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철 감독(왼쪽)과 강백호가 2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청백전 직후 1루수 수비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원, 고봉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kt 위즈의 청백전이 열린 2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

2회초 또리팀 6번타자 강현우의 타구가 1루 방면으로 높게 떴다. 투수와 1루수 사이로 내려오는 애매한 플라이. 타구를 포착한 투수 배제성과 1루수 강백호가 서로 콜을 하며 공을 잡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런데 공이 내려오는 사이에도 둘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충돌 직전. 다행히 배제성이 재빨리 몸을 비켰고, 강백호가 불안정한 자세로 팔을 뻗어 타구를 낚아챘다. 어렵사리 아웃은 잡아냈지만, 덕아웃에선 곧바로 지적이 흘러나왔다.

“(강)백호야, 1루 콜이 너무 빨라!”

이날 빅팀 1루수로 선발출전한 강백호는 2018년 프로 데뷔 후 줄곧 외야수로 뛰었다. 그런데 이강철 감독은 최근 계속되는 청백전에서 강백호를 1루수로 기용하고 있다. 나이가 어린 강백호에게 다양한 경험을 안기고, 전체적인 수비 라인업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에서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다. 특히 고교 시절 투수와 포수로 주로 뛰다가 프로 데뷔 후 전문 외야수를 맡은 강백호로선 더욱 어려운 변신이다.

그러나 사령탑의 신념은 확고하다. 이날 경기 후 만난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가 1루 수비를 잘 보고 있다. 또 1루수를 보면서부터 타격도 좋아졌다. 오늘도 홈런을 기록하지 않았느냐”고 활짝 웃었다.

▲ 강백호가 2일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강백호는 4회말 이상화를 상대로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가운데로 살짝 몰린 공을 특유의 힘찬 스윙으로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정규시즌 경기는 아니라 공식홈런으로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올해 처음 담장을 넘긴 타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처럼 타격까지 살아나고 있는 강백호는 그러나 아직은 마음이 복잡한 표정이었다.

이 감독의 이야기를 듣던 강백호는 “그래도 아직 1루수 전업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2회 플라이 타구도 내가 야구선수니까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레 선을 그었다.

물론 1루수 실험이 가지는 긍정적인 효과까지는 부인하지 않았다. 강백호는 “어린 나이에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하는 일은 좋다고 생각한다. 훗날 어느 포지션을 보든 지금 연습이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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