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전에서 승리한 강원FC ⓒ강원FC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2020시즌에도 강원FC는 색깔이 확실한 전술 때문에 주목을 받는다. 수비력 좋기로 소문난 FC서울에 선제 실점하고도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던 원동력. 이른바 몇 가지 키워드로 '병수볼'을 조금 더 알 수 있다면 다음 경기들을 더 알차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강원FC는 지난 10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1라운드에서 서울에 3-1 역전승을 거뒀다. 박동진에게 실점했지만, 김지현, 조재완, 김승대의 연속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축구가 거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약간의 아이디어가 있다. 어떻게 하면 공을 빠르게 주고받을까의 문제가 중요하다. 작년보다는 조금 속도가 나야 할 것이다. 페널티지역 안으로 투입해야 하는 것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상대에 따라 좋은 점, 나쁜 점은 있다. 승리했다는 것에 만족한다" - 김병수 감독

▲ 싱글벙글 김병수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 숫자 싸움과 변형 스리백

강원은 지난 시즌에도 정형화된 전형이 없었다. 포백과 스리백을 오갔다. 전문 중앙수비수 1명에 측면 수비수가 함께 짝을 이룬 특이한 스리백도 썼다. 고정적인 포지션 대신, 상황에 맞게 선수 배치를 하겠다는 의미였다. 즉 '숫자 싸움'이 핵심이다.

서울전의 경우 일단 '포백'으로 나섰다. 역시 경기 중엔 변화무쌍했다. 신광훈은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출전했지만, 빌드업 과정에선 수비형 미드필더인 한국영과 중앙에 섰다. 후방은 김오규-임채민-김영빈이 지켰는데 넓게 벌려섰다. 왼쪽 측면 수비수로 나선 김영빈은 상주 상무 시절에도 스리백의 한 축을 맡기도 했다.

중원에 수를 늘렸지만 전반전에는 서울의 수비에 고전했다. 서울이 5-3-2로 수비 숫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측면 공격수 조재완과 정석화가 윙백의 압박에 반복적으로 밀려나왔고 박동진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약간의 변화로 중원에 숫자를 조금 더 늘렸다. 최후방엔 김오규, 임채민만 남고 신광훈, 김영빈 두 풀백이 측면에서 공격적으로 나서는 빈도가 늘었다. 신광훈-김영빈은 중앙-측면, 후방-전방을 연결하는 위치에 섰다. 두 선수의 공격 관여가 많았다는 뜻이다. 신광훈이 공격 진영에서 15개, 김영빈이 12개 패스를 기록했다. 이는 이는 이영재, 김승대(이상 16개), 조재완, 정석화(이상 14개) 등 공격수와 비슷한 수치다. 두 풀백의 도움 덕분에 조재완과 정석화는 전방에서 한결 쉽게 공을 받을 수 있었다.

▲ 숫자 싸움에서 중요한 임무를 맡는 신광훈 ⓒ한국프로축구연맹

◆ 공간 창출과 침투

빌드업이 잘 된다면 이젠 골을 넣어야 한다. 강원은 점유, 세밀한 패스 전개, 공간 활용, 3자 움직임까지 지공에서 강한 팀이었다.

올해 합류한 스트라이커 김승대는 중앙에 머무르지 않았다. 측면과 후방으로 자주 움직이고 원터치로 동료에게 연결해줬다. 단순히 '득점'이 아니라 '공간 창출'이란 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수비수들은 '공격수' 김승대를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김승대가 수비를 끌고 나온 공간을 다른 선수들이 활용할 수 있다.

후반 7분 김지현의 동점 골 장면에서도 김승대의 움직임은 확인할 수 있다. 측면에서 이영재, 정석화, 신광훈이 교차하면서 서울의 수비진을 흔든다. 김승대가 공 쪽으로 접근하자 김원식이 따라붙는다. 그 뒤에 공간이 넓어지는데 김지현이 찬스를 놓치지 않는다. 간격 유지가 강점인 서울이 흔들렸다. 김 감독은 "김지현이 후반에 들어가 골을 넣으면서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 공격 2선

강원은 지난 시즌 56득점으로 리그에서 공격력이 3번째로 강했다. 하지만 득점 20위 안에 든 선수는 김지현(10골)이 유일했다. 최전방에 의존하는 대신 다양한 공격 루트로 골을 만들어냈다는 뜻이다.

그래서 공격 2선의 다양성이 중요하다. 서울전에서 내세운 전형은 4-3-3이었다. 좌우 날개로는 빠른 발과 개인 돌파 기술을 갖춘 조재완과 정석화가 배치됐다. 그리고 밀집 수비를 깨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개인 돌파다. 전반 13분 만에 조재완이 고광민 돌파에 성공하면서 만들어낸 장면은 드리블러의 힘을 확인하게 한다.

후반, 김 감독은 교체 카드를 쓴다. 답답한 중원 사이에서 고군분투한 서민우 대신 김지현을 투입했다. 김지현은 최전방과 측면 모두에 배치 될 수 있다. 측면을 돕고 김승대가 후방으로 내려오면 최전방 공격수처럼 전진했다. 선수들의 위치를 바꿔가며 혼란에 빠뜨리기에 적당한 카드였다.

또 한 명의 중요한 카드는 이현식이었다. 이현식 역시 활동량이 많고 중원과 측면을 모두 오가는 선수로 미드필더 성향이 강하다. 1대1 돌파를 시도하는 대신 높은 지역에서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공격하는 데에 더 적합했다. 조재완의 환상적인 결승골은, 이현식이 공간에 넘겨준 패스를 김승대가 잡으면서 시작됐다. 

강원은 공격 2선 조합을 다양하게 꾸려가며 상황에 맞춰갈 수 있다. 서울전에는 작은 부상으로 결장한 고무열도 있다.

▲ 드리블러 조재완은 '회오리 감자 슛'으로 득점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전방 압박

강원은 후반전 골을 넣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야 했다. 후반 초반부터 좌우로 방향을 바꾸며 수비를 휘둘렀다. 자연스레 수비 라인이 전진해 역습을 대비해야 했다.

강원은 늘 그렇듯 전방 압박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최전방에서 시작되는 전방 압박 덕분에 계속해서 서울을 괴롭힐 수 있었다. 강원은 64%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서울의 역습을 최소화했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최용수 서울 감독 역시 압박에 대한 대처 미숙을 패인의 하나로 꼽았다. 알리바예프-오스마르-주세종으로 연결되는 중원에서 공을 지키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최 감독은 "미드필드에서 조율하는 면에서 알리바예프와 주세종이 조금 부진했던 것 같다. 중원 싸움에서 많이 밀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드필더 알리바예프(56%), 주세종(74%)의 패스 성공률이 뚝 떨어졌다.

◆ 역습과 김승대

강원에 추가된 공격 방식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역습이다. 조재완과 김승대의 득점 모두 역습에서 나왔다. 역습은 힘을 아끼면서도 골을 넣을 수 있는 방법이다. 단적으로 김승대의 3번째 골 득점 당시 골문까지 전진한 선수는 김승대 한 명뿐이었다. 반면 서울의 수비수는 서너 명이 김승대의 뒤를 쫓아야 했다.

김 감독은 "김승대의 골이 작년부터 아주 하고 싶었던 (형태로 넣은) 골이다. 그런 면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3골 다 기쁘지만 김승대가 역습에 관여해 득점해서 기분 좋게 생각한다"라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강원은 지난 시즌 역습 찬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발 빠른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비를 잘하고도 언제나 지공으로 공격을 전개해 되려 역습의 '희생자'가 되곤 했다.

김승대 영입은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김승대는 폭발적인 주력, 공간을 읽는 눈, 패스에 맞춰 침투하는 타이밍까지 수비 뒤를 노리는 데 최적화된 선수다. 상대 수비가 자연스럽게 엷어진 순간을 노려 골을 넣을 수 있게 됐다. 공간 활용이 좋고 간결하게 압박을 풀어내는 능력이 뛰어난 강원이 즐길 만한 공격 방식이다.

경기 운영상 이점도 크다. 강원이 리드를 잡을 때 상대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 뒤를 노릴 수 있다면 손쉽게 차이를 벌려나갈 수 있다. 서울 역시 전진하다가 김승대에게 뒤를 내줬다. 김승대의 존재로 강원은 힘을 아끼면서도 다득점을 노릴 수 있는 팀이 됐다.

▲ '라인 브레이커' 김승대(가운데)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