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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하기도, 전우애가 끓어오르기도…" '킹덤2' 주지훈의 고백[인터뷰S]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2020년 04월 01일 수요일

▲ 배우 주지훈. 제공|넷플릭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바다 건너 이들과 화상 간담회는 해 봤어도, 지척에 있는 사람과 랜선 인터뷰는 처음이었다. 그 상대는 바로 배우 주지훈(38).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시즌2(극본 김은희·연출 박인제 김성훈)의 주인공으로 맹활약한 그와의 인터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을 빌려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조금 뿌연 화면에 이윽고 얼굴을 비춘 주지훈은 "지금 되게 신기해요. R2D2 같으세요"라며 랜선 너머에서도 넉살을 떨었다. 새로운 데 흥미를 느끼는 타입이라 재밌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는 것 같아 기분좋다는 인사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 주지훈을 넘어 '킹덤'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면, 주지훈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때는 조선시대의 어디쯤. 그는 적통이 아니라는 열등감에 시달리는 세자 창 역을 맡았다. 죽은 자들이 살아나 산 자들을 무차별 공격하면서 생지옥이 된 위기의 조선에서, 그는 '생사역'들의 공격을 피해 왕권을 탐하는 조씨 일가의 탐욕을 물리치고 나라를 지켜야 한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이, '생사역'이라 불리는 좀비들은 물론 제대로 죽지 못해 괴물이 되어버린 선왕과도 온몸이 피에 젖도록 싸워야 하는 그는 미소 한번 제대로 지을 틈이 없다. 

▲ '킹덤2'의 주지훈. 제공|넷플릭스

주지훈은 전편에 이어 이번 시즌2에서도 묵직하게 제 몫을 해낸다. 세계인의 관심을 한 몸에 집중시킨 갓은 물론 피에 짖은 삼베 두루마기마저 우아하게 소화하는 매력도 어디 가지 않는다.

코로나 탓에 '사회적 거리두기' 하느라 극장 가기도 쉽지 않은 요즘, 때맞추기라도 하듯 공개된 '킹덤'은 한국은 물론이고 190개국 곳곳에서도 관심 속에 호평받고 있다. 최최의 랜선 인터뷰가 진행되는 작품이 '킹덤'이라는 점도 공교롭거니와, '킹덤'의 소재와 이야기도 여러 모로 의미심장하다. 미지의 병원체에 대한 불안, 이야기 곳곳에 숨겨진 정치적 함의, 그리고 희망을 품고서 따뜻한 봄이 오길 기다리는 마음은 '킹덤' 속 세자 이창이나, 랜선 너머의 배우 주지훈이나 다르지 않을 터. 그는 "리액션이 바로 안 와 힘들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때로 진지하게, 때로 유쾌하게 최초의 랜선 인터뷰를 이어갔다.

※다음 인터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시즌1, 시즌2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 배우 주지훈. 제공|넷플릭스
-'킹덤'에 이은 '킹덤2'도 반응이 뜨겁다. 실감나나?

"영화는 관객수, 드라마는 시청률이 나온다. ('킹덤' 시즌2는) 지금 찾아봐야 한다. 반응이 한 달 정도는 돼야 집계돼서 나오더라. 지금은 다행히 시청자 분들이 즐겁게 봐주시는 것 같아 뿌듯하고 감사하다."

-해외 반응도 열광적이더라.

"해외 사는 친구가 자부심을 갖고 연락이 온다. 사람들이 '너 코리안이냐'며 잘해준다고. 개인적일 수밖에 없지만 이런 친구, 선배들까지 좋다고 이야기를 해주시니까. 문자만 봐도 감정이 느껴지지 않나.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흥분해서 하는 게 느껴져서 뿌듯하다."

-'킹덤' 시리즈의 어디가 해외에 어필한 것 같나.

중국 일본과 다르다. 복식 풍경 등등 떠올리는 것과 완전히 다르고, 우리 한국 모든 게 아름답지 않나. 새로운 오리엔탈 느낀 게 아닐까 한다."

▲ 배우 주지훈. 제공|넷플릭스
-'주지훈의 세자는 옳다'는 반응도 나온다. 데뷔작 '궁'에서도 세자이지 않았나. 그때와 지금을 돌아본다면?

"감사하다. 어떤 작품을 찍든 나름의 최선을 다한다. 좋은 말씀을 해주시고 관객분들이 재밌다고 말씀을 해주시면 기분이 좋다.

아무래도 원숙해졌다. '궁' 때는 실제로도 어렸고. 감독님이 저의 풋풋함, 실제로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담아주신 것 같다. 고등학생 왕세자를 표현해주신 것 같다. 지금은 제 나이보다 어린 캐릭터이지 않나.(주지훈의 설명에 따르면 수염도 없는 '킹덤' 속 세자는 10대로 추정.) 어린 캐릭터를 연기하는 원숙한 제가 담겨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닐까."

-'킹덤2'에서 연기하며 가장 신경쓴 부분은.

"액션이 많아졌다. 창이 무사가 아니라 세자 아닌가. 실제로 액션을 하지만 너무 프로같지는 않게, 하지만 리더십있게 이끌어가야 했다.

김은희 작가 글이 보시는 분은 재밌는데 연기하기가 되게 힘들다. 창의 입장에서는 아버지는 저를 낳아준 아버지고 안현은 나를 길러준 아버지다. 내 손으로 낳아준 아버지를 죽였다. 얼마나 패닉인가. 그런데 진정한 아버지라고 생각한 사람이 죽어가며 저에게 다가온다. 죽은 사람을 살려내서 그 안현을 또 제 손으로 죽여야 한다. 그리고 군사들에게 또 설득을 해야 한다. 지금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연기하기 되게 힘들다. 눈물이 터져나와도 울어도 안될 것 같았다. 그런 감정들을 안으로 내재시키고 관객 분들이 보실 때 느낄 수 있게 되게 고민을 했다. 애를 많이 썼다. 그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시즌1 때는 추위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는데, 이번엔?

"이번엔 더위였다. 촬영이 지난해 2월쯤 들어가 8월 13일에 끝났다. 완연한 여름을 났다. 저 한복을 입고 피칠갑을 다 하고, 그러다보니까 아무리 노력하고 도와주고 해도 땀이 나서 번들번들해진다. 배경은 너무 추운 겨울인데, 얼굴이 튀김 먹은 것처럼 번지르르해져서 정리하는 게 일이었다. 또 달콤한 재료로 분장에 쓰는 피를 만든다. 피칠갑을 하니 모기떼가! 한국에 모기가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스태프도 탈진할 정도로 고생했다. 또 상복이 삼베라 표면이 거칠어서 피가 굳어 딱딱해지면 옷을 잡아끌다가 손끝이 다 나가다시피 했다. 그런 고충이 있더라."

▲ 배우 주지훈. 제공|넷플릭스
-김성훈 감독과 박인제 감독, 연출자가 둘이다. 두 명의 감독과 작업하는 건 어땠나.

"저희도 걱정을 했다. 감독님이 달라진다는 것은 관점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이고 디렉션도 달라지고 저희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실상 스케줄이 꼬이는데, 그럴 때 두 분이 현장을 매일 나와주셨다. 엄청난 일이다. 현실적으로 그럴 필요가 없지 않나. 2배의 일을 하신 거니까. 의논하고 나누면서 시간을 줄였고, 빨리 줄어들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런데 예를 들면, 박인제 감독님이 찍고 있으면 바빠 보이니까 앉아 있는 김성훈 감독님이랑 이야기를 한다. 배우가 찍고 있는 감독님 아닌 사람에게 물어보니까 그런 게 웃기기는 했다."

-'킹덤' 시즌2를 보며 스스로 발견한 새로운 얼굴이 있었나.

"엔딩 장면에 살이 좀 쪄 있더라. 망건 옆으로 볼이 튀어나와… 슬쩍 모른 척 해주셨으면 좋겠다."

▲ 배우 주지훈. 제공|넷플릭스
-늘 감정을 눌러담던 창은 결국 무영의 죽음 앞에 통곡한다.

"그런 글이 있더라. 안현과 아빠가 죽었을 때보다 어떻게 더 슬퍼할 수 있느냐. 무영은 생사고락을 함께 했고 어려서부터 함께했고, (배신한) 이유도 납득이 되고. 어쩔 수 없다는 비통함이었던 것 같다. 저도 어쩔 수 없이, 좀비로 변했지만 나의 국민이 죽어나가고 그런 '어쩔 수 없음'에 대한 울분이 터져나온 것 같다. 그 전에 아버지, 안현에 대한 감정까지도 거기서. 아버지와 안현은 어찌됐든 고뇌 속에 제가 선택한 것이었는데, 무영은 손쓸 새 없이 잃었다.

그 장면은 무영이 죽는데 정보 전달도 많이 해줘야 해서 연기하는 난이도가 상당했다. 운좋게 내가 생각한 것보다 감정이 잘 올라왔다. 행운이다."

-얼음을 깨서 좀비떼를 물리치는 클라이막스도 극적이다.

"설정은 저도 신선했다. 그런데 촬영장은 시멘트 바닥이었다. CG도 들어갔고, 당시 계절이 겨울이 아니었다. 환경에 적합한 재질로 눈을 만들었는데 강풍기를 틀고 액션을 하니까 그게 다 너무 눈으로 들어와서 엄청나게 고생했다. 눈에 들어오면 고통이 엄청나다. 안전 등등에 신경을 썼는데도 최상위 고충이었다. 얼음 아닌 곳에서 얼음 연기를 하다보니 미끄러운 걸 표현해줘야 하나 고민도 되더라.

생사역들이 엄청 고생한다. K좀비들이 팔을 안 쓰는 설정이다. 본인들을 보호할 장치가 부족하지 않나. 그분들 고통에 감사드린다. 몹신이 보면 전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엄청 공들여서 찍었다."

▲ 배우 주지훈. 제공|넷플릭스
-'킹덤2'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뭐였나.

"마지막 왕조를 놓고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감사하고, 축복처럼 내려받는 것 같다., 그게 감정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날따라 (김)종수 형이… 너무너무 최고의 배우가 아닌가. 저는 결단, 단단함이라 느끼고 감정신처럼 준비하지 않았는데 종수 형 눈을 바라보니 너무 복받치는 거다. 대사를 못하겠더라. 울음을 참는 버전이 됐다. 그런데 감독님은 다시 했으면 좋겠다고, 눈을 너무 깜박인다는 거다. 울면 안 될 것 같아 참느라 그랬다고 했더니, 감정을 표출하는 방식이 있겠냐 하셨고, 다시 촬영했다. 다시 찍을 때도 종수 형님 바라보는데 죽겠더라. 그렇게 만들어진 장면이다. 그 때 피 묻는 상복이 곤룡포 같다고 엄청 찬사를 보내주셨는데 솔직히 얻어걸린 거 아닌가 했다. 감독님은 의도하셨다는데 저는 몰랐다. 그래서 그렇게 피를 뿌렸구나. 힘들다고 그만 뿌리라 했는데…."

-결말은 마음에 드나.

"저는 그 결말이 좋다. 그 결말이 있어야 시즌3을 암시할 수 있는 거니까. 왕이 되어버리면 저는 '아웃'인 셈이라 그러고 싶지는 않다.(웃음)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까지 시즌1,2를 달려와서 '나는 다르다'를 외쳤다. 권력을 위해서 국민과 사랑하는 사람을 소비하지 않겠다는 개념이다. 무영의 아기, 그 갓난아기를 희생시키기보단. 간단한 감성적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다. 생사초의 비밀도 직접 풀고 싶었을 것이고."(웃음)

-김은희 작가 필력에 감탄한 부분이 있었나.

"시나리오를 사실 비행기에서 봤다. 승룡 선배랑 같이 보면서 '이 역할이 여기서 죽어? 어? 어?' 계속 그랬다. 전지현씨 합류 소식도 나중에 들었다. 대단한 배우지 않나. '전지현씨가 합류한다고 갑자기? 카메오로?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전지현의 시즌3 참여 여부가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다.

"저도 기대된다. 어려서부터 팬이었고, 함께하길 바라는 좋은 배우시다. 그런데 못 만났다. 목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다. 시즌3에는 만나나? 그런데 아직 시즌3도 아는 게 었다. 시청자들이 갈구하셔야 넷플릭스가 움직인다."(웃음)

▲ 배우 주지훈. 제공|넷플릭스
-시즌3 만들어진다면 함께하는 건 당연한 수순일 텐데, 오랫 동안 함께해 온 '킹덤'이란 작품이 주지훈에게 갖는 의미는 뭔가.

"시즌1 때 시즌2 확정이 아니었지만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않아 기대감이 있었다. 매 작품 그렇지만 물리적으로 긴 시간을 같이 하지 않나. 각자 일을 했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자주 만나 논의도 같이 했다. 시즌2도 들어와서 지금까지 2년 넘는 시간을 같이 가고 있다. 얼마 전에 문득 벅차오르더라. 이렇게 긴 시간을 함께한 배우들과 제작진 생각이 나나서 새벽 '갬성'으로 그동안 감사하고 고마웠다고 문자를 했다. 시즌3에 대한 기대를 배우들도 하고 있다. 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직 결정된 게 없는 상황에서 2년의 시간을 마무리하는 느낌이다. 허탈하기도 하고 전우애가 끓어오르기도 했다. 신기한 기분이었다."

-코로나가 한국을 또 세계를 덮친 시기라 '킹덤'이 보다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배우로서도 이 시기 좀비 사극을 선보인 마음이 또한 남다를 것이다.

"아이러니하다. 저희는 이 이야기를 지난해 8월 13일에 끝냈고 2년 전부터 그려왔던 것이다. 그게 시기가 이렇게 맞물려서, 가슴이 아프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지 않나. 작품과 별개로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 가슴이 아프다. 주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고. 어떻게든 이 사태가 빨리 진정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 배우 주지훈. 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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