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경이 17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있다. ⓒKLPGA
[스포티비뉴스=양주, 고봉준 기자] 우승 트로피와 입을 맞춘 스무 살 신예는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박현경(20·한국토지신탁)이 마침내 우승의 한을 풀었다. 박현경은 17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메이저대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30억 원·우승상금 2억2000만 원) 최종라운드에서 임희정(20·한화큐셀), 배선우(26·다이와)와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17언더파 271타로 정상을 밟았다.

지난해 프로로 데뷔한 박현경은 적지 않은 아픔을 안았다. 임희정과 조아연, 이승연, 박교린 등 동료 루키들이 모두 우승 감격을 맛볼 때 뒤에서 축하만을 해줘야 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시절 태극마크를 달고, 또 고교생 시절이던 2018 US여자오픈 한국 지역예선에서 수석을 차지해 미국 무대를 밟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박현경으로선 아쉬운 한 해였다.

그러나 박현경은 이번 우승으로 그간의 한을 모두 풀어냈다. 우승 직후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과 함께였다.

▲ 익산 함열여고 3학년 시절이던 박현경이 2018년 US여자오픈 한국 지역예선을 수석으로 통과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은 아버지이자 캐디인 박세수 프로. ⓒ갤럭시아SM
경기가 끝난 뒤 만난 박현경은 “많이 꿈꿔왔던 순간이 이뤄져서 행복하다. 이번 대회 1라운드가 어머니 생신이었다. 좋은 선물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결과가 좋아 기쁘다”고 웃었다.

이어 “지난해 많은 동기들이 우승하면서 부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다. 아쉬운 한 해였다”면서 “2020년 첫 대회에서 아쉬움을 날려서 행복한 의미의 눈물을 흘렸다. 그간 고생이 스쳐지나갔다”고 눈물의 의미를 말했다.

이날 박현경은 동갑내기 친구 임희정과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였다. 둘은 유년 시절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한 절친한 사이다. 그러나 함께 프로로 데뷔한 지난해에는 희비가 엇갈렸다. 임희정은 지난해 3승을 휩쓴 반면, 박현경은 정상을 밟지 못했다.

박현경은 “지난해 동기들이 많이 우승했다. 내색은 많이 안 하려고 했지만,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이런 순간을 생각하면서 훈련했다. 동계훈련 내용이 이런 결과까지 이어져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임)희정이와는 게임 전이자 중간에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사실 희정이랑은 아마추어 때부터 우승 경쟁을 많이 했다. 오늘 최종라운드도 꼭 아마추어 대회 같았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아픔을 잊지 않은 박현경은 동계훈련 내내 이를 악물었다. 드라이버 비거리와 퍼트 성공률 높이도록 구슬땀을 흘렸다.

아버지이자 캐디로서 언제나 도움을 주는 투어 프로 출신 박세수 씨에게 감사함을 전한 박현경은 “생각지도 못한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다만 다음 우승이 쉬우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물꼬가 트였다고 생각한다. 남은 대회에선 더 자신감 있게 플레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인 고진영(25·솔레어)과 얽힌 뒷이야기도 전했다. 둘은 나이 차이는 있지만, 절친한 필드 안팎에서 진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박현경은 “(고)진영 언니와 어제 전화통화를 했다. 그런데 언니가 하는 말이 ‘우승하지 마라’는 말이었다. 우승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하늘에게 맡기라는 뜻이 있었다”고 웃었다.

끝으로 박현경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힘들어하고 있다. 이번 우승으로 많은 분들께 조금이나마 기쁨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양주,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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