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리그 개막이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사진은 수원월드컵경기장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전 세계 대다수의 스포츠를 멈춰 세웠다. 어려운 시기에도 희망의 등불 같았던 스포츠가 진행되지 않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유럽 축구로만 한정해봐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앙 등 모든 대회가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태로 흘러가고 있다.

▲고통 분담에 들어간 유럽 축구계

이들 리그 모두 TV 중계권, 입장권, 구단 상품, 후원사 수익 등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산업적인 체계가 잡힌 것이다. 만약 하나라도 어긋나면 구단 재정에 큰 손실이 생긴다.

어려움에 동참하기 위해 바이에른 뮌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이상 독일), 유벤투스(이탈리아) 등 주요 구단은 선수들이 자진 임금 삭감을 결의하는 고통 분담에 나섰다.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도 좋든 싫든 임금 삭감으로 고통을 분담했다. 경기장을 코로나19 극복의 전진 기지로 내주는 등 연대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정국이 길어지면 구단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당장 번리(잉글랜드)의 경우 파산 위험으로 내몰리고 있다. 들어오는 고정 수익이 없으니 사무국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고 선수단 임금을 지급도 난항이다.

산업 구조가 나름대로 갖춰진 유럽 리그가 흔들리는데 늘 모기업과 자치단체 의존적이었던 K리그는 문제없을까. K리그는 2월 29일 개막이 무산 된 뒤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3월을 그냥 보냈고 4월에도 열린다는 보장이 없다. 개막 일정을 정해야 하는 이사회가 언제 열릴지 알 수가 없다.

최소 감염병 위기 경보가 '경계'로는 내려와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구성원들의 생각이다. 감염병 위기 경보는  '발생 및 유행'(관심), '국내 유입'(주의), '제한적 전파'(경계), '지역사회 전파 또는 전국적 확산'(심각)으로 나뉜다. 경계 단계만 되더라도 무관중이든 제한적 입장에 따른 개막이든 논의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 연봉 삭감으로 구단 경영 위기에 고통 분담 나선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왼쪽부터)

▲개막 시점 모르는 K리그, 구단 운영 위기 온다

지난달 30일 K리그 대표자 회의에 참석했던 A구단 단장은 "확진자가 전체적으로는 조금씩 감소 추이라고는 하지만, 언제 다시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일이다. 야외 스포츠라 간격을 두고 앉아 관전해도 괜찮을 것 같지만, 만약 한 명의 확진자라도 나오면 그 즉시 중단 아닌가. 그런 오명을 안고 싶은 구단은 아무도 없다"며 신중한 시작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스포츠 산업 측면에서 본다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 그렇지 당장 3~4개월 뒤 선수단이나 임직원 임금 지급을 걱정하는 구단들이 하나둘씩 보인다. A구단의 경우 후원사들의 상황을 살핀 결과 상당히 나쁜 것으로 판단, 계약금의 30~70%만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A시도민구단 단장은 "후원사들을 모았고 후원금도 받았다고는 하지만, 한 번에 받는 방식이 아니지 않는가. 당장 경제 위기가 온 상황에서 나머지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구단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곤혹스러운 일이다. 다년 계약을 했다는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다"고 전했다.

구단 운영비의 50% 이상은 선수단 인건비로 나간다. K리그는 여전히 선수단 인건비가 전체 운영비의 최소 50%, 최대 70%가 되는 구단들이 다수를 이룬다. 거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선수들의 이동이 자유롭고 주변국이 지급하는 몸값이 높아 같이 올려주지 않으면 우수 자원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선수들에게 유럽 리그처럼 임금 자진 삭감을 요구할 수도 없다. 향후 계약에 문제가 생겨 분쟁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나 모기업으로부터 예산을 조달, 고정적인 예산이 확보된다는 것을 선수들이 잘 알고 있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 지난달 30일 열렸던 K리그 대표자 회의. 코로나19에 따른 개막일 미정에 많은 고민이 오갔다고 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업구단은 모기업 위기, 시도민구단은 추경으로 예산 확보는 꿈꾸기 어려워 

그런데 예년과 달리 올해 분위기는 180도 다르다. 기업구단들은 모기업의 수익 악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보수적인 예산 집행으로 다시 판을 짜고 있다.

시도민구단 역시 자치단체가 경제 회생을 목표로 5월 내에 있는 돈을 다 그러모아 서민들에게 지급하는 분위기를 알고 있다. 추가경정(추경)을 통한 예산 확보는 꿈도 꿀 수 없다. 하반기에 추경으로 예산을 추가 지원받았던 구단들 처지에서는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B시도민구단 단장은 "처음에는 관망했지만, 경제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구단 운영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보인다. 선수들의 연봉 상황을 살피고 합리적인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물론 계약이 모두 완료된 상황이라 자발적인 삭감을 강제하기는 어렵지만, 구단 운영에 위기가 온다면 어떤 대책이라도 강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C기업구단도 선수들에게 언젠가는 임금 자진 삭감에 대한 말을 해야 할 시기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삭감하지 않으면 유럽처럼 구단 직원들이 관두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 그렇다. 모기업 예산만 보고 운영하는 시대는 이미 지난 지 오래됐다.

고통 분담을 같이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선수들이 쉽게 따라줄지는 미지수다. 다만, 과거 구단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임직원보다 선수단 임금을 늘 최우선으로 지급했다는 점을 살필 필요가 있다. 구단들이 아무리 어려워도 언제나 선수들이 우선이었다는 뜻이다.

C구단 사장은 "결국,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 것 같다. 사회적 분위기가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거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이해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말로만 지역사회 공헌이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일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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