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유희관은 천천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SPN에서 관심 있게 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신경을 쓰진 않는다. 이슈를 위해 야구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두산 베어스 좌완 유희관(34)이 미국 스포츠매체 'ESPN' 중계진의 관심에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놨다. 유희관의 투구는 2주 연속으로 ESPN 중계로 미국 전역에 방송됐다. 누구도 의도하진 않았지만, ESPN이 두산 경기를 중계하는 날이면 유희관이 마운드 위에 있었다. 

유희관의 직구 구속은 130km 초반대로 형성된다. 주 무기 싱커에 슬라이더와 커브까지 섞어 던지는데, ESPN 중계진은 유희관의 투구를 볼 때마다 아주 느리면 시속 70km대까지 나오는 '슬로 커브'에 주목했다. 이날 커브 최저 구속은 86km였다. 

중계진은 커브가 느리긴 하지만, 타자들의 타이밍을 효과적으로 뺏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설위원 에두아르도 페레스는 "유희관이 던지는 커브의 90%는 스트라이크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희관은 "오늘(27일)도 느린 커브를 던질까 했는데, 경기가 팽팽했다. 그 공 하나로 경기 향방이 바뀔 수도 있다. 이슈를 위해 야구를 하는 게 아니니까 오늘은 아꼈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ESPN 중계진은 느린 구속에 주목하면서도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잘 활용하는 유희관의 제구력을 늘 높이 산다. 페레스는 이날도 "느린 직구를 던지긴 하지만, 정말 (스트라이크존) 코너를 잘 활용하는 투수다. 커브와 체인지업(싱커)도 정말 잘 던지는 투수"라고 설명했다. 

유희관은 "느린 공으로도 잘 던질 수 있다는 것을 미국 팬들에게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덤덤히 이야기했다. 

두산 역대 좌완 최다승(89승) 투수인 유희관은 올해 8년 연속 10승과 개인 통산 100승이라는 두 대기록에 도전한다. 올 시즌 4경기에서 2승1패, 22이닝,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하며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유희관은 "느린 공이라는 편견을 늘 안고 있지만, 목표 의식은 뚜렷하다. 8년 연속 10승을 거두면 영광일 것 같고, 100승까지도 11승이 남았다. 열심히 하면 기록은 따라올 것이다. 의식하면 역효과가 난다. 공이 느리듯이 천천히 내 길을 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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