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유재학(왼쪽) 감독이 1일 서울 논현동 KBL 센터에서 열린 양동근 은퇴 기자회견을 함께했다. ⓒ 논현동,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논현동, 박대현 기자] 한국 남자 농구 '레전드' 양동근(39, 현대모비스 피버스)이 은퇴했다.

우승 반지 6개에 득점 도움 스틸 야투 등 주요 기록에서 통산 10걸에 이름을 올린 한국농구연맹(KBL) 역대 최고 가드가 코트를 떠났다.

양동근 커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16년째 한 팀에서 사제 연을 맺은 유재학(57) 감독이다. 이동이 잦은 현대 프로 스포츠에서 20년 가까이 한솥밥을 먹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

양동근 은퇴에 유 감독도 생각이 많아진 듯했다.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덕담을 잊지 않았다. 농구 인생 2막을 여는 제자의 성공을 확신했다.

유 감독은 1일 서울 논현동 KBL 센터에서 열린 양동근 은퇴 기자회견에서 "17년 동안 (양)동근이를 봐왔다. 성실성은 정말 최고다. (양)동근이는 지도자로도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며 덕담을 건넸다.

▲ 한국농구연맹(KBL) 미디어 데이에 함께 나선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 이종현(왼쪽부터). ⓒ 한희재 기자

양동근은 KBL 역대 최고 포인트가드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그를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유 감독은 어찌 생각하는지 물었다. 

"역대 최고를 논하기보다 다른 면을 더 주목하고 싶다. (GOAT 논쟁은) 시대마다 농구가 다르고, 소속 팀에서 역할, 선수가 지닌 플레이스타일이 다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리 큰 의미 있는 얘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평가보다는 개인적으로 내가 (양)동근이를 평가할 때, (양)동근이는 프로 입단 당시 결코 '특A급' 선수가 아니었다. 이 점을 더 언급해보고 싶다. 양동근은 김주성이나 서장훈, 현주엽과는 달랐다. 그런데 지금 은퇴 시점을 돌아보라. (양)동근이만큼 오랜 세월 변함없이 팬들과 선후배에게 (꾸준히 퍼포먼스를) 보여준 선수가 있었는지 싶다. (양)동근이가 처음 아닌가. 역대 최고 포인트가드인지 아닌지 여부보다 이런 점이 더 부각됐으면 한다."

제자 칭찬을 이어 갔다. 할 말이 많아보였다. 

"(양)동근이는 꾸준함과 (선수로서) 기량 모두 최고다. 여러 면을 종합했을 때 적어도 난 양동근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인격적으로도 (양)동근이는 훌륭했다. 남을 배려나는 마음을 지녔다. 이런 점까지 고려하면 양동근이 정말 최고의 선수였다고 생각한다."

양동근이 은퇴 기자회견에서 등 번호 6번을 배정 받은 얘기를 들려줬다. 신인 시절 남은 백넘버가 3, 6번이었는데 유 감독이 "너 왜 (등 번호) 결정 안하냐" 채근했고 사정을 들은 뒤 "6번 해"라고 딱 지목해서 연을 맺었다고 했다. 

유 감독도 이 에피소드를 기억할까. 6번은 유 감독이 선수 시절 달았던 등 번호다.

"기억 난다(웃음). 난 (현역) 은퇴를 일찍 했지 않나. 이상하게 (양)동근이가 내 번호를 꼭 달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6번을) 달라고 했다."

양동근 없는 유재학호는 상상하기 어렵다. 감독으로서 '선수 양동근' 은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사실 은퇴 얘긴 (그간) 수차례 나눴었다. 2007년 우승했을 때도 은퇴 얘길 했던 것 같다. 물론 구체적으로 나눈 건 아니었지만(웃음). 그땐 '나중에 어차피 너도 지도자를 해야 하니 은퇴 시점이나 유학 문제 등을 잘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눴고. 그래서 막 놀랍다거나 그렇진 않다. 사실 나도 어제(1일) 낮잠 자고 일어났는데 사무국장한테 문자가 와 있어서 그때 알았다(웃음). 덤덤하다."

"(양)동근이가 기자회견에서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난 확신한다. 선수 시절 보여준 성실성만 보면 (양)동근이는 감독으로도 무조건 성공할 것이다. 나와 17년을 같이했다. 내가 (감독으로서) 알고 있는 모든 걸 아는 사람이 양동근이다. 거기에 본인이 살을 덧붙이고 뺄 건 빼서 자기만의 색깔을 구축한다면 정말 성공할 거라고 믿는다. (양)동근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제부터 나도 바빠질 것 같다. 후방에서 (양)동근이를 지원사격해주고 싶은데 거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할 것 같다." 

해피엔딩이라고 말하긴 일러보였다. 둘은 함께한 17년보다 더 긴 시간을 다시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유 감독 말에서, 두 남자의 동행 2막이 기대됐다.

스포티비뉴스=논현동, 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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