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크리스 플렉센 ⓒ 곽혜미 기자, 닉 킹엄 ⓒ SK 와이번스, 마이크 라이트 ⓒ NC 다이노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 kt 위즈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3월 28일 오후 2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가 전국 5개 구장에서 막을 올린다. 지난해 그들만의 리그를 이뤘던 '빅3'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 SK 와이번스가 주력 선수의 이탈로 변수가 커진 반면, 하위권 팀들은 부족했던 면면을 충실하게 보강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끝을 알기 힘든 순위 경쟁이 펼쳐질 것만 같은 기대가 피어오른다. 

144경기 대장정 속에서 개막전은 '144분의 1' 경기일 뿐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상징성만은 작지 않다. 지난해는 우연히도 개막전 승리 팀이 전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10개 구단의 새출발을 이끌 에이스는 그래서 중요하다. 개막전 선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는, 10개 구단 감독이 꺼낸 필승카드를 알아(=추측해) 봤다. 작년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이 새 얼굴이(될지도 모른)다.  

▷잠실 두산 크리스 플렉센 vs 롯데 애드리안 샘슨

두산의 전력이 지난해에 비해 약해졌다는 주장은 조쉬 린드블럼의 이탈을 근거로 한다. 하지만 린드블럼이 빠져 나간 자리를 대신할 선수가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두산은 메츠에서 강속구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플렉센을 제2의 린드블럼으로 본다. 비록 평가전과 청백전이지만 4경기 10이닝 2실점으로 결과까지 좋았다. 

메이저리그 경력만 보면 샘슨이 플렉센 이상이다. 플렉센은 통산 68이닝, 샘슨은 지난해에만 125⅓이닝을 투구했다. 샘슨 역시 청백전에서 안정적인 투구를 하면서 개막전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주 무기는 싱커. 관건은 샘슨을 뒷받침할 롯데 내야가 얼마나 발전했느냐다. 지난해 롯데의 인플레이타구 처리율(DER)은 0.665로 10위였다.    

▲ 벤 라이블리. ⓒ 삼성 라이온즈
인천 SK 닉 킹엄 vs 삼성 벤 라이블리

'변화구 마스터' 킹엄이 김광현(세인트루이스) 대신 첫 경기를 책임진다. SK 내부에서는 킹엄이 모든 변화구를 평균 이상으로 던진다며 잔뜩 기대하는 분위기다. SK행복드림구장을 홈으로 쓰는 투수들에게는 필수조건인 땅볼 유도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헨리 소사의 후임자 리카르도 핀토가 혹독한 적응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킹엄의 적응은 빠르고 확실해야만 한다.  

삼성은 라이블리와 데이비드 뷰캐넌을 놓고 고민하다 '경험자'에게 먼저 기회를 줬다. 라이블리는 지난해 8월 삼성과 계약한 뒤 9경기에 등판했다. 계약 당시부터 이번 시즌을 염두에 둔 영입이라는 말이 많았고, 결국 재계약까지 성사됐다. 단 9경기에 나왔을 뿐인데 SK를 3번이나 만났다. 단 결과는 2패 평균자책점 4.74로 좋지 않았다.  

▲ KIA 양현종 ⓒ 곽혜미 기자
광주 KIA 양현종 vs NC 마이크 라이트

올해 개막전 선발투수를 맡은 국내 투수는 양현종이 유일하다. 국가대표 에이스는 그럴만한 명분이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사령탑을 맡은 맷 윌리엄스 감독이 선수들의 행동을 유심히 보고 결정한 주장이기도 하다. 양현종은 지난해 3~4월 6경기에서 5패 평균자책점 8.01로 난타당했지만 개막전만큼은 6이닝 5피안타 8탈삼진 1실점으로 선전했다. 

NC는 지난해 KBO리그를 경험한 드류 루친스키의 파트너로 새 외국인 투수 마이크 라이트를 영입했다. 이동욱 감독은 캠프를 마치고 돌아온 뒤 청백전 내용으로 1선발을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지금까지는 라이트가 돋보이는 분위기다. 루친스키가 지난 2경기에서 5이닝 6볼넷 6실점으로 부진한 반면 라이트는 2경기 5이닝 2실점(1자책점)을 기록했다. 

고척 키움 제이크 브리검 vs LG 타일러 윌슨

5개 구장 가운데 유일하게 '구관'의 맞대결이다. 마지막 선발 맞대결이었던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브리검이 6⅔이닝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윌슨은 8이닝 8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숨막히는 투수전을 연출했다. 브리검은 4년째, 윌슨은 3년째 시즌을 맞이한다. '장수 외국인 투수'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선수가 어떤 새로운 무기를 갈고 닦았을지도 지켜볼 만하다. 

▲ 한화 워윅 서폴드. ⓒ 곽혜미 기자
대전 한화 워윅 서폴드 vs kt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우여곡절 끝에 호주를 떠나 한국에 안착한 서폴드가 2년 연속 개막전 선발을 맡는다. 지난해 kt 상대로 가장 많은 6경기에 등판했는데 승수는 1승 뿐, 패전이 3번이나 나왔다. 그렇지만 평균자책점은 3.38로 수준급이었던 만큼 kt 상대 개막전 등판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후반기 10경기 평균자책점 1.85의 기세가 이어지기를 한화는 바라고 있다. 

데스파이네는 kt가 11승 투수 라울 알칸타라를 포기하며 꺼내든 승부수다. 구속 외에 나머지 요소, 선발투수로서 완성도는 데스파이네가 낫다는 평가 속에 개막전 선발이라는 중책까지 맡겼다. 다양한 변화구는 물론이고 투구 폼까지 다채로워서 타자들이 까다롭게 여긴다는 말도 들린다. kt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 데스파이네의 활약에 달렸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KBO는 지난 24일 이사회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국민 건강을 위한 정부 시책에 적극 동참하고, 야구팬과 선수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정규시즌 개막을 4월 20일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 등 외국에서 입국한 외국인 선수들을 2주간 자가격리 조치하면서 개막은 더욱 연기될 가능성이 생겼다. 3월 28일 오늘 개막을 기다렸을 선수들, 야구 팬들은 적어도 한 달 더 허전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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