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30주년을 맞아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를 발표하는 가수 신승훈. 제공| 도로시컴퍼니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누군가는 신승훈을 '발라드의 황제'라 부르고, 누군가는 '가요계의 살아있는 역사'라 표현한다. 어떤 이의 가슴 속에 신승훈의 대표곡이 '아이 빌리브'로 남아있다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는 사랑'으로 기억된다. 모두가 추억하는 신승훈과 그의 노래는 다를 수 있어도, 하나는 같다. 그가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음악 한길만 걸어왔고, 앞으로도 음악 한길만 걸어갈 대한민국 대표 가수라는 사실이다. 

1990년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한 신승훈은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그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아시아 최단 기간 음반 판매량 1000만 장을 기록했고, 한국 가요 음반 역사상 최대 누적 판매량인 1700만 장을 돌파했다. '보이지 않는 사랑'으로 14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기네스에 올랐고, 한국 골든디스크 역사상 최다 수상자이기도 하다. 보유하고 있는 트로피만 500개가 넘는다. 

눈에 보이는 기록만으로도 놀랍지만, 신승훈이라는 이름은 그 자체만으로도 귀감이다. 30년째 흔들림 없이 정상을 지키고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데뷔 30년을 맞은 지금까지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현재진행형 활약이 더욱 그렇다. 30주년을 맞아 발표하는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에도 그에게 영광을 가져다준 히트곡들이 아니라 미래의 신승훈이 갈 길을 미리 보여주는 신곡들을 담았다. 왜 신승훈이 30년째 정상을 지키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 데뷔 30주년을 맞아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를 발표하는 가수 신승훈. 제공| 도로시컴퍼니

"30주년 앨범이라고 해서 과거에 있었던 노래를 다시 리메이크하거나 기념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번 앨범은 스페셜 앨범이고, '땡쓰투' 의미가 크죠. 30년을 사랑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 분들은 제 노래를 수천 번, 수십만 번 듣지 않았겠어요? 몸은 똑같은데 옷만 바뀐 음악이 아니라, 몸도 옷도 바뀐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노력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스페셜 앨범을 내게 됐어요. 시행착오를 겪었던 음악들도 물론 있었죠. 이 앨범에는 제가 했던 것 중에서도 잘했고, 잘할 수 있는 것, 앞으로 발라드를 한다면 하고 싶은 노래를 보여주려고 중점적으로 작업했습니다." 

신승훈은 데뷔 30주년을 맞은 지금에서야 '반환점'을 돈 것 같다고 했다. 데뷔 10년, 20년에도 '음악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다'는 말을 들었다는 그는 "예전부터 그런 얘기를 들으면 '아닌데? 난 평생 할 건데?' 했는데 30주년이 되니 이제서야 반환점인 것 같다. 이제 음악 인생의 반 정도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신인 때부터 처음부터 획을 긋는 것이 아니라 점을 계속 찍다 보면 멀리서 선으로 보여서 가요계에 한 획을 긋는 것처럼 보이고 싶다는 얘기를 계속 했다. 이제서야 신승훈이라는 하나의 선을 그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30주년을 맞은 소회를 전했다. 

'국민가수', '발라드의 황제' 등 신승훈을 수식하는 말들은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신승훈은 자신을 형용하는 수식어들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더 이상 국민 가수가 아닌 것 같다고도 솔직히 고백했다. 그는 "발라드의 황제는 족쇄같은 별칭이기도 하다. 발라드를 했지만, 한편으로는 애증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신승훈이라는 이름을 모르더라도 모두가 저를 알았다면, 요즘은 국민 가수가 아닌 것 같다. 어린 친구들은 저를 모르지 않나. 더 노력해서 국민 가수가 다시 되어야지도 아니다. 그저 노래 좀 갖고 놀 줄 알았던 뮤지션, 가수 신승훈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 데뷔 30주년을 맞아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를 발표하는 가수 신승훈. 제공| 도로시컴퍼니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음악 한길만 걷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특별한 잡음 없이, 별다른 구설 없이 늘 한 자리를 지키는 일은 더욱 그렇다. 신승훈은 "지금도 음악이 너무 좋다. 영원히 산다는 것보다 영원히 남을 만한 뭔가를 만들어 낸다는 게 좋다. 누구에게 평생 남는 추억 같은 음악을 만든다는 게 제게는 소명이었고, 보람도 느꼈다. 음악만 했던 신승훈에 만족한다"며 "제게 30주년의 의미는 열심히 음악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30주년 동안 꾸준히 앨범을 낸 '애씀'에 대해 알아봐 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더블 타이틀곡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 '그러자 우리'를 비롯해 '늦어도 11월에는', '내가 나에게' 등 신곡과 원우-더 필름 등 눈여겨 봐왔던 후배들의 '워킹 인 더 레인', '사랑, 어른이 되는 것' 리메이크곡, '더콜'에서 부른 곡을 오케스트라와 함께 더욱 풍성하게 다듬은 '럴러바이'까지 전부 8곡이 담겼다. 

이례적으로 더블 타이틀곡을 내세웠고, 그 중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는 5분 46초의 길이를 자랑한다. '도입부 몇 초의 승부'로 끝나는 음원 시장의 흐름 속에서 대부분의 노래들이 3분 내외 길이로 나오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신승훈은 "'마이 페르소나스'라는 앨범명처럼 제 페르소나가 누구일까를 고민했고, 제 음악들이 제 분신같은 페르소나라고 생각했다"며 "'남들의 시선 때문에 하면 안돼'라는 생각을 버리고 하고 싶은 건 다 해봤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신승훈의 진정성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데뷔 30주년을 맞아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를 발표하는 가수 신승훈. 제공| 도로시컴퍼니

30년을 한결같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음악을 들어주고 지지해준 팬들 덕분이었다. "이유를 알았다면 그 이유를 이용했을 거고, 지금의 팬들도 다 떠났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떤 신승훈은 "운도 좋았고 의리있는 팬분들도 많았다. 그 팬분들께 실망을 안 주려고 꾸준히 음악을 썼던 것 같다"며 "이번에는 신승훈이 또 어떤 음악을 전달해 줄까 기대를 드리려고 했다. 늘 팬분들께 감사하고, 팬 여러분들 정말 사랑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30년이 지금의 신승훈을 만들었다면 앞으로의 30년은 또 다른 신승훈의 역사를 만들어 갈 터다. 슬플 때, 힘들 때, 행복할 때 많은 이들을 위로하고 북돋웠던 신승훈의 음악들은 반환점을 돌아 새로운 장을 맞았다.

"진짜 할 건 다 해봤어요. 제 노래를 들으면서 사랑과 이별을 했던 그 친구들이 이제는 삶의 무게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어요. 제가 벌써 30년이나 된 가수인데 '힘내세요' 말로 하는 것보다 노래로 소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노래를 공개하고 나서 댓글 중에 기억이 남는 게 있어요. '난 안 힘든 줄 알았는데 이 노래 들으니까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 그래서 힘든 줄 알았다'는 댓글을 봤거든요. 많은 분들을 위로하고 같이 울어줄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여러분들과 30년을 함께한 사람으로서 비록 4분 정도밖에 안되는 노래라도 위로와 공감이 되는 노래를 하고 싶어요. '렛잇비' 같은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위로, 위안을 주는 노래, 바람직한 노래를 만들어 내는 게 제 소명인 것 같습니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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