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터트롯'에 출연한 김호중. 제공|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이미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지만, 김호중의 삶은 영화 그 자체다. 어려운 가정 환경으로 방황했고, 돌이킬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져 있었던 무렵 참스승을 만나 삶의 방향을 바꿨다. 우연히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고등학교 파바로티'로 주목받았고, 독일로 유학까지 갔다. 성악가로 활동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음악을 갈망하던 그는 '미스터트롯'을 만나 또 한 번 도약했다. 최종 4위로 '미스터트롯' 대장정을 마친 김호중은 이제 남녀노소가 사랑하는 목소리로 더 화려하게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 경연을 모두 마치고 만난 김호중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팬들의 사랑 속에 '미스터트롯' 경연 당시보다 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는 그는 "'미스터트롯'이 끝나도 끝난 것 같지가 않다. 오히려 지금이 하나의 시작인 것 같다. 방송도 하고 인터뷰도 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웃었다. 

김호중은 트로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각오로 '미스터트롯'에 출연한 것은 아니었다. '미스트롯'은 장르에 상관없이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고민을 하던 김호중을 깨웠다. '미스터트롯' 공고가 뜨자마자 접수했다는 그는 "'미스트롯'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끓어오르더라. 공고가 뜨는 날 바로 접수했는데, 나중에 제작진 분들이 제가 참가자들 중에서도 10번 안에 접수증이 도착했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 했다. 

▲ '미스터트롯'에 출연한 김호중. 제공|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성악가로 활동하면서도 김호중은 대중성을 고민해 왔다. 이 고민은 사실 유학 시절부터 시작된 오랜 숙제였다. 발라드 곡도 발표하고, 래퍼들과도 앨범을 냈지만, 김호중은 음악에 대한 고민을 좀처럼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미스터트롯'은 김호중이 그간 앓고 있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줬다. 이제껏 부르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음악들은 그의 목소리와 만나 파괴력있는 힘을 발휘했다. 김호중에게 확신과 자신을 가져다 준 순간들이었다.

진에 오르지 못했어도 아쉬움은 없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의 즐거움은 김호중에게 충분한 양분이 됐다. 진성의 '태클을 걸지마'부터 주현미의 '짝사랑', 조항조의 '고맙소'까지 다양한 무대를 꾸미는 자신을 보며 '잘 즐기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는 그는 "우승이라는 하나의 트로피도 좋지만 저는 2만 3000~4000분 정도가 각자 주신 트로피가 제 마음 속에 있다. 그래서 크게 아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호중은 '미스터트롯' 종영 직후부터 신곡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4월 안에는 진시몬의 노래 '너나 나나'를 리메이크해 발표할 예정이고, 정규 앨범 작업에도 들어갔다. 진시몬의 '너나 나나'는 김호중이 부를 뻔한 노래로 인연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같은 공연 출연자로 진시몬과 처음 만난 김호중은 현재까지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김호중은 "'너나 나나'는 진시몬 형이 '보약 같은 친구' 이후 만드신 곡이었는데 처음 만드셨을 때 성악 버전으로 부르면 멋있고 재밌겠다고 해서 제게 불러보라고 하신 적이 있다. 제가 그때 좀 더 잘 불렀으면 제가 썼을 것 같기도 하다"고 너스레를 떨며 "언젠가 한 번 그 곡을 꼭 부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미스터트롯의 맛'에서 제2의 인생곡으로 부르게 됐고, 음원으로도 발표하게 됐다"고 리메이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 '미스터트롯'에 출연한 김호중. 제공|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정규 앨범은 이제 막 시작 단계지만 팬들이 만족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 영화같은 삶을 살아온 김호중은 자신이 느낀 희로애락을 빼곡하게 담아 '인생의 압축판' 같은 음반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프로듀싱을 맡은 알고보니 혼수상태 역시 SNS를 통해 '김호중 인생의 일기장을 고급스럽게 써내려가겠다'는 마음가짐을 밝힌 바 있다. 

김호중은 "알고보니 혼수상태 두 분이 '고맙소' 작곡을 하신 분들이고, 정말 많은 유명한 곡을 쓰셨다. 두 분과는 예전부터 인연이 있었는데 만나서 놀면서도 음악적인 얘기를 많이 했다. 한 분은 클래식을 전공하셨고, 또 한 분은 재즈를 전공하셔서 만나면 놀랍도록 저와 코드가 비슷했다. 편하게 만나서도 제가 하고 싶은 멜로디가 있다고 하면 연주해 주시고, 일 얘기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잘 통한다. 모든 노래가 제 얘기를 하는 건 아니겠지만 한 편의 자서전처럼, 또 책처럼 진솔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랑, 이별 등 평범한 우리가 겪는 이야기들이 들어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미스터트롯' 이후 김호중을 둘러싼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트바로티'라는 영광의 수식어, 쏟아지는 방송 러브콜 등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은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무한한 사랑을 쏟아주는 팬들이다. 김호중은 자신의 팬들을 '식구'라고 불렀다. 

"팬분들은 제가 앞으로 활동하는데 100%의 동력이에요. 저는 그 어떤 단어보다 '식구'라는 단어를 좋아하는데, 팬분들이 제게는 '식구'죠.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이 분들께 보답을 할 수 있을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제가 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진짜 보답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은 방향성을 가지고, 좋은 음악을 하고, 좋은 활동을 보여드리는 게 보답이지 않을까 합니다." 

▲ '미스터트롯'에 출연한 김호중. 제공|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김호중은 매일 팬카페에 들러 이 식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자신에게 울타리가 돼주는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가 하면, 팬들이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도움이 될 노래를 추천하기도 한다. 김호중은 "옛날 감성일지는 모르겠지만 7080 라이브 카페, 음악감상실 이런 곳에서 차를 마시면서 듣고 싶은 노래를 듣는 걸 좋아했다"며 "그 음악감상실의 DJ처럼 제가 일일 DJ가 돼서 노래를 추천해 드리는 거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 제가 들었던 음악들을 같이 공유한다는 게 좋다. 팬분들이 노래를 추천해 주시기도 한다. 최근에 해바라기의 '이젠 사랑할 수 있어요'를 팬분이 추천해주셨는데 원래 해바라기 선생님들을 워낙 좋아하지만 노래가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이제는 한가족이 된 팬들을 위해 좋은 음반, 좋은 활동으로 보답하고 싶다는 것이 김호중의 각오다.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팬미팅도 준비하고 있다. 김호중은 "팬미팅을 멋있게 빨리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19가 지나가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안에는 무조건 하겠다. 많은 팬분들과 만나고 싶은데 만나지 못해서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지켜야 할 건 지켜야 한다. 저희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캠페인 송을 불렀는데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나. 지금은 만날 수 없지만 빨리 사태가 정리가 된다면 멋진 곳에서 우리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했다. 

김호중이 '미스터트롯'에서 처음 불렀고, 예선 진의 영예까지 안은 노래는 진성의 '태클을 걸지마'다. 김호중의 오리지널 곡은 아니지만, 그가 부른 '태클을 걸지마'를 듣다 보면 '가수는 노래 제목을 따라간다'는 가요계의 오랜 공식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 한때 삶의 무게 견디지 못해 긴긴 세월 방황 속에 청춘을 묻었다'면서도 '지금부터 뛰어, 앞만 보고 뛰어'라고 다짐하는 가사는 김호중의 실제 이야기를 꼭 닮았다. '미스터트롯'으로 또 한 번 자신이 희망과 용기의 증거임을 입증한 김호중은 '태클 없을' 그의 삶을 응원하게 만든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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