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야구단 사령탑 시절 유승안 감독(오른쪽)과 유민상. ⓒ유승안 감독 제공
아버지 유승안 감독과 유원상-유민상 형제
투수 형님과 타자 동생, 26일 첫 맞대결
마음 졸였던 유 감독 “그저 대견하고 기특”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누구를 응원할 수도 없고, 허허 참….”

KBO리그 역대 2번째 형제 투타 맞대결을 바라본 아버지의 마음은 어땠을까.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올 시즌 첫 경기가 열린 26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선 이색 만남이 성사됐다. 바로 형과 동생의 투타 맞대결이었다. 주인공은 kt 투수 유원상(34)과 KIA 타자 유민상(31). 프로 데뷔 전부터 야구인 2세의 형제지간으로 유명했던 둘은 이날 1군 무대에서 처음 승부를 겨뤄봤다.

반갑고도 어색한 만남이었다. 1982년 출범한 KBO리그에는 그간 숱한 형제들이 있었다. 그러나 투타 맞대결은 1995년 9월 5일 전주구장에서 성사된 태평양 돌핀스 투수 정명원과 쌍방울 레이더스 타자 정학원의 만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로부터 25년이 흘러 다시 이뤄진 형제들의 승부. 이 짧지만 의미 있는 맞대결을 마음 졸이며 지켜본 이가 있었다. 바로 유승안(64) 전 경찰 야구단 감독이었다.

이날 경기 직후 연락이 닿은 유 감독은 “정말 소금장수와 우산장수 아들들을 둔 아버지의 심정으로 지켜봤다. 비가 오면 우산장수 아들의 우산은 잘 팔려 흐뭇하지만, 소금장수 아들의 소금은 녹을까 염려가 되고…. 반대로, 해가 쨍쨍하면 소금장수 아들이 웃지만, 우산장수 아들이 울어 어느 하루도 마음이 편할 수 없는 아버지의 마음이었다”고 멋쩍게 웃었다.

▲ kt 유원상이 27일 수원 KIA전에서 유민상을 상대하는 장면. ⓒkt 위즈
유승안 감독과 유원상-유민상 형제는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야구인 가족이다. 유 감독은 빙그레 이글스 시절 대표적인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날렸고, 지도자로선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찰 야구단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많은 제자들을 배출했다. 이처럼 야구계에서 굵은 족적을 남긴 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은 유원상과 유민상은 2006년과 2012년 프로로 입단한 뒤 지금까지 활약하고 있다.

자택에서 TV로 이날 경기를 시청했다는 유 감독은 “사실 6회부터 (유)원상이가 팔을 푸는 장면을 보고 둘이 잘하면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내가 경찰 야구단 감독을 할 때 (유)민상이가 같은 팀, 원상이가 LG 트윈스 소속으로 맞붙은 적이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이다. 그저 묵묵히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이날 0-2로 뒤진 7회초 구원등판한 유원상은 6번 1루수로 이미 선발출장해 있던 유민상과 만났다. 결과는 형의 승리. 유민상이 친 5구째 타구가 유격수 뜬공이 되면서 덕아웃으로 물러났다. 이처럼 승부는 냉정했지만, 동생 유민상은 타석에서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등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유 감독은 “첫째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시키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그런데 둘째는 본인이 형을 따라서 야구를 시작한 케이스였다”고 20여 년 전을 떠올렸다. 이어 “그 둘이 이렇게 커서 프로 무대에서 승부를 펼쳤다. 그저 대견하고 기특하다. 또, 아버지이자 야구인으로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고 밝게 웃었다.

지난해 경찰 야구단이 해체되면서 지휘봉을 내려놓은 유 감독은 현재 충남 계룡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노후를 즐기고 있다. 그러나 야구와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유 감독은 “현재 감독은 아니지만, 프로야구는 매일 챙겨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끝으로 아들들에게 격려를 보내 달라는 부탁을 듣고는 “두 아들 모두 이제는 야구는 물론 인생을 스스로 해나갈 나이가 됐다. 또 결혼도 한 가장이다. 둘이 벌써 30대 초중반이 됐는데 부상 없이 계속해서 현역 생활을 즐겼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