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의 에이스로 인정받고 있는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kt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두 외국인 투수의 재계약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계속 가자니 리그를 대표할 만한 외인 에이스가 되기는 어려워 보였고, 그렇다고 포기하자니 아까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라울 알칸타라는 11승11패 평균자책점 4.01, 윌리엄 쿠에바스는 13승10패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했다. kt는 외국인 후보군과 두 선수를 면밀히 대조했다. 여기서 kt의 레이더에 걸린 선수가 바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3)였다. kt는 고민 끝에 알칸타라를 포기하고 데스파이네와 계약했다. 

알칸타라는 지난해 한때 팀의 에이스로서 활약했던 경험도 있다. 후반기 성적이 처졌지만 빠른 공과 스태미너는 분명 팀 마운드에 많은 보탬이 됐다. 데스파이네가 더 풍부한 MLB 경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나이상 경력이 내리막을 탈 때가 됐다는 시선도 있었다. kt로서는 나름의 도박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 선택은 옳았다는 것이 일찌감치 증명되고 있다.

데스파이네는 27일까지 시즌 5경기에 나가 32이닝을 던지면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69의 좋은 투구를 이어 가고 있다. 5경기 중 4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했다. 불펜이 승리를 날린 경우까지 생각하면, 5전 전승도 가능했던 투구였다.

캠프 때부터 여유가 넘쳤다. 워낙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보니 자신의 루틴이 확실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뒤늦게 입국,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베테랑답게 몸을 만들었다. 그리고 서서히 몸이 풀리며 이제는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27일 수원 KIA전은 상징적이었다.

힘과 관록을 모두 보여준 환상적인 투구였다. 최고 154㎞에 이르는 빠른 공이 KIA 타자들을 움찔하게 만들었다. 포심·투심·커터 등 패스트볼 계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면 어김없이 낙차 큰 커브가 들어와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했다. 투구 템포도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조절했다. 투구 폼도 자유자재로 바꿔 던졌다. 공이 데스파이네의 손에서 떠나기도 전, KIA 타자들을 수싸움에서 압도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위력적인 빠른 공에 괜찮은 제구, 확실한 결정구와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미까지 갖추고 있는 데스파이네는 kt의 에이스로 인정받을 준비를 마쳤다. 스스로 “4일 휴식 후 등판이 익숙하다. 그렇게 등판을 시켜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의욕도 넘친다. 데스파이네가 그런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하면, kt는 배제성 김민 소형준이라는 어린 투수들의 추가 휴식일까지 번다. 

이강철 kt 감독은 “데스파이네가 앞으로 더 좋은 투구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자가격리 여파를 빠져 나온 지 얼마 되지 않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몸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것. 몸 관리만 잘되면 올 시즌 15승도 노려볼 만하다는 게 kt 관계자들의 속내다. 한 번 분위기를 타면 무섭게 치고 나가는 유형이라 당분간은 힘 있는 투구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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