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노수광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한 SK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8회 최정의 타구가 담장 바로 앞에서 잡혔을 때, SK 더그아웃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9회 제이미 로맥의 송구가 SK 더그아웃 앞으로 굴러가자, 선수단은 망연자실했다.

1점차 리드 상황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목전에 두고 나온 실책, 그리고 동점. SK의 패배 패턴이 다시 한 번 더그아웃을 엄습하는 듯했다. 타격은 3회 이후 터질 조짐이 없었고, 오히려 분위기가 좋은 쪽은 ‘기사회생’한 KIA였다. 연장으로 돌입한 2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광경이었다. 3연패에 빠진 SK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다 잡은 경기를 놓친 허탈감은 생각보다 크다. 툭툭 털고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리그 최하위에 처진 시즌 초반, 최근 3경기에서 승부처를 버티지 못한 SK라면 더 그럴 법했다. 그러나 “반드시 연패를 끊겠다”는 선수들의 의지는 강했다. 연장 12회를 2사 풀카운트까지 꽉꽉 채운 이 경기에서 SK는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뚜렷한 메시지를 팬들에게 전달했다.

극적인 승리였다. 연장 12회 1사 주자 없는 상황. 패배는 면했지만 이대로 비긴다면 패하는 것과 다름없는 흐름이었다. 아웃카운트 두 개를 남기고 SK 벤치가 움직인다. 계속 아꼈던 대타 카드를 마지막에 꺼내든다. 오준혁이 물꼬를 텄다.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었다. 그 다음도 대타 정의윤이었다. 역시 성공했다. 우전안타로 1,2루를 만들었다. 대타들은 연장 12회까지 더그아웃에서 대기하면서도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음 타석에 들어선 정현은 미리 대기타석의 노수광에게 이야기를 했다. “죽더라도 혼자 죽겠다. 약속한다”. 안타를 치지는 못했지만 약속을 지켰다. 타구를 우측 외야로, 팀 배팅의 정석대로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먹은 정현은 우익수 직선타로 물러난다. 그리고 “1회 실책이 미안했다”고 했던 노수광은 “반드시 내가 끝내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결과는 끝내기였다. 풀카운트에서 볼넷을 생각하지 않고, 마음가짐대로 자신이 경기를 끝냈다.

더그아웃의 선수들은 그때가 되어서야 웃었다. 실책으로 승리가 날아간 리카르도 핀토는 아쉬움을 싹 잊고 양손에 음료수 통을 든 채 그라운드로 질주했다. 선수단에서 제일 신났다. 내심 실책이 걸렸을 법한 제이미 로맥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고, 선수들은 핀토와 로맥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끝내기 승리는 팀의 결속력을 더 강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염경엽 SK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1회 노수광, 9회 로맥의 실책이 있었지만 그 외의 수비는 좋았다. 집중력이 있었다. 최항은 어려운 바운드를 처리했고, 정현은 안정적으로 유격수 자리를 지켰다. 정진기는 바람과 강한 타구에 맞서 대량실점 위기를 끝냈다. 

2루수들은 번갈아가며 몸을 날렸다. 막내 김창평은 6회 최원준의 타구 때 몸을 날렸다. 부상 위험에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김성현은 7회와 연장 12회 호수비로 마운드를 도왔다. 연장에 나선 투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던졌다. 끝내기는 노수광의 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셈이다. SK는 아직 아무도,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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