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전에 나선 전북 선수단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전북 현대의 K리그 개막전은 만족감보단 보완점을 발견한 경기가 아니었을까.

전북은 8일 '전주성'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0 개막전에서 수원 삼성을 1-0으로 이겼다. 이동국이 후반 38분 귀중한 결승 골을 기록했다.

점유율 59%에 슈팅만 16개. 전북이 일방적으로 주도했지만 승리했지만 시원한 맛은 부족했다. 그간 전북이 보여줬던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를 생각하면 만족하기 어려울 것이다.

쉬운 핑계는 외부에서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개막이 연기되면서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았다. 경기 역시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베테랑 이동국도 "데뷔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낯설었다"며 어색했다고 말했다. 또 수원이 경기 초반부터 뒤쪽에 무게를 둬 전북이 공격할 공간이 없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고민은 전북 내부에도 있다. 지난 시즌 구사했던 선이 굵은 축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데다가, 새로운 대안도 제시하지 아직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달라진 선수 구성과 경기 운영 방식을 되짚어봐야 한다. 

◆ 페널티박스 내 유효 슈팅 부족, 여전한 크로스 의존도

전북은 모두 16개 슈팅을 시도했다. 이 가운데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시도한 중거리슛이 9개였고, 4개가 유효 슈팅으로 기록됐다. 그리고 3번이 노동건 골키퍼 정면으로 갔다. 손준호의 프리킥은 수비벽에 걸렸다. 중거리 슛은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비수의 견제가 있다면 확률은 더욱 하락한다.

페널티박스 내에서 만든 슈팅은 5개다. 전반 29분 무릴로, 전반 36분 한교원이 기록한 슈팅을 짧은 패스로 만들었다. 하지만 수비수들이 많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후반전 페널티박스 내 슈팅들은 대체로 크로스에 이어 나왔다. 후반 3분 김진수, 후반 10분 한교원의 슛은 크로스에 이은 세컨드볼에서 나왔다. 후반 19분 홍정호의 헤딩 슛도 쿠니모토의 크로스에서 시작됐다.

나머지 두 번의 슈팅은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전반 추가 시간 손준호, 그리고 후반 39분 이동국이 코너킥에서 헤딩으로 유효 슈팅을 만들었다. 이동국의 유효 슈팅이 골이 됐다.

정리하자면 중거리 슛 시도가 전북 슈팅의 절반 이상이었다. 페널티박스 근처에선 세밀하게 풀어가지 못했고, 크로스에 이어 세컨드볼을 노리는 형태가 많았다. 세트피스에선 강점을 보인 것이 위안이다.

▲ 이동국(오른쪽)의 천금같은 결승 골 ⓒ한국프로축구연맹

◆ 핵심이 달라진 선수 구성

전북은 2019시즌을 마친 뒤 공격 측면에서 아주 다른 팀이 됐다. 로페즈가 상하이 상강, 문선민이 상주 상무의 유니폼을 입었다. 로페즈가 11골 7도움, 문선민이 10골 10도움을 기록해 팀 내 득점과 도움에서 1,2위에 올랐다. 

영입된 김보경과 쿠니모토는 스타일이 다르다. 돌파 능력이 있지만 로페즈-문선민과 다른 스타일이다. 1대1 상황에서 주력과 발재간을 앞세워 틈을 만들기 보단, 동료의 움직임을 패스로 살리거나 반응하는 수비수들을 역이용하며 전진하는 유형이다. 수원전에 선발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승기 역시 비슷한 유형이다. 세 선수 중앙과 측면 모두에서 뛰지만 플레이메이커 성향이 강하다.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었던 김신욱도 없다. 김신욱(상하이 선화)은 2019시즌 절반만 뛰고 9골과 3도움을 올렸다. 공중전에서 워낙 압도적이라 수비를 끌고다녔기 때문에, 경기 영향력은 공격 포인트 이상이었다. 이동국이나 조규성은 높이를 갖췄지만 발을 활용한 플레이를 즐긴다. 벨트비크는 수원전에서 아예 명단에서 빠졌다.

◆ 변화가 크지 않은 공격 방식

공격 2선의 개인 기량은 여전히 K리그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비슷한 스타일 때문에 시너지가 잘 나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내려선 팀을 만났을 때 측면에서 개인 능력으로 풀어줄 선수가 마땅치 않다. 무릴로가 첫 선발 경기를 치렀지만 로페즈만큼 파괴적인 드리블을 보여주진 못했다.

지금 보유한 공격 2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에서도 부족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후반 15분 무릴로를 빼고 쿠니모토를 투입했다. 김보경이 오른쪽 날개로 이동하고 쿠니모토와 이승기가 중앙에 배치됐다. 오른쪽에 나란히 배치된 김보경과 쿠니모토가 몇 차례 위치를 바꾸면서 활로를 열어보려고 했지만, 수비 숫자가 많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저 스위칭 플레이론 수원의 수비를 흔들지 못했다.

후반 들어 크로스 빈도를 높인 것 역시 해결책으로 보긴 어렵다. 김신욱처럼 공중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해줄 선수가 없다.

2020시즌 핵심 선수가 이탈하고, 새로운 선수들을 수혈했다. 측면에서 개인 돌파를 하거나, 장신의 스트라이커를 살린다는 전북의 '플랜A'에 변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선수 구성은 변화했으나 아직 그에 맞춘 공격 전술은 아직 톱니바퀴처럼 맞아들어가지 않는다.

▲ 지난 시즌 측면을 흔들었던 문선민(왼쪽)과 로페즈(오른쪽), 그리고 이승기(가운데) ⓒ한국프로축구연맹

◆ 밀집 수비 극복은 숙명

이번 시즌은 코로나19 여파로 27라운드로 마무리된다. 지난해보다 경기 수가 적어 역전의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승 경쟁자인 울산 현대가 상주 상무를 4-0으로 대파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전북도 페이스를 빠르게 끌어올려야 한다.

밀집 수비 극복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전북의 개인 역량은 여전히 리그 최상위권이다. 울산 현대, 강원FC 정도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팀이 전북을 만나면 뒤로 물러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이 밀집 수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는 우승 경쟁과 직결되는 과제다. 수원전 저력을 보여준 승리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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