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탑건:매버릭', '블랙 위도우',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텀', '뮬란', '테넷'. 제공|유니버설픽쳐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워너브러더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할리우드 5대 메이저 영화사가 다가오는 여름 주요 영화들의 개봉을 결국 연기했다. 할리우드가 여름 장사를 포기했다. 그것도 단체로.

글로벌 박스오피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 확산과 함께 이미 주저앉아버렸다. 중국과 미국의 극장은 문을 닫았다. 곳곳에서 그 여파가 나타나고 있고, 3월 극장 관객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85% 급감한 한국도 곳곳에서 위기론이 터져나온다.

AP통신, 스크린랜트 등 여러 외신들은 '할리우드의 2020년 여름 장사가 사실상 끝났다'고 평가하며 우려했다. 관객들을 불러모을 화제작들마저 개봉을 미루거나 취소하며 성수기 여름 시장을 포기한다면 세계 영화시장의 장기 침체는 불보듯 뻔하다. 옵저버는 '코로나 여파에 2021년까지 흔들린다'고 우려했다.

MGM이 4월 개봉하려던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007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11월로 멀찌감치 개봉일을 연기한 것을 필두로 할리우드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미뤘다. 디즈니는 '뉴 뮤턴트'와 마블스튜디오의 '블랙 위도우', 라이브 액션 '뮬란' 개봉을 모두 연기하고 추후 개봉일을 고심하고 있다. 소니 픽쳐스는 마블과 손잡고 만든 안티히어로물 '모비우스', 액션 '고스트버스터즈:애프터라이프' 등 여름 라인업 개봉을 내년으로 연기했고, 8월 개봉하려던 '피터래빗2'까지 개봉을 미뤄놨다. 워너브러더스는 5월 개봉하려던 '분노의 질주:디 얼티메이트'를 연기하고, 7월 개봉하려던 '미니언스2'와 12월 개봉작 '씽2'까지 내년으로 개봉을 미뤘다. 그리고 2일 파라마운트 픽쳐스가 34년 만에 돌아오는 톰 크루즈 주연의 '탑건:매버릭' 개봉을 6월에서 12월로 연기하기에 이르렀다.

현재로선 여름 개봉을 미리 알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 오는 6월에서 8월로 개봉 시점이 밀린 '원더우먼 1984' 정도가 남아있는 할리우드의 여름 성수기 대작이다. 이마저도 일정대로 개봉할 수 있을지 낙관하기 힘들다.

스크린랜트는 통상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과거 경험에 기반해 시장상황, 실적, 시즌, 수요, 경쟁상황 등을 평가해 영화 개봉일을 결정하는데 현재 상황에서 최적의 개봉일을 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각 스튜디오들이 아예 개봉을 멀찌감치 미루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이에 따른 글로벌 박스오피스 영향이 수 년에 걸쳐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 최대 영화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극장들이 이미 기약없이 영업을 중단해 수입이 끊기다시피 한 상황. 더욱이 2020년 촬영해 내년, 그 후년을 준비하는 영화들마저 제작 일정을 확신할 수 없다.

▲ 영화 '반도'와 '영웅' 포스터. 제공|NEW, CJ엔터테인먼트
한국 영화시장도 이미 위기론이 퍼져 있다. 다만 주요 배급사들이 여름을 위한 물밑 작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는 점은 할리우드와 완전히 다른 점이다.

NEW는 '부산행'을 잇는 연상호 감독의 또다른 좀비 블록버스터 '반도'는 이미 2월 말 올 여름 출격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1000만 관객을 모은 탄탄한 전편이 이미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성공을 거둔 터. 이번 '반도'에는 배우 강동원 이정현 등이 가세해 더 커진 스케일과 속도감을 예고하고 있다. 칸 영화제를 통해 첫 선을 보이려던 계획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나, 지난 2일 티저 예고편을 처음 공개한 뒤에는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CJ엔터테인먼트는 독립운동가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삼은 뮤지컬이 원작인 윤제균 감독의 '영웅'을 내놨다. 할리우드가 속속 여름영화 개봉을 미루던 지난달 26일 올 여름 개봉을 확정한다며 포스터와 최초 예고편을 동시에 공개하고 나섰다. 한국 대표 흥행감독 윤제균 감독이 선보이는 한국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로, 뮤지컬 초연부터 주연을 맡은 정성화가 주연을 맡았다.

다른 배급사들은 면밀히 상황을 살피며 극장가 최대 성수기 여름시장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경우 김윤석 조인성이 주연을 맡은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가 여름 텐트폴 영화로 일찌감치 낙점돼 있어, 극장가 6월 정상화 가정 하에 여전히 여름 개봉을 준비 중이다. 쇼박스는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의 재난 코미디 '싱크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밖에도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이 뭉친 메리크리스마스의 '승리호' 등이 대표적인 올 여름 한국 대작이다. 

한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현재의 계획도 여름이 되면 상황이 진정되고 관객이 극장에 올 수 있다는 가정 하의 조건부나 다름없다"며 "여름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라고 난감해 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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