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삼성전에서 천금 같은 1타점 결승타를 친 이대호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부산, 박대성 기자] "팬들이 내게 원하는 것이 홈런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잘 맞은 타구가 담장 앞에서 자꾸 잡혀서 몸에 힘이 들어가기도 한다."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38)는 팬들의 기대를 알고 있다. 언제나 부담을 안고 타석에 들어간다. 기대만큼 홈런은 터지지 않지만, 필요할 때 타점을 내고 있다. 팀을 위해서라면 몸을 던지기도 한다.

이대호는 26일 사직 삼성전에서 값진 활약을 펼쳤다. 0-0으로 맞선 8회말 1사 1·2루 찬스에서 천금 같은 결승타를 때려내면서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롯데는 이날 이대호 결승타로 짜릿한 1-0 승리와 함께 시즌 10승(8패) 고지를 밟고 5강 자리를 지켰다.

이대호는 KBO 최고 몸값이다. 2017년 4년 150억 원 계약으로 롯데에 돌아왔다. 롯데에서 2006년 타격 트리플 크라운, 2010년 타격 7관왕을 달성하는 등 최고의 타자로 우뚝 섰던 이대호가 일본과 메이저리그 무대를 경유한 뒤 선수 생활 마무리를 위해 고향팀으로 다시 돌아오자 팬들은 환호했다.

이대호는 2017년 타율 0.320에 34홈런 111타점을 기록한 뒤 2018년에 타율 0.333, 37홈런, 125타점을 올리며 나름대로 제몫을 해냈다. 그러나 지난해 타율이 2할대(0.285)로 떨어지고 트레이드마크인 홈런도 16개에 그쳤다. 그러자 이대호를 향한 팬들의 비난 목소리가 커졌다.

이대호는 올 시즌 절치부심하고 있다. 자신의 자존심뿐만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선수 생활에서 롯데의 자존심을 찾기 위해 시즌 초반부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26일까지 타율 0.353(68타수 24안타)에 12타점. 롯데의 시즌 초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팀을 위해서라면 몸을 아끼지도 않는다. 14일 두산전에서 정수빈의 강한 타구를 몸을 던져 막기도 했고, 육중한 몸을 이끌고 전력 질주 후 슬라이딩을 하면서 팀 분위기를 띄운다. 개인보다 팀에 헌신하는 허슬 플레. 덕아웃의 동료들도 이런 이대호에게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장점 속에서 약점이나 미흡한 기록만 보는 팬들도 적지 않다. 바로 홈런이다.

이대호는 이번 시즌 홈런 맛을 많이 보지 못했다. 현재 2루타는 6개지만 홈런은 1개에 그치고 있다. 5월 8일 SK전에서 7회말 때려낸 투런 홈런이 올 시즌 유일한 홈런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타격감은 좋지만, 팬들은 여전히 ‘홈런 타자’ 이대호에게 기대를 건다.

이대호는 26일 삼성전에서 결승타를 날린 뒤 인터뷰에서 “팬들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홈런이란 걸 잘 알고 있다”라며 스스로도 아쉬워했다.

'에이징 커브'라는 평가도 있다. 어쩌면 만 38세 베테랑 이대호에게 부담이다. 그는 “잘 맞았던 타구가 담장 앞에서 자꾸 잡힌다. 이 때문에 타격할 때 힘이 들어가기도 한다”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하지만 여전히 승부처에서 그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고 있다. 팀이 필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타점을 올리고 있다.

KBO 개인통산 타율은 0.311(5684타수 1766안타)이다. 5년간(2012~2016년) 해외 진출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개인통산 홈런은 313개로 KBO 역대 9위다. 홈런 1개만 더 치면, 1991년부터 2013년까지 쌍방울 레이더스, 현대 유니콘스, SK 와이번스에서 활약한 박경완(314개)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그러나 이대호는 홈런 부담을 내려놓고, 팀 승리에 집중할 생각이다. 그는 “야구에서 홈런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편하게 치려고 한다. 다행히 계속 안타가 나오고 있다. 최근 타격감은 좋다. 팀 분위기가 좋은데, 고참으로서 동생들과 좋은 분위기를 이어 가겠다”라고 다짐했다.

'최고 몸값 선수'라는 부담감과 '은퇴 전 롯데 우승을 이끌고 싶은' 책임감 사이에서 이대호는 시즌 초반 불꽃을 태우고 있다. 그의 말처럼 홈런이 전부는 아니다 이날 같은 활약만 펼쳐준다면 롯데 팬들은 기꺼이 이대호에게 박수를 쳐줄 준비가 돼 있다. 

스포티비뉴스=부산, 박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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