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 고생 많이 했어요, 아직도 힘들어요" ⓒ박대성 기자
[스포티비뉴스=부산, 박대성 기자] “마음 고생 많이 했다. 공도 잘 안 보이고,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사실 지금도 썩 좋지 않다. 힘든 상황이다.”

롯데 자이언츠 캡틴 민병헌(33)의 화끈한 3타점 역전 결승타가 터졌다. 분명 팀 승리에 발판을 만들었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 최근에 무뎠던 방망이에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한 경기에 끝나지 않고,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롯데는 2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과 시즌 첫 맞대결에서 뒤집고 뒤집히는 승부를 했다. 1회말, 키움 선발 투수 브리검의 1루 견제 실책으로 손아섭이 홈을 밟아 선제 득점을 냈지만, 3회초 박동원에게 1타점 2루타, 이정후와 박병호의 희생 플라이로 1-3으로 뒤집혔다.

롯데가 3회 말 이대호의 2타점 적시타로 3-3 동점을 만들었지만, 키움이 4회초 2사 1루에서 김규민의 1타점 2루타, 5회초 박동원의 시즌 4호 솔로 홈런으로 연달아 2점을 내면서 3-5로 끌려갔다.

천금 같은 기회에 민병헌이 있었다. 무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왔고, 좌중간을 가르는 시원한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쳤다. 민병헌이 불붙인 타선은 손아섭까지 이어졌고, 손아섭이 1타점 적시타를 내면서 8-5로 점수를 뒤집었다. 7회초 진명호의 연속 볼넷 뒤 밀어내기, 박동원의 득점으로 2점을 내줬지만 8회말 마차도의 적시 2루타와 김원중의 강속구 마무리로 값진 9-7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그리 기쁘지 않았다. 민병헌은 경기 뒤 만난 자리에서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지금도 좋지 않다. 공도 잘 안 보이고,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미칠 정도로 힘든 상황”이라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실제 민병헌은 지난 원정 6연전에서 23타수 3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여전히 타율 0.290로 팀 내 5위에 있지만, 홈 5연전에서 기록한 20타수 6안타 2홈런 3득점과 대조적이다. 여기에는 두산전 9-9 동점 9회말 초구 끝내기 홈런도 있었다. 

갑자기 타격이 떨어진 이유는 부담이었다. 민병헌은 “몇몇 잘 쳤다고 생각한 공이 정면으로 갔다. 스스로 위축이 됐다. 여기에 팀도 연달아 패배하니까 심리적으로 조급했고, 쫓기는 기분이었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키움전에는 최대한 마음을 비웠다. 무사 만루, 어쩌면 부담된 상황이었지만 “무조건 안으로 넣자. 병살을 치더라도 1점을 내면 된다. 동점 뒤에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예상은 적중했고 짜릿한 3타점 2루타를 쳤다.

배팅감을 끌어 올린 만큼, 더 차분하게 준비할 생각이다. 홈 구장이라 마음도 편하고, 동료들도 한마음이다. “원정은 졌지만 사직에 가니까 이길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기운도 좋다. 선수들도 으쌰으쌰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오늘 좋은 기운을 또 이어가겠다”는 말에서 다부진 각오가 느껴졌다. 

스포티비뉴스=부산, 박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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