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다이노스 선발투수 마이크 라이트가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낸 뒤 모자를 벗고 사과할 준비를 하고 있다. ⓒ SPOTV 중계 화면 캡처
▲ 박세혁은 라이트의 사과에 눈인사로 답했다. ⓒ SPOTV 중계 화면 캡처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멋있는데."

미국 스포츠매체 'ESPN의' 해설위원 에두아르도 페레스가 19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를 중계하다 NC 선발투수 마이크 라이트의 행동에 흥미로워하며 한 말이다. 

라이트는 4-0으로 앞선 4회말 1사 1루에서 박세혁을 사구로 내보냈다. 볼카운트 1-2로 유리한 상황에서 포수 양의지가 몸쪽 공을 요구했는데, 제구가 안 되면서 박세혁의 오른쪽 무릎 쪽에 맞았다. 

라이트는 공을 맞히자마자 바로 모자를 벗었고, 박세혁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고개를 숙이며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박세혁도 라이트가 고의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에 눈인사하며 사과를 받아들였다. 

페레스는 이 장면을 지켜보며 "라이트가 사구 후에 모자를 벗어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KBO리그에서는 투수들이 흔히 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모자를 벗어 사과하지 않으면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여긴다. (라이트의 행동을 보니) 멋있다. 나는 이 방식이 마음에 든다"고 덧붙였다. 

KBO리그에서 국내 투수들이 사구 후에 모자를 벗어 인사하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고의가 아니라고 강조하기 위한 행동이고, 한국 야구 선수들은 대부분 선·후배 사이로 가깝게 지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굳어진 문화이기도 하다. 

신인급 어린 투수가 베테랑 타자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낸 경우에는 '폴더 인사'를 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롯데 서준원은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4월 14일 창원 NC에서 양의지가 몸 맞는 공으로 출루하자 모자를 벗고 90도 인사를 해 주목을 받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는 없는 문화다. 투수가 경기 도중 상대에게 허리를 굽히면 팀 전체가 기 싸움에서 밀린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가슴을 툭툭 치면서 미안하다는 뜻을 전달하는 투수들이 있긴 하지만,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하는 예는 없다. 그래서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투수들에게는 기대하지 않는 행동이다. 

최근에는 이 문화를 배워 마운드에서 실행하는 외국인 투수들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삼성 라이온즈 덱 맥과이어가 4월 27일 대구 LG 트윈스전에서 유강남을 사구로 내보낸 뒤 모자를 벗고 90도로 인사해 눈길을 끌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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