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동근은 빅3(연세대 고려대 중앙대) 출신이 아니다. 180cm로 키도 크지 않다. 장점이 풍부한 선수이긴 하나 불세출 재능과는 거리감이 조금 있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농구연맹(KBL) 역대 최고 포인트가드 가운데 한 명으로 커리어를 쌓았다. ⓒ 논현동,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논현동, 박대현 기자 / 이충훈 영상 기자] 한국 남자 농구 '레전드' 양동근(39,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이 은퇴했다.

우승 반지만 6개에 정규 시즌 MVP 4회 수상.

베스트5에 총 9차례 선정됐으며 가드 주요 지표인 득점 도움 스틸 외곽슛에서 모두 통산 10걸에 이름을 올린 한국농구연맹(KBL) 역대 최고 포인트가드.

평범한 신체조건(180cm 83kg)과 운동능력에도 눈부신 커리어를 쌓은 동력이 궁금했다. 그의 은퇴 기자회견이 힌트가 될 듯싶었다.

양동근은 1일 서울 논현동 KBL 센터에서 "17년 동안 후회없이 농구했다"고 했다. 아쉽다는 표현도 종종 꺼냈으나 표정은 홀가분해 보였다.

"농구를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쏘리(Sorry)'와 '땡큐(Thank you)'였다. 외국인 선수한테는 패스를 잘 못 넣어줘서 미안하다 말하고, 내 슛이 빗나갔을 때 풋백 득점이 이뤄지면 고맙다고 말했다. 국내 선수도 마찬가지다. 난 패스를 못하는 가드였다. 그래서 동료에게 '많이 양해해 달라'는 말을 참 많이 했다. 그간 뒷바라지해 준 동료들한테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양동근은 오늘을 살았다. 항상 은퇴를 염두에 두고 코트를 누볐지만 걱정이 선(線)을 넘으면 '그냥 훈련이나 하자'는 마인드로 17년을 보냈다.

"내가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농구했다고는 말 못하겠다. 하지만 나름대론 (꾀 안 부리고) 열심히 했다. 발목 다쳤을 때부터, 그리고 군대 있을 때도 늘 은퇴를 염두하고 뛰었다."

"앞서 은퇴한 형들을 볼 때마다 (내가 은퇴 결심할 땐) 꼭 후회 남기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그게 때로 지나쳐) 걱정이 넘치면 '그런 생각하기 전에 오늘 훈련이나 열심히 하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연습하고 경기에 나섰다. 오늘(1일) 이 자리(은퇴 기자회견)가 만들어진 것도, (17년 선수생활에) 후회가 적은 것도 그(런 습관) 때문이 아니었을까."

양동근과 20년 가까이 한솥밥을 먹은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제자의 성실성을 칭찬했다. '이런 애는 처음 봤고,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말씨였다.

"누가 역대 최고인가 논쟁은 글쎄. 시대마다 (추구하는) 농구가 다르고 소속 팀에서 역할, 선수가 지닌 플레이스타일이 다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런 평가가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난 (양)동근이를 평가할 때 (GOAT 논쟁보다) 다른 면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양)동근이는 분명 프로 입단 당시 '특A급' 선수가 아니었다. 김주성이나 서장훈, 현주엽과는 달랐다. 그런데 지금 은퇴 시점을 보라. 이렇게 오랜 세월 변함없이 팬들과 선후배에게 (꾸준히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 선례가 있었나. (양)동근이가 처음 아닌가."

"꾸준함과 (선수로서) 기량 모두 (양)동근이는 최고다. 여러 면을 종합했을 때 난 (양)동근이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인격적으로도 (양)동근이는 훌륭했다. 남을 배려할 줄 알았다. 성실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지도자로도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오늘에 충실하고 매일 주어지는 과제를 가벼이 여기지 않는 삶. 그리고 동료 배려. 이 두 가지가 커리어 중반까지 정통 포인트가드로서 자질 부족 논란에 시달리고 빅3(연세대 고려대 중앙대) 출신이 아니며 키 180cm에 불과한 가드가 KBL에 굵은 족적을 남긴 연유가 아니었을지. 그의 은퇴 회견을 보며 곱씹어봤다.

스포티비뉴스=논현동, 박대현 기자 / 이충훈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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