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초반 리그 중견수 중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kt 배정대 ⓒkt위즈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배정대는 2할5푼만 쳐도 된다”

이강철 kt 감독은 애리조나 캠프 당시 배정대(25·kt)의 성장세를 지켜보라고 강력 추천하면서 “올해 주전 중견수로 쓸까 고민하고 있다. 0.250만 쳐도 수비에서의 공헌도 때문에 3할 타자 이상의 공헌도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정도 이상은 충분히 쳐줄 것 같다. 타격이 확실히 많이 발전했다”고 장담했다. 

배정대의 지난 성적을 보면, 사실 근거 없는 자신감 같았다. 배정대는 지난해까지 1군 통산 211경기에 나갔다. 통산 타율은 0.180에 불과했다. 수비력 하나는 정평이 나 있는 선수였지만, 공격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 감독은 배정대가 통산 타율에서 1할은 더 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연습경기에서도 기세가 이어진 것을 확인한 이 감독은 개막전에 선발 중견수로 배정대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배정대의 시즌 초반 성적은 놀랍다. 26일까지 18경기를 뛴 가운데 타율은 0.361이다. 홈런은 없지만 2루타(6개)와 3루타(2개)가 많아 OPS(출루율+장타율) 또한 0.928에 이른다. 이 감독의 생각보다 더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즌 초반 마운드 운영에 머리가 아픈 이 감독이지만, 배정대의 이야기만 나오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26일 수원 KIA전을 앞두고 “너무 잘하고 있다. 더 바라면 안 되지 않겠느냐”면서 “상위 타선에 올라가도 자기 몫을 해주고 있다. 못 치고 들어와도 기가 죽은 것이 아니라 아쉬워하는 게 보인다”고 흐뭇하게 말했다. 지금까지는 기대치 초과 달성이다.

이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은 배정대라는 잠재력을 깨웠다. 배정대는 시즌에 들어가기 전 “지난해에는 불안감이 많았다. 결과를 생각하기보다는 했던 것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감독님께서 항상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자신감과 안정감을 얻었다”고 고마워했다. 그리고 시즌에 들어가서는 이 감독과 kt의 기대에 부응하며 확실한 기반을 다졌다.

배정대의 활약은 리그의 다른 중견수들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오히려 가장 앞서 나간다고도 볼 수 있다. 규정타석을 채운 리그 중견수들 중 타율, 출루율(.403), 장타율(.525)이 가장 높다. 0.900 이상의 OPS를 기록 중인 중견수는 배정대가 유일하다. 여기에 수비력은 그 어떤 중견수에 비해 밀리지 않는다. 발도 빠른 편이다. 많이 나갈수록 도루 개수도 점차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정대는 이미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까지 마친 선수다. 이 성적을 끝까지 유지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감독의 말대로 적당한 타율로만 시즌을 마무리할 경우 kt는 10년을 바라본 중견수를 얻을 수도 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워낙 잠재력은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이기도 하다. 고민 많은 kt의 진통제 중 하나가 될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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