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초반을 차분한 운영으로 풀어가고 있는 맷 윌리엄스 KIA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에너지가 넘치는 지도자다. 현역 시절에도 그 에너지도 수많은 타구들을 담장 밖으로 넘겼다. 지도자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항상 활발하게 움직이며 팀을 이끈다. 그러기 위해 새벽마다 운동도 거르지 않는다.

경기 전 타자들에게 배팅볼을 던지는 건 이제 익숙한 광경이 됐다. 22일 인천 SK전을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 윌리엄스 감독은 취재진의 질문에 “100개 정도를 될 것 같다”면서 “평균구속은 52마일(약 84㎞) 정도 나온 것 같다”고 답해 한바탕 웃음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그렇게 넘치는 에너지는 정작 경기가 시작되면 잘 보이지 않는다. 의외다.

한국과 미국의 감독상은 조금 다르다. 감독의 색깔마다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한국의 감독들이 경기에 조금 더 많이 개입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투수교체, 야수 기용, 적극적인 작전으로 경기에 영향에 주려고 하는 때가 종종 있다. 반면 윌리엄스 감독은 아직 그런 ‘기운’을 잘 느끼기 어렵다. 일단 선발 라인업을 짜면 그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맡기는 스타일이다. 감독이 경기에서 직접적으로 잘 보이지는 않는다.

베테랑과 신진 선수들이 혼재되어 있는 KIA 라인업에 벌써 확실한 뼈대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듯하다. 매 경기 라인업이 바뀌기는 했지만, 대타나 대수비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유형과는 거리가 있다. 실제 주중 롯데와 경기에서는 야수 교체가 거의 없었다. 일단 나가면 한 경기를 맡겼다. 22일 인천 SK전에서도 6회 승부처에서 유민상을 대타로 투입하며 일부 선수들이 바뀐 정도였다.

수치로도 잘 나타난다. 22일까지 KIA는 경기당 11.44명의 야수를 활용했다. 리그에서 가장 적고, 평균(12.62명)보다 훨씬 적을뿐더러 kt(13.47명)와는 2명이나 차이가 난다. 2018년 KIA는 경기당 13.32명의 야수를 사용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도루시도는 리그에서 가장 적다. 이 때문에 최근 KIA의 야수 운영은 기민한 맛은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차분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최근 2년과는 분명히 달라졌다. 

투수 운영도 무리하는 느낌이 없다. 기존에 준비했던 매뉴얼대로 침착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최근 선발투수들이 호투하면서 경기당 사용하는 투수도 4.38명으로 리그 8위까지 떨어졌다. 그러면서도 팀 평균자책점(4.15)은 리그 2위다. 질 경기는 지더라도, 복잡하지 않고 힘을 뺀다는 느낌이 적다.

그렇다면 원래 스타일이 그런 것일까. 윌리엄스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대신 “여러 요인들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경기 기록, 스코어 상황을 참고한다는 것이다. 다만 “선발로 나가는 선수들이 경기를 매일 뛰고 싶어한다.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색깔이 없는 감독은 아니다. 오히려 그 색깔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을지 모른다. 윌리엄스 감독은 시즌을 10% 치른 상황에서 “꾸준함이 좋아졌다. 수비적인 부분에서 안정화되는 것 같고, 선발투수들과 중심타선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복 없이 꾸준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는 캠프 당시부터 윌리엄스 감독이 중시했던 대목이다. 이처럼 윌리엄스 감독은 지금까지는 조용하게 팀의 스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한 번 변화를 줘야 할 타이밍에 주는 메시지는 더 무거울 수도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안 보여서 더 무서운 감독이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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