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체 선발로 나서 좋은 활약을 선보인 SK 김주한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어쩌면 불운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고, 연습경기까지 누구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김주한의 비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원래 리그 개막 예정일이었던 3월 말과 4월 초 100% 컨디션을 뽐내던 김주한이었다. 캠프 투수 MVP 중 하나로 평가받았던 구위 그대로였다. 모두가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개막은 한 달 이상 늦어졌다. 한껏 끌어올린 컨디션을 한 달 이상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보여준 성과를 무시할 수 없었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롱릴리프 및 6선발 후보. 전천후 임무에 기대를 모였다. 하지만 첫 출발부터 꼬였다. 첫 등판이었던 5월 7일 인천 한화전에서 ⅔이닝 3실점으로 무너졌다. 두 번째 등판인 8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멘탈이 붕괴될 만한 악몽의 이틀이었다.

2군으로 내려가 조정을 거쳐 어느 정도 구위가 회복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군 복귀전이었던 19일 고척 키움전에서도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했다. 중요한 순간 김주한이 무너진 SK는 10연패에 빠졌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시기였다.

하지만 SK 벤치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닉 킹엄의 팔꿈치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가 비었고, 22일 인천 KIA전 선발로 김주한을 낙점했다. 염경엽 SK 감독은 22일 경기를 앞두고 “좋으면 60구 정도까지 던질 수 있다”고 예고했다. 김주한은 기대에 부응했다. ‘골리앗’ 양현종(KIA)을 앞에 두고 씩씩하게 던졌다.

구위가 한창 좋을 때만큼 올라온 것은 아니었다. 1회에는 무사 1,2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더 물러설 곳이 없는 김주한은 그 이후 오히려 더 씩씩하게 던지기 시작했다. 맞더라도 스트라이크존에 넣는다는 생각이 강해보였다. 그 기에 오히려 기세등등한 KIA 타자들이 눌리기 시작했다. 1회 1실점하기는 했지만 2회부터는 안정을 찾았다. 맞을 때 정타를 맞더라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김강민이 호수비를 선보이는 등 수비까지 도운 결과 김주한은 4이닝 동안 56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선방했다. 모두의 결과를 뛰어 넘어 경기를 팽팽하게 만들었다. 임무를 완수하게 5회 박희수에게 마운드를 넘기며 ‘좋은 분위기’에서 경기를 마무리하는 소득도 있었다. 물론 내용보다 결과가 더 좋아보일 수도 있었지만, 이날 경기는 팀에나 개인에게나 일단 결과가 더 중요했다.

경기 승패는 이제 김주한의 손을 떠났지만, 개인적으로는 귀중한 경기였다. 그간의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법한 경기였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4㎞가 나오며 100%에 근접했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KIA 타자들의 빗맞은 타구를 유도하며 힘을 냈다. 출발이 조금 꼬이기는 했지만, 김주한의 시즌은 이제 막 다시 시작됐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