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투수조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정현욱 코치와 오승환 권오준(왼쪽부터). ⓒ 박성윤 기자
[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정현욱, 권오준, 오승환. 삼성 라이온즈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불펜투수들이다. 지금은 최선참 투수로, 1군 투수코치로 삼성에 몸을 담고 있는 세 투수가 젊은 투수들 구속 상승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올 시즌 삼성 투수들 가운데 구속이 오른 선수가 눈에 띄게 많다. 최지광, 김윤수, 장지훈, 원태인 등 과거 구속보다 빨라진 패스트볼로 타자들을 상대하고 있다. 최지광은 데뷔 시절 144km/h 정도의 빠른 볼을 던졌는데, 최근 전광판에 150km/h가 찍혔다. 

김윤수 역시 140km/h 중반대에서 150km/h대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 장지훈도 1~2km/h 정도 올랐다. 지난 시즌 140km/h 초반대 공을 던진 원태인은 선발투수로 7이닝까지 140km/h 중반대 공을 꾸준히 뿌릴 수 있게 됐다.

삼성 투수들 구속 상승효과는 최선참 권오준, 오승환과 정현욱 코치의 교육에서 시작되고 있다. 세 사람은 삼성의 전성기를 이끈 투수들이다. 오승환은 자타공인 KBO 리그 최고 마무리투수로 삼성에서 통산 9시즌 동안 444경기에 등판해 28승 13패 11홀드 277세이브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했다. 오승환은 일본과 미국을 거쳐 올 시즌 KBO 리그로 복귀했다.
▲ 2008년 삼성에서 뛰었던 정현욱. ⓒ 삼성 라이온즈

정현욱은 '노예'라는 별명과 함께 많은 경기에 등판한 투수다. 2008년에는 총 53경기 가운데 선발로 7경기에 나서며 총 127이닝을 던졌고 10승 4패 11홀드를 기록한 적도 있다. 현재는 투수코치로 삼성 투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권오준은 2000년대 중반 삼성 최고 구원투수로 활약했다. 잦은 수술로 구속은 떨어졌으나 여전히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삼성이 필요할 때마다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세 사람은 지난 스프링캠프부터 캐치볼을 강조했다. 선수들이 흔히 몸을 풀기 위해 캐치볼을 한다. 그러나 세 사람이 말하는 캐치볼은 달랐다. 그들은 "캐치볼은 투수의 기본"이라며 투수조에게 강한 캐치볼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정 코치는 시즌이 시작한 지금도 강한 캐치볼을 지시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정 코치가 젊고 빠른 볼을 던질 수 있는 투수 위주로 강한 캐치볼을 주문하고 있다. 연차가 낮은 선수들은 대부분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코치는 캐치볼은 몸 푸는 단계가 아니라 투구 전 단계라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캐치볼은 무조건 던질 때마다 전력투구로 해야 마운드에서도 잘할 수 있다는 게 정 코치 이야기다"며 캐치볼에 나서는 선수들 마음가짐부터 바꿨다고 알렸다.
▲ 구속 상승 효과를 본 최지광. ⓒ 삼성 라이온즈

지난 20일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전광판 기준 패스트볼 구속 150km/h를 기록한 최지광은 구속 상승 비결로 캐치볼을 꼽았다. 최지광은 "캐치볼 중요성을 많이 느꼈다. 오승환 선배, 권오준 선배가 캐치볼이 진짜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다. 캐치볼이 가장 기본이다. 캐치볼부터 해야 불펜, 마운드에서 공을 똑같이 던질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내가 던질 수 있는 전력으로 공을 던진다. 내가 던지고 싶은 곳에 던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거기서부터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윤수는 "스피드는 더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마무리캠프, 미야자키 교육리그부터 해서 투구폼, 메커니즘을 조금씩 수정했다. 비시즌 때 트레이닝을 신인 때와 다르게 훈련을 받았다.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던지는 기본이 중요하다고 주변에서 말씀해주셨다. 조금씩 수정했다"고 알렸다.
▲ 152km/h까지 던질 수 있는 김윤수. ⓒ 삼성 라이온즈

그러면서 "오승환 선배를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정확하게 던지는 법을 알려주셨다. 아직은 잘 안 됐다. 먼저 다가와서 이야기를 해준다. 제구 많이 안 좋으니까, 빠른 볼을 써먹지 못하니까 많이 이야기를 해주셨다"며 오승환에게 배우며 조금씩 던지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에는 이렇다 할 '파이어볼러' 투수가 없었다. 155km/h까지 던질 수 있는 김승현은 제구 불안 숙제를 늘 안고 있었고, 현재는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다. 셋업맨과 마무리로 뛴 장필준 정도가 140km/h 중후반대 공을 던지며 강한 공을 뿌렸지만, '파이어볼러'라고 부르기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 150km/h대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제구와 구위로 먹고사는 투수들이 대부분이었던 삼성이 변하고 있다. 왕조의 중심에 섰던 과거의 고수들이 이젠 길잡이로 삼성 마운드 구축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왕조의 자산이었던 그들이 남기고 있는 유산이다.

스포티비뉴스=박성윤 삼성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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