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인 김혜영(오른쪽)이 33년 만에 MBC 표준FM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를 떠나는 소감을 밝혔다. 제공|MBC
[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한 번의 눈물로 털어내기에는 너무 긴 만남이었다. MBC 표준FM '싱글벙글쇼' 김혜영은 작별 소감을 전하며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6일 김혜영은 스포티비뉴스에 "오프닝할 때부터 눈물이 나더라. 참는다고 참아지는 것이 아니었다"며 33년 동안 진행한 '싱글벙글쇼'를 떠나는 소감을 말했다. "담담한 마음을 갖자고 '싱글벙글쇼' 20주년부터 생각했는데"라며 이내 청취자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을 쏟고 말았다.

강석, 김혜영이 진행했던 '싱글벙글쇼'는 MBC 라디오 봄 개편을 맞아 오는 11일부터 방송인 정영진과 가수 배기성으로 DJ가 바뀐다. 6일 낮 방송부터 강석과 김혜영은 정든 청취자들에게 DJ 교체 소식을 전했고, 김혜영은 끝내 방송에서 울먹이며 청취자들과의 작별을 준비했다.

김혜영은 1987년 1월 16일부터 '싱글벙글쇼' DJ로 낙점됐다. 김혜영은 "당시 '안녕하세요. 김혜영입니다'를 해보라고 해서 말했더니, 그 다음 날부터 생방송을 했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하게 된 셈이다. 당시에는 라디오를 3, 5년 하면 길게 한다고 생각했었다"며 첫 방송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오늘 하루 즐겁게 하자'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긴 세월이 됐다. 참 아주 즐겁고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김혜영이 '싱글벙글쇼'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은 지난달이다. '싱글벙글쇼'가 20년을 넘기면서 언제건 작별의 순간을 마음에 담고 있었던 김혜영은 "한 달 전에 제작진이 먼저 이야기를 해줬다. 우리에게 알리지 않고 후임을 찾는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그래 그만둘 때가 됐지'란 마음은 항상 갖고 있어 담담하게 받아들였었다"고 밝혔다.
▲ 방송인 김혜영(왼쪽)이 33년 만에 MBC 표준FM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를 떠나는 소감을 밝혔다. 제공|MBC

담담한 작별을 마음먹었지만, 머리와 마음은 달랐다. 그는 "막상 작별의 순간이 다가오니 순간순간 울컥하는 게 있었다. 잘 참고 있는데 오프닝하면서 청취자의 말을 듣다 보면 진정이 되지 않았다. 한 번 확 울고 마는 것이 아니라 소가 되새김질을 하듯 그렇게 되는 것 같다"며 내내 목소리에서 물기가 묻어났다.

김혜영은 "나는 '싱글벙글쇼'를 오래 해왔다. 1981년 MBC에 공채 3기 개그맨으로 들어와서 나는 39년이나 MBC에 몸을 담고 있었으니 '잘렸어'가 아니라 정년퇴직을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직장인보다 오래 근무했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싱글벙글쇼'에는 스물여섯에서 쉰아홉이 된 김혜영의 청춘이 고스란히 담겼다. '싱글벙글쇼' 진행을 하느라 여행도 제대로 가질 못했다. 아이 둘을 낳고서도 보름 만에 돌아와 다시 마이크를 잡았고, 신장 수술을 해서 입원을 했던 시기 외에는 줄곧 '싱글벙글쇼'와 함께했을 정도로 애정이 남달랐다.

김혜영은 "내 신체적 변화, 가족의 변화 등이 있었지만 '싱글벙글쇼'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내겐 변함이 없다. '싱글벙글쇼'는 늘 사랑이었다. 힘든 일이 있고, 아프고, 부모님을 잃는 등 슬프거나 괴로울 때도 '싱글벙글쇼' 의자에 앉으면 항상 웃게 되더라. '싱글벙글'해지더라"며 "'싱글벙글쇼'는 내게 사랑이었다. 내가 여태 방송을 할 수 있게끔 해준 버팀목이었다"라고 강조했다.

33년을 함께 마이크를 잡았던 강석과의 이별도 아쉽게 됐다. 두 사람은 일부 청취자가 부부로 오해할 정도로 찰떡같은 호흡을 과시했었다. 김혜영은 "청취자가 만들어준 부부였는데 우리가 '졸혼'을 할 시기가 왔다"며 웃었다. 그는 "각자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며 많은 분에게 사랑받은 것을 잊지 않고 착하고 선하게 살고자 한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혜영은 "'싱글벙글쇼'가 끝나면 이제 점심시간에 밥을 먹을 수 있게 된다. 원래 방송이 끝나면 여행을 가려고 했었다. '싱글벙글쇼'는 내가 해야만 할 것 같아 그동안 여행을 가질 못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아무래도 여행 떠나는 건 뒤로 미뤄야겠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대신 '싱글벙글쇼'를 하던 시간에 여의도 공원을 동네 친구와 함께 두 바퀴씩 걷기로 했다. 뭔가를 하며 마음을 다잡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의 하차 소식을 들은 지인들은 김혜영을 대신해 눈시울을 붉히기도, 더러 그를 안아주며 오랜 시간 묵묵히 마이크를 잡았던 그의 노고를 위로했다. 김혜영의 남편은 집에서 더 오래 머물게 된 아내를 위해 당장 마지막 방송일 다음 날부터 집을 수리하기로 했다.

33년 간의 '싱글벙글쇼' DJ 생활을 마무리하며 김혜영의 눈과 귀에 가장 밟히는 것은 단연 청취자들이다. 김혜영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야기를 하다가도, 청취자 사연에 관해 말을 할 때면 이내 다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김혜영은 "추가열, 박구윤과 하는 마지막 시간이라고 소개했었는데 청취자가 '어떤 새로운 코너를 만들려고 이분들과 작별하냐'고 하는 거다. 어떤 새로운 코너가 될지 기대가 된다는 문자가 와있는데….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고 가슴 아파 했다.

그는 "청취자가 있어 '싱글벙글쇼'가 빛났다. 청취자의 문자, 인터넷 메시지와 사연, 엽서 이런 것들 덕분에 방송이 이뤄졌다. 청취자가 이끌어줘서 롱런할 수 있었다. 우리는 중간 역할밖에 하는 것이 없었다"며 거듭 고마워했다.

김혜영은 "라디오는 그냥 들어주는 사람이 내 편이 되어주는 게 있다. 내가 부족하거나 어색해도 그걸 다 보듬어주며 무한대로 사랑을 주는 사람들이 청취자였다. 마음 같아선 모두의 얼굴을 보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포옹하고 싶다. 당분간은 울 것 같다"며 간신히 말을 끝맺었다. 

김혜영은 강석과 함께 '싱글벙글쇼'를 맡아 유쾌한 입담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았다. 그는 '싱글벙글쇼' 진행을 하며 1997년 MBC 브론즈 마우스상, 2003년 MBC 연기대상 라디오 최우수상, 2007년 MBC 골든마우스상, 제17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TV진행자부문 라디오 진행자상, 2014년 MBC 방송연예대상 라디오부문 최우수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 sohyunpark@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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