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청용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공격 포인트는 없지만 존재감은 대단하다. 울산 현대 공격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이청용의 이야기다.

울산은 하나원큐 K리그1 2020에서 개막 2연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고작 2라운드를 치른 상황에서 '우승'을 논하기엔 이르지만, 우승 후보로 부르기엔 손색이 없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공격력이다. 2경기 만에 7골을 뽑아 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이다. 김도훈 감독은 수원 삼성전 뒤 기자회견에서 "중앙, 측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시뮬레이션과 자체 경기를 하면서 많이 만들려고 한다. 상대 (수비) 뒤 공간과 공격 지역으로 어떻게 들어가는지에 대해 고민했다"며 시즌 준비 과정에서 공격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 공격 축구를 천명한 김도훈 감독 ⓒ곽혜미 기자

우선 눈을 사로잡는 선수는 지난 시즌 19골로 득점 2위에 오른 주니오다. 주니오(4골)는 2020시즌에도 첫 2경기에서 연속 멀티 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공격력 상승의 원인을 주니오의 득점 감각에서만 찾을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아기자기하고 공세적인 경기 운영이 눈에 띈다. 속공 위주의 지난 시즌과 달리 세밀하게 풀어가는 것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4-0으로 크게 승리한 상주 상무전이 지난 시즌처럼 속도를 살린 공격 방식을 잘 보여줬다면, 2골 리드를 빼앗기고 3골을 넣고 역전한 수원전에서 수비적인 팀을 만나도 득점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울산은 경기당 패스 숫자가 2019시즌 평균 395개에서 2020시즌 447.5개로 늘었다. 패스 숫자가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지만, 패스는 일반적으로 점유율과 관련이 있다. 울산은 지난 시즌보다 다양한 공격이 가능해졌다. 특히 이번 시즌 영입된 이청용과 윤빛가람의 효과가 크다.

▲ 수원-울산전 울산의 패스 데이터 ⓒ한국프로축구연맹/비프로일레븐 제공

윤빛가람은 주로 후방 빌드업에 관여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제공하는 경기분석업체 '비프로일레븐'의 기록에 따르면 윤빛가람은 패스의 중심에 존재한다. 상주전에서 100회, 수원전에서 161회 패스에 관여해 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윤빛가람에서 시작된 패스도 2경기에서 138개로 울산에서 가장 많다. 후방에서 크게 공격 줄기를 잡는 몫을 담당한다.

공격 2선에서 중요한 선수는 바로 이청용이다. 포메이션상 오른쪽 측면에 배치되지만 전형적인 윙포워드처럼 넓게 벌려서진 않는다. 중앙으로 좁혀 서면서 측면 수비수와 중앙 수비수 사이, 그리고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에서 움직일 때가 많다. '비프로일레븐'의 '평균 위치'에서도 이청용이 측면보다 중앙 쪽으로 이동해 연계 플레이에 무게를 두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 세부 통계를 보면 그 영향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이청용은 상주전에서 미드필더인 신진호, 윤빛가람에게 각각 9회와 7회 패스를 받았다. 수원전에서도 윤빛가람 9회, 신진호와 교체 투입된 고명진에게 각각 5회 패스를 받았다. 공격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즉 미드필더들이 공격진에서 가장 먼저 찾는 선수가 이청용이다.

동료들의 패스를 받은 이후에도 안정적이다. 이청용은 상주전에서 79.5%(31/39), 수원전에서 92.2%(47/51)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공격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측면에서 직선적인 공격은 오른쪽 수비수 김태환이 전진하면서 해결한다. 김태환은 공격수 출신으로 폭발적인 주력과 크로스 능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김태환 역시 측면에서 이청용과 호흡 속에서 공격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청용은 김태환과 상주전에서 17개 패스를 주고받았고, 2라운드에서도 20개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협력 플레이를 하고 있다. 김태환은 상주전 전반 7분 만에 이청용의 패스를 받아 공격에 가담한 뒤 주니오의 골을 도왔다.

김태환은 "다른 선수들보다 여유가 있다. 공을 안 뺏긴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믿고 공격에도 가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수원전 울산의 평균 위치. 중앙으로 이동한 이청용과 전진한 김태환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비프로일레븐 제공

이청용은 아직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중원과 최전방을 연결하는 고리다. 위협적인 위치에서 공을 받아서 상대 수비진을 흔들고, 간결한 패스로 동료들을 살린다. 주니오, 김인성, 이상헌, 김태환 등이 각자 개성으로 공격을 살릴 수 있도록 한다. 수원에 0-2로 리드를 빼앗긴 뒤 밀집된 수비를 만났지만, 이청용을 중심으로 틈을 만들 수 있었다. 주니오의 만회 골 이전에 이청용의 패스가 있었다.

울산은 지난 시즌 전북과 나란히 승점 79점을 기록했지만 다득점에서 밀려 우승을 내줬다. 탄탄한 수비와 빠른 역습에선 힘을 발휘했지만, 보수적인 경기 운영으로 승점을 잃은 경기들도 있었다.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하는 울산은 화끈한 공격력으로 목표를 이루겠다는 자세다. 

김도훈 감독은 수원전을 마친 뒤 "골을 많이 넣고 있다. 동계 훈련부터 공격 작업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골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 초반이지만 더 많은 골을 넣기 위해 준비할 것"이라며 공격 축구를 예고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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