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 팬들이 그렸을 제주와 맞대결이 성사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부천, 유현태 기자] 부천FC1995 팬들이 꿈꿨을 요란한 복수전은 없었다. 코로나19로 경기장을 찾지 못한 부천 팬들은 악조건 속에 최선의 노력으로 5288일 만에 벌어지는 특별한 경기를 준비했다.

부천FC1995와 제주 유나이티드는 26일 '헤르메스캐슬' 부천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2 2020 4라운드에서 맞붙었다. 결과는 원정 팀 제주의 1-0 승리였다.

단순한 1승 그리고 1패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특별한 한판이었다. 부천SK는 2006년 2월 2일 제주로 연고를 이전한다는 소식을 발표하며 제주 유나이티드로 명칭을 변경했다. 그리고 부천은 2007년 창단해 2013년 프로 구단으로 전환해 오늘에 이른다. 연고 이전이 결정된 뒤 5228일, 부천은 제주와 역사상 첫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경기를 앞두고 부천 팬들은 공식 성명까지 발표하며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이번 경기에 부천이 두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두 팀의 관계를 생각하면 불타올라야 할 경기장이 조용하기만 했다. 경기 전 비까지 내리면서 쌀쌀한 기운까지 돌았다. 누구보다 이 경기를 기다렸을 팬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K리그 경기들이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 꽤 점잖았던 부천의 걸개 ⓒ한국프로축구연맹

13년 만에 이뤄진 매치업. 예상했던 것만큼 강렬한 신경전은 없었다. 무관중 경기임에도 팬들이 모이는 돌발 사태도 없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힘을 쓰는 와중에 위험을 떠안을 필요는 없었다. 대신 차분하게 그리고 점잖게 제주의 방문을 준비했다.

경기장엔 제주를 겨냥한 특별한 걸개가 걸렸다. '5228일 동안 지켜온 우리의 긍지, 새롭게 새겨지는 우리의 역사', 저들이 떠나고 만난 진정한 부천FC, 당신들만이 우리의 영웅입니다' 같은 문구가 걸렸다. 부천 구단의 역사를 함축하는 날짜들을 상징하는 '060202, 071201, 200526' 걸개도 있었다. 부천 관계자는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 것들로 준비했다"고 귀띔했다.

부천 팬들은 라이벌전에서 승리를 만들기 위해, 경기 분위기 조성에도 나름대로 특별한 준비를 했다. 무관중으로 진행되지만 목소리로 선수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2라운드 FC안양전을 마친 뒤 팬들이 모여 직접 응원을 녹음했다. 제주전에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팬 한 명이 경기장을 직접 찾아 상황에 맞게 녹음된 음성을 재생했다.

전반전은 대등했지만, 후반전 체력이 떨어지면서 점차 주도권을 내줬다. 후반 추가 시간엔 주민규에게 실점까지 하며 무너졌다. 부천이 준비한 '복수전'이 당장 해피엔딩은 아니었던 셈.

훗날을 기약한다. 부천과 제주는 이번 시즌에도 2번의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7월 12일엔 제주의 홈인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시즌 2번째 대결이 벌어지지만, 마지막 대결은 9월 19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부천 송선호 감독은 "팬들이 환호도 해주시고, 힘을 실어주실 거다. 부천이 나름대로 제주를 상대로 잘해줬다. 다음 2경기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팬들의 환호 앞에서 설욕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스포티비뉴스=부천,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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