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운의 부상으로 최소 6주간 결장이 예상되는 SK 한동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깜깜한 밤이었지만, 방망이가 돌아가는 소리는 분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플로리다의 밤공기를 가르는 방망이의 주인공은 한동민(31·SK)이었다. 동료들과 잠시 수다를 떨 때도 그의 손에는 항상 방망이가 떠나지 않았다.

절치부심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였다. 2018년 41개의 홈런을 치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한동민이었다. 그러나 좋은 시절은 생각만큼 오래 가지 않았다. 지난해 125경기에서 타율 0.265, 12홈런, 52타점에 머물렀다. 타격폼의 미세한 수정이 하체의 불안을 불렀고, 결국 부상으로 밸런스가 깨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시즌 막판에야 모든 것이 조금씩 돌아오기는 했지만 그 감을 선보일 무대는 이미 끝난 뒤였다. 한동민은 이를 악물었다. 플로리다 캠프에서 매일 밤늦게까지 방망이를 돌렸다. 베테랑선수들에게는 야간 훈련의 자율권을 준 SK지만, 한동민은 나태하지 않았다. 숙소 앞 주차장에서 땀을 흘리며 악몽을 떨치려 애썼다.

효과가 있었다. 시즌 초반 펄펄 날았다. 17경기에서 타율 0.317, 홈런 6방을 날리며 침체된 팀 타선에서 고군분투했다. 장타율은 0.667, OPS(출루율+장타율)는 1.035였다. 특유의 장쾌한 스윙이 돌아왔다. 바깥쪽 공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실투를 거침없이 잡아당겼다. 한동민이 돌아온 듯했다. 

하지만 하나의 파울타구가 한동민의 시즌 초반을 망쳤다. 24일 인천 KIA전에서 6회 타격 도중 파울 타구가 자신의 오른쪽 정강이를 직격했다. 한동민은 절뚝이면서도 타석 소화 의지를 보였지만, 극심한 통증 속에 제대로 걷지 못하는 모습부터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결국에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24일 밤늦게 병원에 갔을 때는 다행히 뼈에 이상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25일 오전까지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25일 오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다시 했다. 그러자 X-레이 촬영 때는 보이지 않았던 미세한 골절이 보였다. 6~8주 정도 재활이 불가피하다. 한창 좋았던 흐름이 뚝 끊겼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고 공언한 한동민이지만, 이번 부상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SK 타선은 시즌 초반 거의 모든 지표에서 최하위에 처져 있다. 집단 슬럼프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다. 그 결과가 시즌 초반 충격의 10연패를 포함한 최하위 추락이었다. 여기에 그나마 쳐주던 한동민이 이탈하면서 타선이 헐거워졌다. 이미 이재원 고종욱이 빠진 SK 타선이라 한동민의 구멍은 더 커 보인다. 야수 조장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궂은일을 했던 것도 아쉽다. 한동민의 명예회복 전선에 제동이 걸리면서 SK의 시즌도 더 험난해졌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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