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탄불의 기적 혹은 참사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안드레아 피를로가 잊혀지지 않는 트라우마를 밝혔다.

피를로는 AC밀란과 유벤투스를 거치며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냈다. 정확한 킥과 시야, 조율 능력으로 중원에서 경기를 지휘했다. 3번의 월드컵에 참가해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2회, 세리에A에서 6회 정상에 서는 등 우승의 기쁨도 여러 차례 누렸다.

누구나 부러워할 경력을 쌓았지만, 피를로에게도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AC밀란 소속으로 뛰던 2004-05시즌 리버풀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만나 전반에만 3-0으로 앞서나갔다. 우승을 눈앞에 뒀다고 생각했지만 후반전 추격을 허용했고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패했다. 이른바 '이스탄불의 기적' 혹은 '이스탄불 참사'로 기억되는 사건의 주인공이다.

영국 리버풀 지역지 '에코'가 26일(한국 시간) 피를로가 털어놓은 트라우마를 보도했다. 피를로는 "은퇴도 생각했다. 이스탄불 참사는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5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나를 질식시켰다"며 당시 충격을 설명했다.

승부차기에서 AC밀란 선수들을 괴롭힌 것은 '춤사위'로 집중력을 깨뜨린 예르지 두덱 골키퍼였다. 하지만 피를로는 다른 것이 문제였다고 인정한다. 피를로는 "다수 사람들은 우리가 페널티킥에서 진 것이 두덱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골라인에서 이리저리 몸을 흔들면서 우리를 놀려댔던 그 춤들, 그리고 이후엔 페널티킥을 막아내면서 상처에 소금을 뿌려댔다. 하지만 정말 아팠던 것은 전적으로 우리가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렸다.

이어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불가능이 현실이 됐다는 사실은 남아 있다. 누군가 경기를 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이 경우엔 우리 팀 전체가 그랬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신적 충격은 병에 가까웠다. 피를로는 "모두 손을 잡고 보스포루스 다리에서 뛰어내려서 집단 자살을 해야 하는 것 같았다. 고문 같은 경기가 끝이나고 아타튀르크스타디움 드레싱룸에서 얼이 빠져서 앉아만 있었다. 말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정신적으로 박살이 나버렸다. 타격은 이미 확실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더 강렬하고 심각해졌다. 불면증, 분노, 우울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들까지. 여러 증상이 나오는 새로운 질병을 만들어낸 듯했다. 바로 이스탄불 신드롬"이라며 리버풀전 패배가 일상 생활까지 바꿔놨다고 밝혔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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