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곡들을 새롭게 편곡한 프로젝트 앨범을 발매한 장필순. 제공l최소우주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가수 장필순이 기존 곡들을 새롭게 편곡한 프로젝트 앨범 ‘수니 리워크-1’로 돌아왔다. 이를 기념, 그가 제주도에서 새 앨범 소개와 근황을 전해왔다.

장필순은 지난달 31일 유튜브 채널 ‘최소우주’에서 라이브 인터뷰를 진행했다. 해당 인터뷰는 그가 거주 중인 제주도 소길리 인근 카페에서 진행한 것으로, 장필순은 제주도 일상부터 음악 주관, 새 앨범 소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Q. 이전 곡들을 새롭게 편곡해 부르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이 작업을 시작한 지 2, 3년 정도 됐다. 음원으로는 발표됐는데 이번 음반에 실리지 않은 곡도 있다. 왜냐면 계속 진행형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저의 20대 중반부터 30년 넘게 그동안 사랑받은 곡 외에도 제 부족으로 인해 너무 좋은 노래들인데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곡들, 그리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느꼈던 것을 풀어 쓴 노랫말들이 전달되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이제부터 차분히 내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하게 됐다. 

Q.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데뷔곡 ‘어느새’가 앨범 타이틀곡이다.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곡 중 하나인 곡을 좀 멀리하고 살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항상 새로운 음악에 집중하고 마음을 쏟다 보니까 지나간 곡들은 그 자체로서 보석처럼 남아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만’해도 몇 차례 작업했고 통기타 버전도 만들어보고 했고 이번 앨범에도 여러분들이 듣기 원하는 것들을 위해서 세 가지 버전이 들어가 있는데 ‘어느새’는 재작업이 처음이다. 음악의 색은 일렉트로닉하고 하드한 느낌이 있다. 내가 27살 때 이 노래를 했는데 그사이 제 목소리는 더 허스키해졌고 나이도 느껴지는 목소리가 됐다.

Q. 13곡을 먼저 추려 이번 앨범에 수록했다. 이 곡들을 먼저 대상으로 선정한 기준은?

어떠한 기준을 두고 한 것은 없다. 재작업을 하자고 정하고 조동익 선배와 작업을 시작하면서 매 순간 그때 하고 싶은 곡들을 골랐다. 재작업할 곡들을 쫙 선정해 놓고 한 게 아니라 다음 곡을 뭐할까는 제 1집부터 정규, 베스트 앨범, 옴니버스 앨범들을 다시 들어보면서 아 이번에는 이게 좋을 거 같다 하는 곡들을 택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리워크 작업에 동익 선배와 저의 그 순간의 감정을 제일 중시한 거 같다. 그래서 재작업 곡의 싱글 발표 순서가 두서없다.

Q. 이번 앨범은 다시 부르기처럼 옛 히트곡 모음집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고 같은 가사로 다른 노래가 태어난 느낌이다.

앨범에 담은 ‘철망 앞에서’로 얘기해보면 김민기 선배 노래인데 하나음악 시절 지하실에서 녹음한, 어찌 보면 하나음악 식구들이 같이 노래한 작품이다. 김민기 선배님이 부탁하셔서 처음에는 한동준 씨도 있고 안치환 씨도 있고 음악을 오래 같이 한 사람들, 그 안에서 김민기 선배님과 연결고리가 있는 사람들이 함께했고 그리고 그때도 조동익 씨도 같이했었다. 그런데 요즘 몇 년 동안에 주위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저 같은 문외한도 뉴스도 보게 되고 그러더라. 그런데 오롯이 순수한 마음에서 토끼 모양(한반도)의 모든 것이 하나의 마음이 됐으면 하게 된다. 이 노래는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이지만 그 통일이, 보이는 선을 부수는 통일이 아니라 마음의 통일이 필요하다. 정치는 잘 모른다. 이런 말을 드리면 ‘저런 사람이 음악을 한다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예전에 우리나라 대통령을 한 템포씩 늦게 알고 있었다(웃음). 

고 조동진 님이 저보고 ‘요즘 대통령도 잘 모른다’고 하신 일화가 주변에 많이 알려졌을 정도다. 그런데 지금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연령대가 바뀌었다. 그런 분들이 우리나라 삶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까 나도 거기에 동요가 된다. 그동안 생각만 했던 것들을 소통하게 되면서 늦게나마 재미있는 것 같다. ‘철망 앞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 벽을 허무는 노래로 생각한다.

 
Q. ’보헤미안'이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는 여러 가지 버전으로 작업했는데 이유는? 또한 각 버전에서 서로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은? 

여러 버전의 작업은 조동익 선배와 나 둘의 욕심의 결과다. 인디음악하는 친구들을 보면 완벽한 녹음보다 부족한 듯한 사운드 자체를 완벽한 것으로 인정하고 음악을 한다. 나도 그런 것들에 예전에 굉장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스스로를 통기타를 치고 노래는 형편없다고 생각하지만 예전에는 엄청 예민했다. 오토튜닝도 쓰고 싶지 않고 나만의 자부심이었고 노래를 잘한다는 기준을 제 나름대로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다. 근데 점점 철이 들고 하니까 그거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배우게 됐다.  

누구 말씀처럼 소풍을 마칠 때까지 배우는 거 같다. 꼭 책을 보고 어디를 찾아다니고 하는 것보다도 시간이 지나니까 배우게 된다. 그래서 기타 하나로 옆에서 누군가 노래하는 느낌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박용준이라는 친구는 떼레야 뗄 수 없는 보석 같은 존재이며 음악 소울메이트인데 그 친구의 움직이는 손가락만으로도 그 위에 노래를 얹어 보기도 했다. 97년도의 노래에는 그 시절의 느낌이 담겨 있다면 지금은 제주도 소길리의 외딴 허술한 방에서 사운드를 만들어가는 그런 것들을 들려드리고도 싶었다.

우리가 녹음하는 방을 무지개 스튜디오라고 부르는데 새벽 2시 이후에 녹음해야 한다. 개가 짖고 낮에는 조용할 듯하지만 새가 운다. 부엉이도 마주친다. 이런 것에 감사한다. 처음에는 두려움도 있었는데 지금 제가 제주 거주 16년 차인데 더 오래 지낸 분들에게는 햇병아리처럼 보이겠지만 그래도 적응도 많이 했고 저한테는 아주 행복한 공간이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도 그런 감성을 전하고 싶었다. 예전의 제 음악은 아주 도회적이고 도시적이고 그래서 시티팝이라고도 불렸다. 그런 색깔의 음악이 한 켠에 있었다면 제주로 이주해 오고 이 섬에서 만들어진 음악들은 자연스럽고 음악의 품질은 떨어트리지 않되 초록 내음이 날 수 있는 음악이 됐다.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묻어나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인정을 하는 것을 배웠다.

Q. 제주도가 음악에 미친 영향은?

앞에서 좀 얘기하긴 했는데 대중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직도 디테일한 부분은 모르겠다. 내가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것 외에는. 그렇게 지내면서 잃어버린 게 있고 난관들이 여기서도 있었다. 돌아보니 이곳 생활이 음악에 묻어 나오는 것이 불안함은 아니었다. 자연스럽고 평화로움도 보이고 듣는 분들이 하는 얘기가 숲을 느낄 수 있고 바다를 느낄 수 있다고 얘기해주시는 그게 가장 큰 영향일 것이다.

처음에는 여기 원래 사는 분들 만나면 다른 게 있었고 벽이 있었는데 다가설 수 없는 느낌 같은 게 있었다.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폐쇄적인 느낌이었는데 지나고 보면 그게 아니라 어느 곳이나 그런 면을 비판하는 쪽으로 들여다보면 어디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걸 또 너무 긍정적으로 안으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내가 이곳에서 살고 싶다면 있고 싶다면 그 안에서 이걸 받아들이는 것을 어떻게 할지를 공부해가야 한다. 아무튼 이제는 서류상으로는 완벽한 제주도민이다.(웃음)

Q. 작업 환경이 육지와 달라 힘든 점은?

공연이 특히 영향이 있는데 다니기가 쉽지 않아 횟수를 줄였다. 그러다 보니 원치 않게 욕심을 버려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콘서트 같은 무대도 같은 공간에 있으면 진행도 빨라지고 횟수도 한 번이라도 더 무대에서 좋은 음악 할 수 있는 라이브 현장을 만들어 낼 텐데 그런 게 쉽지 않다. 그런 부분은 아쉽다. 

Q. 제주도에 좀 더 문화 프로그램이 많이 생기면 좋을 듯하다.

제주에 멋진 분들이 많다. 육지에서 오신 분들이 보면 재능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다. 재능과 삶이 연결돼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큰 대가를 바라지 않아서 미소가 지어지는 분들이다.

Q. ‘최소우주’에서 음반을 준비 중인 사우스카니발도 제주 아티스트다.

개성 있고 재미있고 재미보다 깊이 들어가서 음악적 고민을 많이 하는 친구들이라 나와는 다른 장르의 음악이지만 공간이 섬이다 보니까 계속 만나게 된다. 제일 중요한 건 음악을 하는 사람의 인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을 바라보는 자세다. 노력도 재능이다. 발레리나 강수진 씨 인터뷰에서 한 말씀인데 재능을 타고난 사람보다 노력을 재능으로 타고 난 사람이 더 앞서가는 거 같다. 사우스카니발이 그런 거 같다.

해야 할 말이 있다. 오늘(3월 31일) 사실 음원은 공개되지만 음반도 나와야 맞다. 음반이 나왔는데 재킷이 원하는 대로 안 돼서 발매가 좀 늦춰졌다. 소통이 잘 안 돼서 그런 건데 제가 제주에 있고 제작소는 서울에 있어서 그런 부분도 있다. 이번 주 안에는 받아 보실 수 있을 거 같고 음악 마니아들이 즐겨 들으시는 LP도 5월 말에는 만나실 수 있을 것이다.

LP 턴테이블을 홈쇼핑에서 판매할 정도로 요즘 L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뮤지션들도 LP로 작업하려는 사람들 많아졌다. 아직 시스템이 많지는 않은데 그게 사라졌다가 부활하는 거다. 저희는 예전부터 하나음악 때도 만들었는데 그때는 독일에 가서 작업해와야 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할 수 있으니까 저나 동익 선배 같은 경우는 많은 양은 아니지만 LP 작업을 계속 할거다.

Q. 유기견 관련된 일도 많이 하고 있다.

제주도에 와서 음악을 만드는 것 외에 중요한 활동으로 유기견 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 프랜들리 핸즈라는 이름으로 하는데 굉장히 많은 참여자가 생겼다. 함께 하는 친구 중에 이효리는 고교 선후배 인연인데 워낙 제주도 오기 전부터 유기견에 관한 인연이 많았다. 지금은 너무 열심히 한다. 집에 8마리 유기견들이 있다. 많을 때는 11마리까지 있었는데 소길리 보호소 소장이 별명이다. 공감해주는 분들은 하겠지만 온종일 마음 쓰는 것들이 많다.

프렌들리 핸즈는 제주에서 실질적으로 구조하는 분들도 있다. 시골에서는 당혹스러운 강아지 상황을 만나게 되는데 줄에 묶인 모습이 구조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다 유기견은 아니지만 몇십 마리를 다 운동시키고 산책시켜주고 그런 분들도 있다. 보여서 움직이는 봉사나 그런 것보다 공인을 비롯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이는 그런 에너지들이 더 강하다. 하지만 그래도 공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은 하고 싶고 생명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관심이 시작이다.

Q. 끝으로 인사 부탁한다.

음악만 했지 다른 것들에는 문외한이었다. 이제라도 이런 유튜브 라이브 같은 것들을 알게 되면 못 들려드린 음악들도 전달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작업에 대한 소통도 좀 쑥스럽지만 좀 더 해보고 싶다. 사실은 여기 앉아 있는 것이 굉장히 쑥스럽다. 그렇지만 마음은 편안하고 여러분 만나서 너무 좋다. 앞으로 매스컴을 통해서 좋아지는 음악들, 요즘 트로트도 다시 붐이 일어나고 아이돌 음악도 계속 사랑받고 있지만 그 여러가지 색깔들 중에 고통을 갖고 음악 창작해내는 친구들도 있는데 이들을 외면하지 않기를 부탁드린다. 저는 선배로서 제 자리에서 소심한 사람이지만 그런 친구들을 응원하고 이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삶으로, 착한 어른으로 살아가겠다.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u_z@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