한 감독님과 배우들, 제작사 모두 힘들었지만, 지금은 천재지변과 같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이미 해외 20여개국에 선판매가 된 터라 콘텐츠판다가 대리한 해외세일즈 선판매 분에 대해서는 그간의 비용과 위약금을 리틀빅픽쳐스가 부담키로 하고 사전 협조요청을 했다. 일방적 계약 해지 통보을 받은 콘텐츠 판다가 반발했지만 리틀빅픽쳐스는 경영상 판단이라 어쩔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권 대표는 "이 모든 게 채 2주도 되지 않은 시간 벌어진 일이다"며 "허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영화를 해외에 제대로 소개하는 차원에서도 아쉽지만 의미가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이미 '옥자''결혼이야기'두 교황' 등 영화를 선보인 바 있다.

한국영화가 극장 개봉은 물론 IPTV공개, VOD서비스도 건너뛰고 넷플릭스 단독 공개로 간 건 '사냥의 시간'이 처음이다. 넷플릭스가 얼마의 비용을 지불했는지는 대외비지만 리틀빅픽쳐스나 제작사가 납득할 수준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로 한국영화 기대작 개봉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된 상황에서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제3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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