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을 넣고 포효하는 이동국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전주, 이성필 기자] "말 많이 말. 말 많이 해줘." (송범근 전북 현대 골키퍼)

"볼 온다. 전방부터 압박해." (노동건 수원 삼성 골키퍼)

전반 시작 후 녹음된 팬 응원가가 송출되는 가운데 선수들의 목소리는 더 생생하게 들렸다.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1라운드 전북 현대-수원 삼성의 개막전 풍경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지만, K리그는 달랐다. 언제라도 코로나19가 발병해 영향을 받는다면 멈추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라운드를 부누비는 22명의 선수와 대기 명단에 있는 자원들, 4명의 주, 부심, 대기심을 제외한 모두가 마스크로 무장했다.

팬들의 응원이 없으니 전북 구단은 응원가 녹음본을 틀었다. 공격을 시도하면 "전북FC 알레~ 워~"라며 응원 구호가 나왔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엠프 사용은 금지 됐지만, 무관중 경기 시에는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고 전했다. 균형이 맞지는 않아도 홈 운영의 편의에 따라 충분히 활용 가능했다.

어색한 인공음은 계속됐다. 골이 터지지 않으니 장내 아나운서의 선수 교체나 기본적인 안내 멘트 외에는 녹음된 팬들의 목소리만 들렸다. 다음 경기 소개 등 관중이 있었다면 할 이야기들은 그대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진짜처럼 들리는 순간이 왔다. 0-0으로 맞서던 후반 38분 이용이 왼쪽에서 연결한 코너킥을 이동국이 머리로 받아 넣었다. 순간 스피커에서는 전북의 유명한 응원가인 "오오렐레~오오렐레"가 퍼져 나왔다. 팬들이 있었다면 서로를 붙잡고 좌우로 몸을 흔드는 장면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이동국은 코너 부근으로 뛰어가 의료진을 향해 '덕분에 챌린지'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의료진 덕분에 무관중이라도 뒤늦게 개막을 해서 축구를 할 수 있음을 몸으로 보인 것이다. 베테랑 이동국의 한 방이 전북을 살리고 의료진에게 힘을 줬다.

 

스포티비뉴스=전주,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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