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주시는 상무(국군체육부대)가 떠난 자리에 시민구단 창단을 꿈꾸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프로축구 K리그에서 '소도시', '소지역' 시도민구단 창단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자칫 '세금 먹는 하마'로 인식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지자체들의 시도민구단 창단을 통해 K리그2(2부리그) 진입 열망을 알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악용될 우려를 고려해 심사를 강화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2011년 경상북도 상주시에 '프로축구 저변 확대'를 목적으로 한국프로축구연맹, 국군체육부대, 상주시가 3자 합의해 둥지를 틀었던 상주 상무의 연고지 협약이 끝난다. 상주시는 시민구단 창단을 검토 중이고 상무(국군체육부대)는 경상북도 김천시, 구미시, 안동시 등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가 등장했지만, 유치 전쟁은 뜨겁게 진행 중이다.

프로연맹 한 관계자는 "프로구단 창단에 관심을 보이는 지자체는 많다. 다만, 그동안 시도민구단의 상업성에 대해 눈을 감고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된 경우가 많아 어떤 생각으로 구단을 유치하거나 만들려고 하는지 보고 있다. 상무의 경우도 시도민구단 창단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상주는 18일 상주시민운동장 체육관에서 시민구단 전환을 위한 공청회를 연다. 관심이 있는 시민은 누구나 참석 가능하다.

공청회에서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섞일 수밖에 없다. 기류만 본다면 '소도시에 무슨 시민구단이냐'는 의견이 꽤 높은 편이다. 반면, 시민구단을 소도시의 여가 선용 및 관광 등 다른 부가가치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맞선다. 한우, 곶감, 오이, 아자개 쌀 등으로 나름대로 도시가 알려져 있다는 것도 축구단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그래도 구단 운영 효과는 수치로 이미 증명됐다. 상주시 측정 결과 연간 867억 원의 도시브랜드 가치 창출 효과를 얻었다. 연간 45억 원 전후의 예산을 들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본전 이상을 뽑는 수치다. '자전거 도시'나 '도시농촌 복합도시' 정도의 이미지만 있었던 상주를 스포츠를 통해 알린 것은 분명 큰 효과다. 2016년 4월 3일 이용(전북 현대), 김성주(인천 유나이티드) 등 7명이 외출 나왔다가 소매치기범을 붙잡으며 상주의 이름을 널리 알린 사례도 있다.  

상주의 목표는 분명하다. 기존의 성적지향이 아닌 연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구단이 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성적에만 시선이 쏠리면 시민구단이 가진 순기능을 활용하지 못하고 부정적인 인식만 심어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기존 시도민구단의 헛발질을 답습하지 않아야 존재의 논리가 제대로 만들어진다.

일례로 상무의 경우 군인 신분인 선수를 연고지 행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시민구단 체제에서는 더 적극적인 지역 밀착 활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읍, 면, 동 단위에 선수 개개인을 홍보대사로 선정하는 스킨십 활동이다.

▲ 시민구단 전환 시 선수 발굴과 프랜차이즈 스타까지 만들 유소년 체계를 만들었다는 상주 상무 ⓒ한국프로축구연맹

구단 자체적으로 움직이면 25~28억 원 정도의 수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상주시에서 37억 원 정도만 지원해주면 K리그2 구단으로 충분히 유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놀랍게도 상주시는 인구 11만 명인데도 올해 예산이 1조380억 원이나 된다. 막강한 예산을 앞세워 제2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유치전도 나선 경험이 있을 정도로 축구에 대한 관심이 크다.

반대 여론도 충분히 논리적이다. '소도시 프로구단 운영'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작용한다. 구단이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 경제 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실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경기를 치르는 구단이라는 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기존 시도민 구단이 예산이 많은 수도권 또는 광역 지자체라는 상주의 창단 전환은 그 자체가 큰 도전이다.   

하지만, 축구단이 최상위에서 틀을 잡아 놓으면 학원 축구팀 등의 전지훈련이나 대회 유치로 경제 효과 유발이 가능하다. 실제 상주는 6월 전국 80여 초등학교가 모인 대회를 준비 중이었다. 작은 대회 유치로 얻는 경제 효과는 같은 경북도 내 울진, 영덕 등이 증명한 바 있다. 선수들이 상주에 거주지를 두고 생활하면 인구 증가 가능성도 생긴다.

구단 자체 12세 이하(U-12) 팀부터 15세 이하(U-15) 팀인 함창중, 18세 이하(U-18) 팀인 용운고까지 유스시스템도 구축했다. 상주 연고의 프랜차이즈 스타 육성 체계가 충분히 잡혀있다. 상주 관계자는 "선수 발굴이 쉽지 않지만, 프랜차이즈 스타만 잘 만들면 구단 운영 재원으로 활용 가능하다. 성적보다는 지역 우선이나 선수 육성에 초점을 맞춘 지도자를 선임해 3년 정도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상주는 6월 말까지는 시민구단 창단신청서 제출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구단이 해외 전지훈련에 가서 해당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어 도시를 알리는 등 순기능은 정말 많다. 단순히 축구를 하고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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