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측면에서 2018년 앙헬 산체스를 떠올리게 하는 리카르도 핀토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K는 2018년 앙헬 산체스(31·현 요미우리)를 영입한다. 오랜 기간 지켜봤던 선수로, 이적료 지출까지 감수하면서 품에 안았다. 당시 SK 관계자들은 “2018년에 적응을 잘 마치면, 2019년에는 180이닝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실제 산체스는 2018년 어려운 고비를 넘고 2019년 리그 최고의 선발투수 중 하나로 우뚝 섰다. 중간에 찾아온 부상 탓에 180이닝을 던지지는 못했지만, 28경기에서 165이닝을 던지며 17승5패 평균자책점 2.62로 맹활약했다. 그 기량을 인정받아 올 시즌을 앞두고는 일본프로야구 최고 명문 팀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요미우리가 ‘모셔갔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그런 산체스의 초창기를 떠올리게 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올해 영입한 리카르도 핀토(26)다. SK 관계자들은 “올해 리그에 잘 적응한다면 내년이 더 기대되는 선수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항상 비교되는 선수가 바로 2018년의 산체스다. 물론 몸값과 스터프의 차이는 있겠지만 묘하게 닮은 듯, 아닌 듯한 구석이 있다.

비슷한 점이 제법 많다. 우선 빠른 공을 던진다. 산체스는 150㎞를 웃도는 패스트볼이 일품이었다. 제구만 잘 되면 패스트볼 하나만으로도 경기를 끌어갈 수 있었다. 핀토 역시 150㎞를 쉽게 넘기는 최고 구속을 갖췄다. 구속 하나만 놓고 보면 리그 최정상급이다.

2020년 핀토와 2018년 산체스를 비교하면 레퍼토리도 흡사하다. 산체스는 절반 가까이가 패스트볼이었고 슬라이더가 21.5%, 커브가 11.3%, 체인지업이 12.8%였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슬라이더, 좌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을 즐겨 던졌다. 핀토 또한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체인지업·커브의 레퍼토리는 똑같다. 체인지업의 비중이 2018년 산체스보다 조금 높은 정도다. 

메이저리그 경력, 특히 메이저리그에서의 선발 경력이 많지는 않지만 유망주 출신이라는 점, 중남미 출신이라는 점, MLB에서 성공하지 못했기에 성공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는 점도 판박이다. 예민한 성격을 가졌다는 점 또한 너무 똑같다. 산체스는 소심한 성격 때문에 한국 생활 적응이 쉽지 않았다. 핀토는 마운드에서 평정심을 찾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다른 점도 있다. 산체스는 포심패스트볼 위주의 선수였다. 반면 핀토는 투심패스트볼 위주의 투수다. 전반적으로 낮은 제구는 산체스가 한 수 위지만, 핀토는 우타자 몸쪽 승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체스의 경우는 포수가 몸쪽을 요구해도 고개를 젓는 일이 십중팔구였다. 반면 핀토는 몸쪽 승부를 즐긴다. SK가 “잘 크면 산체스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고 기대를 거는 이유다.

▲ 2018~2019년 SK에서 활약한 뒤 일본 무대에 진출한 앙헬 산체스 ⓒ곽혜미 기자
산체스도 2018년이 쉽지는 않았다. 초반에는 승승장구했다. “저런 투수를 어디서 데려왔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체력이 떨어지고, 패턴이 읽히고, 제구가 흔들리면서 난타를 당했다. 너무 소심한 성격으로 실점 이후 와르륵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산체스는 2018년 29경기를 평균자책점 4.89로 마무리한다. 다만 SK는 가능성을 보고 재계약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적중했다.

산체스는 2019년 포크볼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체인지업을 버리고 빠른 커브 비중을 높인 것도 적중했다. 성격도 많이 밝아졌다. 구단은 물론 동료들까지 산체스에 많이 맞춰졌다. 매일 엉덩이를 툭툭 쳐주며 끌고 갔다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2018년 산체스가 원석이었다면, 2019년 산체스는 더 완성된 선수였다.

핀토도 같은 길을 밟아야 한다. 다행히 조금씩 나아지는 구석이 보인다. 24일 인천 KIA전에서는 7이닝 동안 무려 13개의 안타를 맞고도 퀄리티스타트(7이닝 2실점 1자책점)를 기록하는 진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동료들까지 미안하게 하는 액션을 줄이고,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더 침착해진 덕이 컸다. 최고 152㎞까지 나온 투심은 여전히 위력이 있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핀토의 평균자책점은 4.76이다. 일단 이닝별 기복을 줄이고, 잘 던지다가 갑자기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하는 제구 문제를 해결하면 성적은 점차 나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체스와 달리 한국 생활 적응 자체는 순조롭다. 나이도 2018년 당시 산체스보다 3살 더 젊다. 핀토가 산체스의 길을 밟을지, 아니면 일찌감치 한계를 보일지는 시즌 내내 지켜볼 관전 포인트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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