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철 감독은 남은 기간 중 1루수 강백호의 가능성을 타진할 공산이 크다 ⓒkt위즈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그래도 국내 투수들은 괜찮다”

이강철 kt 감독은 29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팀 청백전을 마친 뒤 국내 투수들이 비교적 무난한 페이스를 이어 가고 있는 것에 대해 안도감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개막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투수들은 지금까지 나쁘지 않다”고 중간 평가했다. 개막 연기와 관계없이 선수들은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외국인 투수 두 명(데스파이네·쿠에바스)이 자가격리된 상황에서 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내 선수들은 예정된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고 있다. 국내 선발 중 김민 소형준은 5이닝을 던질 수 있는 몸까지 올라온 상황이고, 손동현도 29일 5이닝을 던졌다. 배제성이 조금 늦기는 하지만 그렇게 뒤처진 상태는 아니라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여기에 시즌 초반 팀 성적의 키를 쥐고 있는 불펜도 괜찮다. 이 감독은 “이대은 김재윤 주권이 나쁘지 않다. 던질 수 있는 만큼 던지고 있다. 하준호도 최근 다른 것을 실험하고 있을 뿐 다시 150㎞를 던질 것”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이보근 정성곤이 조금 더 올라와야 하지만 실전에 들어가면 긴장하는 맛도 있고 더 좋아질 것이다. 필승조가 그대로 이어 갔으면 좋겠다”며 기대를 걸었다. 

다만 아직도 결정하지 못한 포지션이 있으니 고질병인 1루다. 이 감독은 당초 오태곤 문상철을 경쟁시켜 적임자를 찾는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애리조나 캠프까지도 확실히 튀어나가는 선수가 없었다. 여기에 문상철은 옆구리 부상으로 페이스가 떨어지며 경쟁 구도마저 힘을 잃었다. 박승욱이 수비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팀에서 해야 할 일과 박경수 이후를 생각하면 주전 1루수로 매번 나가기는 어렵다.

남은 야수진 운영은 거의 결정을 지은 가운데, 이 감독이 최근 고심 끝에 실험하고 있는 카드가 바로 ‘1루수 강백호’다. 자타공인 팀의 간판으로 우뚝 선 강백호는 최근 1루에서 수비 훈련을 했고, 청백전에도 나섰다.

이 감독은 “결정된 것은 아니다. 구상 수준”이라고 일단 선을 그었지만, 1루 구상을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지난해에도 로하스와 강백호의 1루 전업 가능성을 타진하다 일단 뜻을 접은 경험이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수비는 강백호가 훨씬 낫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1루 사정이 어렵기도 하고, 여기에 외야에는 배정대가 연일 쾌조의 타격감을 선보이며 여유가 생긴 점도 있다. 배정대의 수비력은 팀 내 최고다. 상대적으로 좌우 외야 수비가 약한 kt에는 생각보다 큰 가치를 가진다. 타율이 2할 중반만 넘겨도 3할 타자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게 이 감독의 확신이다. 조용호 송민섭 등 외야 예비 자원도 1루에 견주면 그래도 여유가 있다.

아직 구상 수준이지만 강백호가 1루에 들어가면 오태곤은 벤치에서 다목적 카드로 활용이 가능하다. 내·외야를 겸업시키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그림이다. 즉, 배정대의 타격이 지난해 오태곤 이상이 된다는 보장이 있을 때는 강백호를 1루로 불러들이는 게 팀 전체적으로는 이득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습경기에서 이 구상을 몇 차례 실험할 가능성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 감독은 강백호의 미래 가치까지 두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팀의 간판이자, KBO리그를 이끌어나갈 스타다. 장기적으로 외야수 강백호의 가치가 더 나은지, 1루수 강백호가 더 나을지도 생각해야 한다. 강백호의 생각도 들어봐야 한다. 개막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어느 쪽으로 결정될지 속단은 이르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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