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 오리온에서 함께 할 강을준 감독과 이대성(왼쪽부터) ⓒ KBL
[스포티비뉴스=논현동, 맹봉주 기자] 만남만으로도 화제다. 이번 비시즌 이슈는 확실히 잡았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고양 오리온이 새 판을 짰다. 사령탑으로 강을준(55) 감독을 데려왔고 FA(자유계약선수)로 이대성(30, 193cm)을 영입하며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던 가드진을 보강했다.

강을준 감독, 이대성 모두 개성이 강하다. 자신만의 농구철학이 뚜렷하고 입담이 화려하다.

두 사람 다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삼일상고-명지고를 이끌던 강을준 감독은 대학농구에서 약체로 꼽히던 명지대를 2000년부터 맡아 강팀 반열에 올려놓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대성은 중앙대를 자퇴하고 미국 브리검 영 대학을 거쳐 프로농구 드래프트에 도전하는 등 평범치 않은 과정을 밟으며 국가대표로까지 성장했다.

이런 두 사람이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궁금해 하는 팬들이 많다. "팀이 승리했을 때 영웅이 나온다"는 강을준 감독과 영웅이 되어 팀을 승리로 이끌려는 이대성이 좋은 시너지를 발휘할 것인가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

먼저 강을준 감독은 이대성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아마농구에서 오랜 세월 있었던 덕분에 이대성의 성장과정을 꿰뚫고 있었다. 강을준 감독은 "어릴 때부터 이대성이라는 선수를 잘 알고 있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미국 대학을 가고 한국에 유턴하는 과정 등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알고 있다. 최근까지도 유심히 지켜보던 선수였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대성도 팀 농구에 녹아들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강을준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믿음을 줬다. 이대성이라는 아이는 무리한 슛을 하거나 욕심으로 비춰질만한 플레이를 할 때 본인 스스로 문제를 알고 있다고 했다. 난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오해를 받았다"라며 "공격적으로 했는데 경기가 좋지 못하면 다음부턴 림도 안 보고 패스할 것이다. 강을준 감독님이 말씀하시면 무조건 다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음 시즌 오리온은 어떤 농구를 보여줄까? 과거 오리온은 포워드 농구를 하던 팀이었다. 이승현, 허일영, 최진수, 장재석, 김동욱 등 슛과 사이즈가 모두 되는 장신 포워드들이 많았기에 가능했다.

앞 선의 약점은 단신 외국인선수로 메웠다. 상대 팀들은 오리온의 높이를 두려워했다.

다음 시즌 오리온은 이전보다 더 빠른 농구를 펼칠 것이다. 명지대 시절부터 강을준 감독은 속공을 중요시했다. 역습상황이 아니더라도 전체적인 공격 템포가 빨랐다. 속공에서 강점을 보이는 이대성의 합류도 강을준 감독이 본인의 농구를 펼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을준 감독은 "아직 전술적으로 무슨 농구를 하겠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팀 훈련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전술도 중요하지만, 훈련을 통해 몰랐던 선수 개인의 특성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난 빠른 농구를 좋아한다. 선수들에게 빠르고 즐거운 농구를 하라고 한다. 공격할 때 감독 눈치 보는 선수는 자격이 없다는 말도 한다. 기회가 오면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단, 똑같은 실수를 2~3번 반복하면 그건 잘못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중요한 건 외국인선수 선발이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외국인선수는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외국인선수 기량에 따라 해당 팀의 한 시즌 희비도 엇갈린다. 지난 시즌 오리온이 리그 꼴찌로 떨어진 결정적인 이유도 외국인선수의 부상과 부진에 있었다.

강을준 감독은 코칭스태프, 전력분석관과 함께 비디오를 통해 새로 뽑을 외국인선수를 탐색 중이다. 이대성의 오리온 입단 기자회견이 있던 18일에도 외국인선수 영상을 찾아보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동안 단신가드를 뽑던 팀 기조에서 벗어나 골밑 중심을 잡아줄 빅맨이나 상대 수비를 흔들 기술자를 뽑을 가능성이 높다. 강을준 감독은 "외국인선수 영상을 하도 봐서 머리랑 눈이 다 아플 지경"이라며 "국내선수들이 같이 뛰면 신나고 즐겁게 농구할 수 있는 외국인선수를 찾고 있다. 이대성이 농구를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으면서 이승현, 허일영, 최진수 등 나머지 선수들이 외곽에서 흔들어줄 수 있게 만드는 선수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강을준 감독과 이대성의 만남은 이번 비시즌은 물론 다음 시즌 내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분명 기대가 되는 조합이지만 불안 요소도 존재한다. 강을준 감독은 9년의 공백을 깨고 얼마나 빨리 달라진 프로농구에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프로 데뷔 후 늘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던 이대성은 무엇보다 건강이 숙제다.

오리온 선수단은 현재 휴식기를 맞고 있다. 공식 팀 훈련은 6월 1일 시작한다. 오리온의 구체적인 다음 시즌 밑그림은 이때 그려진다.

스포티비뉴스=논현동, 맹봉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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