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남자의 기억법' 문가영. 제공|키이스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보통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먼저 나오는데, 이번엔 섭섭하다는 말이 먼저 나와요."

햇살같은 미소였지만, 문가영(24)의 마음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지난 13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 MBC 월화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극본 김윤주 윤지현, 연출 오현종 이수현)은 시청자에게도, 데뷔 15년차 배우 문가영에게도 특별했다. 촬영을 마무리한 게 마지막 방송 전날이라 더 그랬는지, 문가영은 "아직 여하진과 완전히 작별하지 못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비록 시청률에선 고전했으나 '그 남자의 기억법'은 본 사람은 인정하는 웰메이드 로맨스 드라마였다. 문가영이 연기한 주인공 여하진은 특히 매력적이었다.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라이징 스타인 여하진은 순간순간을 열정을 다해 사는 캐릭터. 솔직하고 거침없는 데다 뒤돌아보는 일 따윈 없어, 남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는다. (다만 기억력이 좀 나빴는데, 사실 거기엔 슬픈 이유가 있었다.)

그런 그녀는 과잉기억증후군으로 보고 겪은 모든 순간을 기억하는 남자와 만나고 사랑하고 성장한다. 드라마는 180도 다른 방식으로 같은 고통을 겪어낸 두 남녀의 아픈 연애를 때로는 발랄하고 사랑스럽게, 때로는 사려깊고 따뜻하게 그렸다. 그 매력에 일단 빠진 시청자는 헤어나오지 못한 채 '기억커플'로 불린 두 주인공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곤 했다. 기도가 통해서였는지 노란 드레스의 여하진과 미소를 찾은 이정훈은 꽉 닫힌 해피엔딩을 맞았다.

"많은 분들이 해피엔딩을 원한 것 자체가 저희 커플에게 보여주신 애정이었던 것 같고, 마지막 장면까지도 너무나 좋았어요. 장르가 로코긴 하지만 굉장히 서사가 강해요. '다른 로맨스'라고 느껴주셨다면 성공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남자의 기억법' 문가영. 제공|키이스트
제목이 '그 여자'가 아니라 '그 남자'의 기억법이고, 지난해 MBC 연기대상 수상자인 김동욱이 남자주인공 이정훈 역에 캐스팅되며 주목받았지만, 사실 이 프로젝트를 가장 먼저 제안받고 가장 먼저 승선한 건 문가영이었다. 오현종 이수현 PD로부터 4부까지 완성된 대본을 받아든 그녀는 2부까지 읽은 순간 결심을 굳히고 출연 의사를 밝혔다.

"말로 다 설명하지 못한 느낌을 '위대한 유혹자'라는 작품 대본을 보고 처음 느낀 적이 있어요. 하진이가 두번째 그런 느낌이었어요. 너무 해보고 싶고, 한다면 내가 무궁무진하게 해보고 싶다는 그런 느낌!

하진이만큼은 문가영이 많이 투영됐어요. 아무래도 직업이 같다보니 편한 것도 있었죠. 화보촬영 같은 장면은 '저번엔 저런 콘셉트였으니 이번엔 이렇게 하자' 하고 제 사심을 가득 담기도 하고, 애드리브도 많았어요. 마음껏 뛰놀 수 있게 판을 깔아준 현장이어서 제 모습이 많이 나왔어요."

스물넷 문가영의 에너지를 그대로 머금은 여하진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문가영은 세상이 그녀를 더 주목하지 못해 안달이지만 본인은 정작 태평한 '멘탈갑 이슈메이커'를 살아있는 듯 그려냈다. 양다리 열애설에 긴장하긴커녕 '사진 잘 나왔다'며 캡처를 하다가 냉큼 SNS 라이브를 진행하며 웃는 얼굴로 열애설을 부인했던 첫 회부터 강렬했다. 능청스럽고 또 사랑스러웠다.

"사실 부러운 점도 많아요. 솔직한 걸 누구나 꿈꾸잖아요. 눈치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하진이가 예뻐보인 건 계산적이지 않은 아이니까.(웃음) 1~4부 정성들여서 하긴 했어요. 하진이의 솔직한 면이 한끗차이로 잘못 보이면 민폐가 되거나 오지랖 넓은 아이가 될 수 있다보니까요. 하지만 매력이 더 컸어요."

▲ '그 남자의 기억법' 여하진 역 문가영. 출처|'그 남자의 기억법' 홈페이지
문가영은 '여하진 SNS'를 직접 제안해 운영까지 했다. 방송이 나가면 그 회 의상을 입은 사진을 올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면 그에 맞는 게시물을 작성할 만큼 애정을 쏟았다. 유재석의 '유산슬'처럼, '여하진'이란 '부캐'를 얻은 문가영이 그에 푹 빠져 지낸 느낌마저 든다. 팬들도 여하진과 소통하듯 뜨겁게 반응했다. 김동욱을 슬쩍 걸쳐 찍은 커플사진들을 두고선 ''럽스타그램' 잘한다'는 평이 이어졌다. 각종 팬메이드 '짤'로는 모자라 '이정훈-여하진 청첩장'을 만들어 올린 '금손' 열성팬도 있었다.

문가영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열광해 주실 줄은 몰랐다"며 "'그 남자의 기억법' 팬들은 마치 하진이가 이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처럼 대해주셨다"고 거듭 감사를 전했다.

"저희 사이에서 붐이었던 건 모바일 청첩장이었어요. 감독님이 '결혼하신다면서요' 하면서 보내주신 거예요. 어우~ 너무 진짜랑 똑같아서. 능력 좋으신 팬들께서 영상이며 사진이며 만들어 주시고 해서 늘 스태프, 감독, 배우 사이에서 이슈였어요. 너무 감사해서 보답해드리고 싶어서 (김)동욱 오빠와 라이브를 한 거예요. 주신 만큼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그 남자의 기억법' 문가영. 제공|키이스트
실제 문가영과 여하진은 얼마나 닮았을까. 문가영은 자신 역시 여하진에게 대리만족을 느꼈다며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9살에 아역배우로 데뷔해 지금에 오면서 바뀐 점을 가만가만 털어놨다.

"어릴 때만 해도 모든 사람에게 착한 사람이고 싶었어요. 싫다고 말하지 않는 착한 아이. '철 빨리 들었다', '애어른같다'는 말이 칭찬인 줄 알았어요. 좋은 아이, 어른같은 아이가 되고 싶어 늘 그랬는데 어느 순간 버겁더라고요. 철들었다는 말이 칭찬으로 안 받아들여지고. 그런 이후에는 조금 스스로에게 느슨하게 하려고 해요. 쉽지는 않지만 바뀌고 있어요."

그래서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아닌 건 아니라고 하는 여하진이 더 좋았나보다. 문가영은 SNS 라이브로 열애설을 부인하는 장면을 두고 "짜릿했다"고 고백하며 "있을 수도 없고 있기 힘든 일인데 어떻게 보면 '부캐'로서 간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서 재미난 게 많았다"고 웃었다. 하지만 실제 공개연애는 자신이 없단다.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더라. 하진이 정훈이도 공개열애 후에 구설수가 많고, 간접적으로 경험해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는 게 문가영의 설명이다.

'그 남자의 기억법' 문가영. 제공|키이스트

이제 스물넷. 거창한 포부보다는 매년 그 나이를 잘 기억해둘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문가영. 그의 바람은 여하진처럼 단순했다.

"그냥 잘 살고 싶다. 문가영으로서." 

하진이처럼 누군가 시선에 흔들리거나 얽매이지 않고 건강한 정신으로 사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잘 사는 것이다. 충만한 에너지를 갖고 들어간 작품이 큰 사랑을 받으며 마무리된 지금, 이제 더 오래 달릴 수 있고 많이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가득하다며 문가영은 마지막까지 '그 남자의 기억법' 팬들에게 거듭 고마워했다. 

"너무나 사랑해 주셔서 감사해요. 많은 팬분들이 우리 커플을 애정하고 작품을 애정하신 것을 알고 있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도 하진이에게 애정이 커서 그런지 떠나보내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잘 마무리하고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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